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정의란 무엇인가?”…숨 쉴 수 있는 자유?
[편집국 칼럼] 정의란 무엇인가?”…숨 쉴 수 있는 자유?
  • 장성투데이
  • 승인 2020.06.0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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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미국에서 발생한 한 흑인 죽음으로 흥분하고 있다.

백인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두고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까지 인권을 뒤돌아보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네소타주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데릭 쇼빈 전 경관이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9분 가까이 짓눌러 숨지게 했다.

자동차 바퀴 밑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갔다.

미국의 한 TV방송에서 플로이드의 아내는 아빠가 어떻게 죽었는지 묻는 6살짜리 딸에게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빠는 숨 쉴 수가 없어서’ 라는 말 뿐이었다”고 말했다.

아빠의 죽음을 설명하는 가장 짧고 슬픈 표현이었다.

또 플로이드의 아들은 아버지가 숨진 미니애폴리스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과 관련해 정의를 원한다”며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번 분노는 한 가족과 흑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역으로,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어떤 시민들은 “내가 플로이드다”라고 외치며 미국 성조기를 거꾸로 펼치며 시위에 나섰다. 미국 미네소타주가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 않고 시위를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통행금지를 어기거나 데모대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사람들이 1만 명이 넘었다.

영국이나 프랑스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한국에서도 프로이드 지진의 충격파가 일고 있다. 

한 명의 흑인 + 범죄 + 목 눌림 = 죽음.

이 간단한 공식이 태평양을 넘는 해일 같은 세계적 파문을 불러일으킨 원인은 무엇인가?  

이 공식에서 우리는 ‘정의란 살아있는가’라는 반문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정의론의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실제로 하버드에서 강의한 수업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당시 강의는 현재까지도 하버드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강의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에서도 200만부를 돌파한 명저이다.

이 책에서 샌델은 공리주의 철학자 벤덤이 말한 다중의 이익과 칸트가 강조한 개인의 존엄성을 직접 비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로든 개인의 자유나 행복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칸트의 이론에 가치를 두었다.

인간의 보편성은 ‘공정한 세상을 희구하면서 그 세상에 도달하기 위한 공정한 룰’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에 분노하게 된다. 불공정한 세상에 정의라는 이름으로 횃불을 들고 싶은 것이다. 

비록 그것이 흑인이기 때문에 또는 외국인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여자라서, 노동자라서, 가진 것이 없어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똑같은 악질 경제사범이어도 대기업 회장이나 권력자들은 종이 처벌을 받고 돈 없는 일반인들은 준엄한 처벌을 받는 모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같은 분노가 한국 사회에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저 멀리 1백여 년 전에 일어났던 동학농민운동의 거센 물결뿐만 아니라, 40년 전의 1980년 전두환 군부 일당의 반민주주의 행태에 분연히 일어났던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횃불’이 있는가하면 가까이는 장성군에서도 숨 쉴 자유를 외치며 군청에서 시위를 벌이던 ‘악취 풍기는 돼지 축사 반대’ 데모도 있다.

어느 하나라도 소중하지 않는 몸짓은 없다.

현대사회는 이익충돌의 시대다. 크던 작던 집단과 개인, 이익과 손해의 충돌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면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일 것이다.

고조선 시대에 남겨진 8조 금법에도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相殺以當時償殺)’고 했다. 보통의 사형 집행이 아니라 ‘즉시 사형’이었다.
사회에서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는 그 어떤 계율을 칸트는 정언명령(定言命令)이라 부른다.

행위의 형식, 목적, 결과에는 관계없이 그 자체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할 도덕적 명령을 말한다. ‘살인은 안 된다’는 것은 정언명령의 첫 번째다.

플로이드의 딸이 “우리 아빠가 어떻게 죽었어?”라고 묻는다면 나라가 어떻게 대답해 줄 것인가?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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