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범람하는 물길을 틀고 막아라!!”
[편집국 칼럼] “범람하는 물길을 틀고 막아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7.2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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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천하통일의 비결

혼돈의 시대인 BC 5세기 경, 중원 대륙에서 오직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춘추전국시대의 서막이 열린다.

각지의 제후들 사이에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지고 마침내 흥망이 가려져 전국 7웅으로 불리는 일곱 나라가 남게 되어 역사에 이름을 알린다.

그러나 BC 221년, 전국 7웅을 차근차근 정복하여 중국 역사상 최초로 전국을 통일하고 천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최후의 승자가 나타나니 그가 바로 진(秦)나라 첫 황제인 진시황이다.

진나라는 중국의 가장 척박한 지역인 서쪽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농산물도 풍부하지 못하고 교통도 매우 불편하여 상업도 발달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나라였다. 다른 제후국들이 이 나라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가장 험난하다는 천하제일의 험관인 ‘함곡관’을 통과해야 하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그런 진나라가 어떻게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요인으로는 폭군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친 진시황의 강력한 리더십과 결단력, 인재 등용술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그런 대업을 황제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 그 곁에는 통일을 가능케 한 세 명의 인재가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그의 이름을 딴 정국거(鄭國渠)라고 불리는 120km에 달하는 대수로를 만든 치수(治水)정책 전문가인 정국(鄭國)이란 사람이었다. 

정국은 원래 진나라 사람이 아니라 전국7웅 가운데서도 가장 약체였던 한(韓)나라에서 보낸 스파이였다.

한나라는 진나라와 경계를 맞대고 있었는데 진나라가 세력이 점점 강대해지자 진의 국력을 약화 시키기 위해 피진계(疲秦計:진나라를 피곤하게 만드는 계책)를 쓰기로 하고 이를 감당할 첩자로 정국을 보내기로 한다.

정국은 한나라에서 궁녀를 추행한 죄를 뒤집어 쓴 뒤, 사형을 면하기 위해 진나라로 망명한 것처럼 위장하여 진나라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된다. 그러다가 진나라 국력을 낭비시킬 목적으로 대수로(大水路) 공사를 할 것을 제안한다. 엄청난 인력과 돈이 들어가 국력이 피폐해지고 백성들의 원성을 자아낼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진시황은 그 제안을 선선히 받아들이고 즉시 대운하 건설공사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도중에 정국이 한나라 첩자라는 것이 밝혀지자 진시황은 대노하여 그를 처형하려고 한다. 그러자 정국은 ‘자신이 첩자인 것은 맞지만 지금 추진하고 있는 대수로가 완성되면 진나라에 큰 이득이 될 것이며 그것은 황제의 만세지공(萬世之功)으로 남을 것’이라며 황제를 설득한다.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한 진시황은 그의 이론이 타당성이 있음을 알고 정국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10년의 공사 끝에 대수로 공사를 완성한다. 이 수로가 정국거(渠:도랑 거)이다.

이후 진나라는 보잘것없던 황폐한 땅이었던 관중 지역의 엄청난 면적에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여 천하의 곡창지대로 만들고 강한 국력을 기르게 된다. 부를 기반으로 활달한 도로망을 구축하여 주변 국가를 침공할 수 있는 교통로를 열었고 험난한 지역인 함곡관을 활용해 다른 제후국들이 침공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 북방민족의 공격을 방어하고 위해 6국을 정벌하기 앞서 만리장성의 토대를 쌓기 시작하며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

토목대국이었던 진나라는 이렇게 제후국을 쓸어버리고 춘추전국시대 패권을 쥐며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대업을 이룬다.

어떤 국가, 어떤 왕조에서든 범람하는 물줄기를 다스리는 치수(治水) 문제가 치자(治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심지어 적국의 첩자가 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대운하 정책을 장려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천하통일을 이룬 원동력이 됐다.

최근 계속되는 폭우로 황룡강이 불어나면서 장성군의 치수사업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치수 사업의 중요성은 아무리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나라의 백년 근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예측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치수사업에 올인하여 부국강병을 꽤하던 역사의 선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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