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한국 재벌에 ‘Gapjil’용어 선물
미 언론, 한국 재벌에 ‘Gapjil’용어 선물
  • 백청 기자
  • 승인 2018.04.18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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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창피할 때가 있다. 특히 외신에 나타난 한국인의 수준 이하 행동에 대한 보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NYT) 신문에 ‘갑질(Gapjil)’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새로운 시사용어가 영어로 생긴 것이다. NYT는 ‘갑질’이란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하며 ‘마치 과거 중세시대에 영주처럼 재벌이나 그 회사 임원들이 부하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는 소위 재벌(Chaebol)로 불리는 집단이 마치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그 재벌 가족은 스캔들이나 형제간 싸움으로 자주 연루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름 아닌 대한항공 사건이 국제 뉴스를 타고 있는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을 뿌린 이른바 ‘물 벼락 갑질’ 의혹에 대한 외신 뉴스가 온통 대한민국을 창피스러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NYT는 그러면서 한국 경찰이 조 전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 전무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의 여동생이라는 것도 밝혀 주었다.

로이터 통신은 또 최근 며칠 동안 수천 명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한항공의 변화를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청원으로는 회사명인 ‘대한항공’에서 국가 이름인 ‘대한’이란 말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며 국기의 상징인 태극 문양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교토 통신도 12일 뉴스에서 ‘대한항공 또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을 소개했다. 후지 TV에서도 언니는 ‘땅콩 여왕’이었는데 이번에는 동생이 ‘물 끼얹기 여왕’이라는 표현으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중국도 이 같은 비난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가족, 그것도 여자 형제간이 일으킨 이 같은 갑질은 대한항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민항기라는 점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이 경쟁사인 대한항공을 비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사실이 사실인 만큼 우리나라의 재벌에 대한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감출 수 없는 노릇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하기시킨 사건의 주인공이다.

문제를 일으킨 동생 조현민 전무는 83년생이니까 올해로 35세이다. 그 언니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킬 때 부사장이었다. 집안이 짱짱하니까, 말하자면 재벌이니까 그 나이에 그 위치에 오른 것이다.

출세를 하는데 나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인격이 문재다. 재벌이면 다가 아니다.

돈과 권위로 모든 것이 통하는 시대는 사라져야 한다.

대기업이 영속하려면 회사를 이끌어 갈 인재가 사람다워야 한다. 그래서 흔히 부자 3대를 못간다는 말을 한다. 인격 수양이 덜 되고 자질이 부족한 경영진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통솔하고 이끌겠는가. 그런 집단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자금력이 조금만 허술하게 되면 바로 흔들리며 파산 위기에 직면한다.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따갑다. “어쩌면 그렇게 자식농사를 못 지었냐”는 지적이다. 물론 재벌이니까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겠지만...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결과가 기대된다.

법원이 판결이 내려진다면 대한항공의 자녀들에게는 ‘갑질’ 당하는 쪽의 서러움과 피눈물을 체험하는 ‘을질’을 당하는 선고를 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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