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칼럼] 승진전보의 계절- “마음도 이사를 하라”
[편집국칼럼] 승진전보의 계절- “마음도 이사를 하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7.0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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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음방초의 계절
사방이 녹음방초가 드리워진다.
더 이상 푸를 수 없는 경지다.
계절이 완연하게 보인다.
계절을 안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뜻인데,,.
사계절을 여러 번 경험해가고 있다는 뜻일까?
지금의 녹음이 다가올 낙엽을 막을 수 없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계절은 우리에게 ‘영원한 것이 없음’을 고지하고 있다.

# 이동의 계절
관료들의 이사철이다.
민선 7기 후반기를 시작하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많은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장성군청에도 무려 200명이 넘는 자리에 승진.전보 등 인사이동이 있었다. 과장급 이동과 읍면장 전보는 물론 농업기술센터소장과 맑은물관리사업소장도 새로 임명됐다.
장성군의회에서도 의장을 비롯한 부의장 상임위원장의 변동이 이뤄졌다.
밖으로는 장성경찰서장도 새로 부임했다.
때로는 희망에 따라 머물지만 때로는 쫓겨서 가기도 한다.
목민관이라는 사명감으로 싫든 좋든 운명적으로 가야만 한다.
공직의 명에 따라 배정받은 이상, 모두들 새로운 자리에 맞춰 의자를 당겨야 한다.
그리곤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 관습적으로 업무에 몰두하며 규범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 규범이 정의인가?
공직자들 사이에선 공무 수행에서 규범에 따르면 된다는 사실이 ‘사회적 정의’로 해석되고 있다.
민원 처리에 있어서도 법령이나 규정에 근거하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어긋나면 무조건 안된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마찰이 자주 발생한다.
조선시대에 가장 훌륭한 왕으로 꼽히는 정조대왕은 나라의 규범인 경국대전에 나와 있는 조항이라 할지라도 백성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면 적용하지 않았다. 굳이 개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백성을 위한 혁신이었다.
지금같은 법치주의 현실에서 현행규범을 도외시하고 민원을 처리하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하는 기초자치단체의 행정행위는 지역민의 편안한 삶에 모든 토대가 있다. 규범만을 따라가다 지역민이 아파하는 줄은 모르고 최소한의 행복할 권리를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
마음이 건너편으로 이사를 가서 민원인의 자리에 앉아보길 권한다.

# 안에서는 밖을 모르는 것?
파도가 하늘에 닿을 듯이 몰아쳐도 배 안의 사람들은 그 두려움을 모른다. 다만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죽음을 넘나드는 그들에게 간담이 서늘할 뿐이다.
연회장에서는 술에 취해 아무리 난리법석을 피워도 동석한 사람들은 그 아수라장을 잘 모른다. 다만 밖에서 듣는 사람은 이를 못마땅해 혀를 끌끌 찬다.
‘채근담’에서는 이런 비유를 들고 ‘비록 업무를 신중히 일을 하고 있다 할지라도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돌이켜 생각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스스로가 당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업무의 본질을 잃지는 않았는지를 재고하라는 가르침이다.
 
# 성현들은 말하고 있다.
이익과 욕망이 솟구치면 인생은 불타는 지옥이 되고, 탐욕과 집착에 빠져들면 인생은 곧 고통의 바다가 된다.
일순간이라도 마음이 깨끗하면 뜨거운 열정이 청량한 연못을 이루고, 찰나에도 마음이 깨달으면 고통의 바다를 건너던 배도 어느새 피안에 다다른다.
마음가짐을 조금만 달리하면 안과 밖의 상황이 이처럼 확연히 달라지니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성현들은 말한다. ‘행복과 재앙은 다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새로운 자리에 앉은 공직자들에게 ‘마음의 이사’를 권하고 싶다.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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