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꺼져라, 권력에 알랑대는 기회주의자여!"
[편집국 칼럼]"꺼져라, 권력에 알랑대는 기회주의자여!"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7.13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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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라, 권력에 알랑대는 기회주의자여!"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끼리끼리 모여 환장해 춤추네

싸구려 천지 자뻑의 잔치뿐

중독은 달콤해 멈출 수가 없어

쩔어 사시네 서글픈 관종이여

잘가라! 기회주의자여”

온몸을 찡하게 전율로 멍들게 하는 노랫말 가사다.

대표적인 민중가수 안치환이 7일 발표한, 자신이 작사·작곡한 신곡 ‘아이러니’의 전문이다.

그가 미래의 새벽을 고대하며 불렀던 또다른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와는 사뭇 다른 ‘현실적인’ 노래말이다.

노래를 감상하면서 그가 목청이 터질 듯이, 두발로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토해내는 그 몸짓에 심장이 떨림을 느낀다.

이 노랫말에서 우리가 왜 그를 민중가수로 소중히 여기는지를 알게 한다.

그는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향해 온 몸을 바치는 눈 먼 기회주의자들을 대상으로 거침없는 풍자와 비판을 토해내고 있다. 그의 외침 앞에는 두 팔 벌려 환호하는 군중의 함성이 있는 듯하다.

“왜 이러니?, 다 이러니?”하며 흔히 할 수 있는 푸념을 한 차원 승화시켜 노래로 세상에 토해내는, 그의 뜨거운 가슴을 느끼게 한다. 그리곤 더 크게 외치고 있다. ‘꺼져라 기회주의자여~~’라고.

사람들 앞에서 정의를 말하고 진실을 떠들어 대면서, 한편으로는 그러한 힘을 딛고 올라 권력에 줄을 서는 비굴한 자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특히 권력을 향해 둘러앉은 진보주의자들의 타락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순수함이 무뎌지고 음흉해졌다고 봤다.

그러다보니 보수주의자들까지도 민중가수에 대해 박수를 쳐대는 특이한 현상이 생기고 있다. 좌파는 좌파대로, 우파는 우파대로 그들의 논리를 펼치는데 안치환의 저항의 몸짓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 김남주 시인이 말했던 “그러한 노래를 듣고 부끄러워해야할 놈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신경 쓰지 말고 맘껏 불러라”는 직언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어느 편이나 진영을 막론하고 시민의 힘이나 촛불정신, 보통 사람들의 희망으로부터 권력의 과실을 따 먹는 자들에게 자신을 위해 권력을 쓰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외치는 이유는 권력, 특히 거대 권력, 절대 권력의 속성을 두려워해서일지도 모른다. 권력이 비대해지면 그 권력이 영원할 줄로 믿는 권력자들의 어리석음, 그 권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불나비 같은 속성을 잊어버리는 권력자들의 어리석음을 견제하려는 깊은 뜻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권력은 탐하는 자의 것이라지만 너무 뻔뻔하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주의자들의 생명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이 노래가 권력에 알랑대는 기회주의자들에 대한 것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과 정의의 문제다”라고 왜곡된 해석을 경계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권력의 낮은 언덕에 자리한 사람들은 존재의 가치는 무엇일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존재 가치는 오직 한 표, 한 표의 민초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 민초들은 바람에 쓸려 바람 이는 대로 고개 숙이지만 그들은 대지를 살 찌웠고 지구를 푸르고 튼튼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권력의 불빛을 향한 사람들은 권력의 휘황찬란한 불빛에 가려 민초들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안치환은 외친다.

“깜냥도 아닌 것이 권력에 알랑대다 완장이나 차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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