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나는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편집국 칼럼] “나는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6.01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통분담의 시대…일본 최고 재산가 손정의

코로나19가 휩쓸면서 전 세계가 못 살겠다는 아우성들이다.

국가뿐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가 연쇄적 구렁텅이에 빠졌다고 호소한다.

이런 가운데 극한 역경을 발판으로 일어서서 일본 최대의 재산가이자 기업인으로 우뚝 선 손정의(63) 소프트뱅크 회장의 발자취가 우리에게 역경 극복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밝힌 일본 제1의 부자로, 28조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500조 원이 넘는 투자 자산을 한손에 쥐고 있는 한국인 3세 손정의 회장.

참고로 포브스가 최근 밝힌 ‘한국의 부자들 2019’를 보면 1위 이건희(78) 삼성전자 회장 19조 원, 2위 서정진(62) 셀트리온 회장 8조 원, 3위 김정주 NXC 대표 7조 원, 4위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7조 원 등이었다.

손 회장은 어떻게 일본 제1의 부자가 됐는가?

손정의는 일본 사가현의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2차 세계대전 전부터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집단 판자촌으로 번지수도 없는 곳이었다.

할아버지 손종경은 대구에서 18세 때 건너와 탄광일과 소작농으로 살았다.

손정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가난한 판자촌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할머니가 끄는 리어카를 타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음식 찌꺼기를 모아 가축을 길렀다.

아버지 손삼헌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선 장사부터 술장사에 이르기 까지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일본인들의 멸시 속에서 살았던 아버지의 한 맺힌 바람은 아들 4형제가 출세하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손정의가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자 가족들에게 다짜고짜 이사를 가겠다고 결정한다.

“정의가 명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시골 야하다에 있어서는 안된다. 후쿠오카 같은 큰 곳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렵사리 집을 지은 지 3년 밖에 안됐지만 명문고 진학을 위해 중학교 초창기부터 대도시로 이사한 것이다.

‘맹모삼천지교’를 아버지가 실천 한 것이었다.

손정의 역시 조부모와 부모님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생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반드시 출세해서 식구들을 편안히 살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똑똑한 행동을 하는 아들을 대할 때마다 “너는 천재야, 너는 일본에서 최고가 될거야, 반드시 일본에서 위대한 인물이 될거야“라고 말해왔다.

그런 기대만큼 손정의는 중학교에 전학온 지 1년 반 만에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고교 1학년 때에는 4주 동안 캘리포니아대학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미국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출세 가능성을 보고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아버지는 이러한 뜻을 알고 그의 고교 중퇴와 미국행을 지지했다.

단 하나의 조건은 “미국여자와 결혼하지 않는다면”이었다.

그것은 한국인으로서 일본인들에게 당한 설움을 결코 잊지 않고 한국인의 피를 이어간다는 뿌리깊은 지조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크고 자란 손정의는 1989년까지 한국 국적이었는데 손정의란 이름으로 국적을 일본으로 변경할 때 “손씨 성이 일본에 없다”고 거부당하자 부인의 성씨를 손씨로 먼저 개명 한 뒤 국적을 손씨로 바꿨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1981년, 25세였던 손정의는 후쿠오카에서 PC용 소프트회사를 설립한 뒤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을 운영하며 IT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사를 설립하여 재벌에 합류했다.

손정의는 가난 속에서 피와 눈물로 일어난 오뚝이 인생의 상징이다. 손정의 앞에 붙는 ‘일본 최고의 부자’라는 수식어는 역경 속에서 피어난 연꽃의 또다른 이름이다.

오늘날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손정의는 어떻게 바라볼까?                                                                   
                                                                                 /편집국장 백형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