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퇴직 후를 생각하는 베이비 부머에게 고함!
[편집국 칼럼]퇴직 후를 생각하는 베이비 부머에게 고함!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6.1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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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놓으세요. 그러면 만족이 보이리니…”

퇴직 후엔 어떤 삶이 행복할까?

과연 어떤 삶을 꿈꿔야 할까?

인간에 따라 수만 갈래 삶의 방식이 존재하기에 정답 없는 우문이지만 그 만족할 결론에 이르는 공통된 과정이 있다.

그것은 “내려 놓으세요”라는 여섯 글자였다.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대안이 ‘과거의 화려한 나 내려놓기’다.

최근 고용정보원이 퇴직 후 만족스러운 삶의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베이비 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이해를 위한 연구』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55∼63년생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와 건강·경력 등을 상세히 조사하고 인터뷰도 담았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1963년 태어나 70년대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 과정, 80년대 민주화운동, 97년 IMF 외환위기 등의 사회경험을 공유한 집단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전쟁의 소용들이 뒷 끝에 태어나 못 배우고 굶주림에 허덕이면서도 가장 바쁘게 살아온 아버지, 어머니들의 세대이다.

자신들은 ‘부모님을 끝까지 봉양해야 효자’라는 관념 속에 부모님을 머리에 이고 살았지만 자식들에게는 ‘구시대’라고 천대받고 노후 보장은 쉽지 않는 불운한 산업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은 정신없는 삶을 살다가 나름대로 성공하여 퇴직에 가까운 60대에 접어들거나 70대에 도달하는 중노인층이 됐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가?

고용정보원은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시장 변화 등에 대비해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설계를 돕고, 국가적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현실 속에서 답을 찾고자 이번에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몇몇 사례롤 보자.

#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까지 승진한 뒤 퇴직한 A씨(남, 62세)는 공사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취업했다.

그는 “정년 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내 자신의 생활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 상고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총무와 영업 등을 거쳐 퇴직한 B씨(남, 62세)는 자격증을 취득하여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갑작스럽게 닥친 퇴직 당시 자녀들이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토록 버틴 주된 일자리에서는 “손에 쥔 것 없이” 나와 허탈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타인과의 비교와 돈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아직도 출근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 하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고, “아들이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문자도 하더라”고 말했다.

# 호텔조리부에서 33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C씨(남, 64세)는 요리사 밴드(네이버의 모임형 SNS)에 가입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가운데 직원 식당 등 여러 곳에서 1~3개월의 짧은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항상 요리사란 자부심을 갖고 성실과 책임감으로 살아왔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말고 살아보자고 생각하고, 취미인 레고 조립 등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산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보면 평생을 헌신하듯 보낸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특성은 화려했던 과거와 비교하지 말고, 본인의 나이와 현실 등을 파악하고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작은 일자리지만 ‘아직까지는 쓸모 있다’는 존재감을 찾아가면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 추가돼야 할 기쁨을 추천하고자 한다.

有朋 自遠方來(유붕 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낙호)? 즉,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에 나온 말로, 열심히 일하며 일장춘몽을 다 보낸 뒤에 잊었던 죽마고우가 찾아와 세월을 노래할 수 있다면 그런 기쁨이 어디 일겠는가.

공자께서 2천5백년 전에 남긴 말씀이지만 하나도 틀림이 없다. 버리면 채워진다 했거늘…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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