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뒤통수 치면 어떻다고?
[편집국 칼럼] 뒤통수 치면 어떻다고?
  • 장성투데이
  • 승인 2020.06.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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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재산이 엄청나게 많으면서도 백성을 속이고 뒤통수를 잘 치는 왕이 있었다.

왕은 즉위 30년 째를 맞아 큰 자선행사를 열겠다며 백성들을 궁궐의 창고 앞에 모이게 했다. 구두쇠 왕이었기에 ‘행여나’ 했던 백성들은 창고 앞에서 왕이 창고 문을 열며 “사랑하는 백성들이여, 오늘은 창고에서 쌀을 맘껏 가져가도 좋다”는 명을 들었다.

횡재를 만난 백성들이 쌀을 가져가려는 순간 왕은 조건을 내걸었다. “사랑하는 백성들이여. 쌀을 가져가되 반드시 여러분이 가져온 바가지로 퍼서, 여러분이 가져온 쌀 자루에 담아 가야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결국 백성들은 하얀 쌀을 바라보며 허망하게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재산을 한 톨도 낭비하지 않고 통쾌하게 뒤통수를 친 왕은 즉위 31주년을 맞아 또다시 큰 자선행사를 열겠다고 백성을 모이게 했다.

백성들은 왕의 못된 행실을 아는 터라 “또다른 속임수를 쓰겠지”하며 대부분 믿지 않았는데 몇몇 백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가지와 쌀 자루를 가지고 갔다. 이런 장면을 예견한 왕은 “백성들이여, 자기가 가져온 바가지로, 자기가 가져온 쌀 자루에 맘 껏 담아가도록 하시오”라고 명했다.

백성들은 똑같은 조건으로 행사를 치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대부분 허망하게 빈손으로 돌아갔다. 다만 몇몇 백성들은 쌀을 맘껏 담아올 수 있었다.

이를 본 백성들은 “뒤통수를 잘 치는 왕이지만 자신의 즉위식 행사 때만은 거짓 없이 국민들에게 베푸는 구나”라며 칭송했다.

재산을 온전히 지키면서 칭송을 받은 왕은 즉위 32주년을 맞아 다시한번 최대의 자선행사를 예고했다. 그때 왕은 백성들이 창고 앞에서 바가지와 쌀 자루를 들고 쌀을 퍼가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백성들이시여, 이 많은 쌀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맘대로 가져가도 좋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가져온 쌀 자루에다 쌀을 반드시 한 톨 씩 주어 담아야 합니다. 바가지는 안됩니다. 한 알 씩 담은 뒤에 자루가 리셋 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요”

이 말을 들은 백성들은 “어떻게 이걸 한 알씩 담습니까? 퍼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왕은 “작년에 똑같은 조건으로 자선행사를 했으나 나를 믿지 않고 불과 몇 사람만 믿었지 않느냐. 그대들이 똑같은 조건을 싫어하는 것을 보고 올해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을 뿐이다”라며 강행했다.

왕으로부터 즉위식 행사에서까지 제대로 뒤통수를 당한 백성들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왕을 잡아다가 광장에서 처형했다.

우화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그 많은 재산을 가진 왕이 베풀 줄 모르고 백성의 뒤통수를 친 댓가는 자신의 목이었다.

뒤통수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머리 뒤편, 즉 보이지 않는 곳을 말한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보이는 곳의 진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의 진실도 같은 무게여야 한다.

어둠 속에서의 얼굴과 밝은 빛에서의 얼굴이 판이하게 다르다면 그것은 인간의 얼굴이 아니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이같은 형상을 하는 신을 야누스 신이라 불렀다. 두 얼굴을 가진,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우리 사회에서 야누스의 형상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정치 세계다.

같은 정당인으로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동료인듯 하면서도 자신의 존립에 위태롭게 느껴지면 가차없이 적으로 돌변한다. 상대를 물고 늘어지고, 추락시켜야 내가 안전하게 산다는 논리가 적용되는 곳이 정치판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전남도의회 의장 선거가 치러졌다. 장성군에서 전남도정 사상 처음으로 도의장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막강한 위상을 지닌 자리인 만큼, 50여 명의 의원들 끼리 밀당 전술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 뒤통수를 치는 행위가 곳곳에서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같은 집안은 물론, 같은 동문, 동향 끼리도 사활을 건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곳이 정치판이기는 하다.

그러나 의리를 배반한 뒤통수의 결과는 ‘죽음’임을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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