베트남 여행기 (중)
베트남 여행기 (중)
  • 백청 기자
  • 승인 2018.04.18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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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저 취해보고 싶은 것”
그림 같은 바다용의 전설에 감탄사...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전설을 쓴 영웅 중의 영웅이다. 베트남 국민은 2018년 1월 가장 행복했다. U23대회에서 비록 준우승했지만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 가장 짜릿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맞았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전설을 쓴 영웅 중의 영웅이다. 베트남 국민은 2018년 1월 가장 행복했다. U23대회에서 비록 준우승했지만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 가장 짜릿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맞았다.

 

한국에서 저녁 8시에 인천항을 출발하여 하노이에 도착하니 한 밤중이다. 한국 시간보다 2시간 늦으니 하노이 시간은 12시, 한국 시간은 2시다. 날씨는 한국의 초여름 수준으로 여행하기에 최고다. 조금 더 늦으면 여름으로 이어져 낮 온도가 40도에서 45도를 오르내린다. 그러면 여행이 아니라 지옥행이다.

때문에 한국인들이 베트남을 여행하기에는 3~4월이 최적기다. 5월이 넘어가면 사람도 없고 여행경비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7~8월에는 여행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서둘러 첫 밤을 호텔에서 보내고 아침에 옌뜨로 출발한다.

베트남 여행에서 옌뜨와 하노이, 다낭은 3대 필수코스의 하나로 불린다.

하노이 공항과 하롱베이 중간에 위치한 옌뜨는 외국 사람에게 보다는 자국인들에게 더 의미 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성지인 700년 된 나무들과 수백 개의 사리탑, 10여 개의 사찰이 모여 있는 베트남 북부 관광 명소로 불교의 성지다. 위치가 높아서 전동차를 타고 입구까지 올라간 뒤에 다시 케이블카로 사원까지 시원한 전망을 즐기며 올라가야 한다.

많은 이곳 사람들은 옌뜨를 찾아 관광을 겸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조상신을 섬기는 유교주의 색체가 강한 베트남에서는 매월 음력 1일과 15일 정갈하게 몸과 마음을 닦고 예배를 드린다. 우리가 설날과 추석에 차례를 지내며 조상신을 모시는 의례를 매월 두 차례씩 한다고 보면 된다.

내친 김에 사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축구 감독 박항서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오우 팍 캉써~”하고 두 팔을 번쩍이며 외친다.

그러면 그렇지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라던 박항서를 모를 리 없지. 그런데 한국식 발음이 좀 약해서 몰랐던 게다. 박항서라고 우리 식으로 부드럽게 말하면 잘 못 알아듣고 발음을 쎄게 ‘팍 캉써~’라고 외치면 알아들었다.

“오우 팍 캉써~ 코리아, 코리아”

열광하는 박항서 축구감독 신드롬

박항서 감독은 2017년 11월 국가 대표팀인 베트남 U23감독(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을 맡았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세를 탄 것은 감독 한 달 만에 숙적인 태국과의 경기에서 10년 만에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베트남-태국 축구는 우리의 한일전 수준이다. 아니 훨씬 더한다.

앙숙이었던 태국을 적진에 들어가 이기면서 이미 박항서란 이름값을 했던 것이다. 그 뒤 국제대회에서 한번도 16강전에 올라보지 못한 축구대표를 8강전에 올려놓고 우승후보였던 이라크와 승부차기로 이겨 동남아대회 첫 4강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카타르와의 준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간발의 차로 이겨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국제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중국 상해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폭설이 내린 가운데 연장전까지 끌고 갔으나 또다시 승부차기가 예상되는 1:1 상황에서 종료 1분을 남기고 한골을 허용해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그날 뛴 베트남 선수 24명 가운데 2명만이 겨울 눈을 봤고 나머지는 눈을 처음 본 사람들이었을 정도였고,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에서 경기를 치렀으니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었겠는가.

반면 국민들은 결과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하지만 베트남 국민들은 거기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갔다.

베트남 정부는 결승전이 열린 날을 공휴일로 선포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 모든 국민들은 초대형 TV 앞에 모여 일손을 놓았다. 북이나 악기, 양동이, 밥그릇, 파이프 등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 소리를 높이고 응원하며 열기에 동참했다. 모든 오토바이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준우승했지만 이들이 귀국할 때 공항에서부터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웅의 귀환’이었다. 수도나 지방도시를 불문하고, 어떤 상가나 음식점을 불문하고 광란의 도가니였다. 이 나라 대통령과 수상은 선수와 박항서 감독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모든 TV나 신문들은 연일 축구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한국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과 히딩크 인기는 비교할 수 없는 ‘저리 가라’할 수준이었다.

이 모든 공덕이 대표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약 3개월 만에 일궈낸 한국의 박항서 감독 때문 이었으니 박 감독은 그야말로 ‘영웅 중에 영웅’이 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베트남을 다녀가 한국에 대한 관심과 고마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베트남은 박항서의 축구를 계기로, 1975년 남북통일 이후 가장 짜릿한 국가적인 순간을 맞았고,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지는 전기를 마련했다.

하롱베이 잔잔한 수면 위에 떠있는 그림 같은 섬들의 향연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섬 뒤에 숨어있던 신선이 불쑥 나타나 손짓할 것만 같다.
하롱베이를 찾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배들만 약 600척, 하루 300척이 운항한다. 한 척당 100명을 수용한다 해도 3만 명이다. 한국에서 이곳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성수기에 보통 3,000명 정도다.

 

용이 내려왔다는 전설의 2,700개의 섬

서울 면적의 3배... 갈매기가 없는 바다

베트남 축구의 전설을 접어놓고 우리들의 목적지인 하롱베이로 떠난다.

흔히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봤던 전설의 수채화 풍경을 만나는 감동은 어떨까?

하롱베이의 ‘하 (下)’는 ‘내려온다’, ‘롱 (龍)’은 우리말 ‘용’을 뜻한다. 용이 내려왔다는 항구라는 설명이다. 워낙 명승지라 전설도 많고 사연도 많은 곳이다.

하노이 공항에서 170km 거리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하롱베이 항구는 배들이 옹기종기 모인 보통의 작은 항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좌우를 자세히 둘러보니 관광용 선박들이 장난이 아니다. 관광객을 싣고 먼 바다로 떠날 채비다. 임진왜란 때 밀려오는 왜구들의 선박처럼 빽빽하다.

이곳에서 운영되는 배들은 모두 600대, 하루에 보통 300대가 관광객을 싣고 하롱베이 이곳저곳을 운항한다. 모두 국유가 아닌 개인 소유의 자산들이다. 각자 적게는 50명, 많게는 200명을 태우고 운항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곳에 여행 오면서 풍광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지 그 지형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그런데 가이드 설명을 듣고 놀라움이 앞섰다.

칼럼니스트 /백청

하롱베이 잔잔한 수면 위에 떠있는 그림 같은 섬들의 향연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섬 뒤에 숨어있던 신선이 불쑥 나타나 손짓할 것만 같다.
하롱베이 잔잔한 수면 위에 떠있는 그림 같은 섬들의 향연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섬 뒤에 숨어있던 신선이 불쑥 나타나 손짓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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