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유일 ‘이야기 할머니’ 박숙희 여사
장성 유일 ‘이야기 할머니’ 박숙희 여사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0.07.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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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동차를 안 타고 걸어갔대요?”

“왜 옛날 사람들은 자동차를 안타고 힘들게 산을 걸어 올라갔대요?”

초롱초롱 눈망울을 한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옛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장성에서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야기 할머니’ 박숙희(67) 여사가 수업하는 날 교실 풍경은 지금은 사라지거나 달라진 과거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찬다.

올해 박 여사는 장성 분향초 병설유치원과 사창 단설유치원, 상무 어린이집 등 장성 관내 3곳에서 특별활동 형태로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하고 있는데 1주일에 1번 씩 진행된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위해 선인의 지혜나 전래동화 속 교훈을 전해주는 전국 사업이다. 진흥원에서는 엄선된 전래 이야기를 전국의 희망 교육기관에 보급, 옛 이야기를 할머니들의 구수한 목소리로 들려 준다. 진흥원은 일정한 수준의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지역별로 선발하는데 장성에는 박 여사가 유일하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할머니 언제 또 와요? 날마다 오면 안돼요?’라고 묻는 질문에 당혹스럽기도하고 다음 시간이 기다려 지기도 한다”는 박 여사는 “마치 손주를 보듯, 설레임이 앞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야기 할머니’ 수업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진흥원이 전국의 이야기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매주 이야기 대본을 하나씩 제공하기 때문에 대본을 외워야하고 그에 맞는 손짓과 몸놀림을 연구해야하기 때문이다.

2013년 ‘이야기 할머니’ 교사를 모집할 때 4.7:1의 경쟁률로 합격한 박 여사는 아직도 면접 때 떨림이 생생하다. 가정주부로 지내던 중 98년부터 학생 상담 봉사를 해오던 박 여사에게 아이들 대하기는 베테랑급이었다. 우연히 함께 상담을 하던 다른 선생님이 이야기 할머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신청을 해 얼떨결에 합격했다.

박 여사는 장성과 가까운 옛 광산군 출신으로 2006년 장성에 보금자리 마련을 시작하며 인연이 돼 대학에서 공직 생활을 하던 남편과 황룡면에서 은퇴생활을 시작했다.

 평생교육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여사는 “화순에 10명, 담양에 7명의 이야기할머니가 있어요. 장성에 여러 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서 하고 있지요”라며 “장성에도 많은 할머니들이 선발돼 아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많이 제공 받았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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