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이제 들리지 않는 피의 함성…우리 아이들은 기억할까?
[편집국 칼럼] 이제 들리지 않는 피의 함성…우리 아이들은 기억할까?
  • 장성투데이
  • 승인 2020.05.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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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그날 - 다시 5월 전남대 정문에서

해마다 오월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마흔을 넘긴다.

아스라한 기억을 넘어 다시 그 자리에 선다.

1980년 5월 초의 전남대 정문. 얼굴엔 태양에 그을린 채, 붉은 빛이 감도는 학생들. 장발 머리에 허름한 청바지와 사파리 잠바가 보통인 대학생들이다. 하지만 비장함이 주먹에서부터 온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운동화 끈을 고쳐 맨 우리는 비무장지대 같은 정문을 박차고 나가 오와 열일 맞춰 질서정연하게 전진했다. 대학생이니까. 민주주의를 외쳐야 하니까. 정의를 부르짖어야하니까.

우리는 정문을 넘어 광주역을 거쳐 서방 사거리로, 법원으로, 전남도청으로, 그리고 시청을 거쳐서 다시 전남대로 돌아왔다.

독재 타도! 군부 타도! 전두환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전두환은 물러가라!!

우리가 부르짖은 것은 암울한 현실을 넘어 미래로 향하고자 하는 고독한 외침이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정권의 무너짐으로 희망의 해가 솟을까 했더니 1980년 벽두부터 군사 정권의 독버섯이 싹트고 있음에 맞서고자하는 젊은 피들의 함성이었다.

우리는 금남로 거리를 민주의 함성으로 물들였고 기관포의 찢어지는 굉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끝까지 광주를 움켜쥐고 도청을 놓지 않았다.

광주 탈환을 노린, 골목골목으로 침투하는 공수부대의 각개전투 개시와 함께 뒤이어 들려오는 장갑차와 탱크의 요란함은 끝내 광주를 어둠의 생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그 지옥의 터널 끝에는 피에 젖은 태극기와 하얀 시신들과 그들을 애워 싼 통곡뿐이었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일어나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오월 그 날 확성기에서 울려퍼진 광주의 마지막 방송과 도청을 향해 발포된 총성의 울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1980년의 5월을 보낸 사람들은 끝내 국가보훈처로부터 국가유공자란 명예를 달았지만 그들이 간곳은 망월 묘역이었다.

40년 동안 우리는 내내 그 생지옥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복되지 않는 명예, 그들의 목적을 위해 발포했던 자들의 색출,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다.

또다른 40년이 흐른 뒤에 밝혀질까.

진실의 끝은 어디일까.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1980년 5월, 피흘린 선배님들 덕분에 민주주의를 맛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들었으면 원이 없겠다.

때마침 ‘민중음악가’ 박종화 씨가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밝힌 『서예와 함께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심미안 刊)을 펴냈다. 싱어 송 라이터이자 서예가로도 활동해온 저자는 1982년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과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을 담았다. 이 곡은 1982년 2월 20일 광주 옛 망월동 5·18묘역에서 열린 '영혼결혼식'에 바쳐진 노래이며 영혼결혼식의 주인공은 5·18항쟁 때 계엄군에 맞서 최후까지 항쟁하다 총탄을 맞고 숨진 윤상원과 '노동자의 누이' 고(故) 박기순이었다고 회고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그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바쁘게 가버린 40년, 더 이상 잊혀지지 않는 역사를 위해 올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기념행사에는 곳곳을 찾아 기억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크게 불러보리라 다짐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뛰는 심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담으며…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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