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칼럼] 황룡강 폭우 범람, 다시는 이런일이 없어야…
[편집국칼럼] 황룡강 폭우 범람, 다시는 이런일이 없어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8.1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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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속에서 끈기있게 노력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을 ‘우생마사(牛生馬死)’라고 한다.

말과 소가 물에 빠졌을 때 말은 제힘만 믿고 이리저리 헤엄치다가 제풀에 지쳐 죽게 되지만, 소는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면서 천천히 헤엄쳐 끝내 물가에 닿아 목숨을 구한다는 고사성어다.

때로는 우직하게만 보이는 소가 영물임을 말해주는 사연이 전국적인 호우 재난 속에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장마로 강물이 범람하면서 소떼들이 축사를 뛰쳐나와 수십 킬로미터를 헤엄쳐 살아나오거나 지붕 위로 올라가 재난을 피한 장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례에서 섬진강 급류에 휩쓸렸던 암소 한 마리는 67㎞를 헤엄쳐 사흘 만에 경남 남해군의 한 무인도에서 구조됐다. 이 암소도 새끼를 밴 상태였다.

또 지붕 위로 올라가 화를 면한 암소는 구조된 지 이틀만에 새끼를 무사히 순산하기도 했다.

또 전남 구례지역에 내린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하며 축사가 침수되자 탈출한 소떼들이 해발 531m 절벽 위의 암자로 유명한 사성암까지 올라가 피신한 사연도 눈길을 끌고 있다.

소 떼들은 울음 한번 울지 않고 누가 가르쳐준 곳이 아닌데도 고지대로 피신했으며,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소 떼들은 일명 ‘절간으로 피신한 보살님 소’가 됐고 사성암은 동물들까지도 찾아가는 절간으로 또한번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성암 스님들 조차 ‘쏟아지는 빗 줄기 속에서 강가에서 암자까지 올라오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어떻게 길을 알고 찾아 올라왔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소 떼들을 몰고 그곳까지 올라간 우두머리가 참으로 지혜롭다.

인간 사회도 리더들이 잘해야 공동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라고 정치권을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폭우로 토사에 밀려 매몰되 지 8일 만에 어미 개의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살아난 강아지들의 사연이 모정의 애끓는 단면을 보여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여천시에서는 주인없는 개가 울부짖는 것을 알아챈 주민들이 매몰 7일만에 두 마리의 새끼를 흙더미에서 구해냈다.

그런데 구조 하루 뒤 동물병원으로 새끼와 어미개를 이송하려 하자 어미개가 목줄을 끊고 뛰쳐나가 땅속을 헤치며 계속 울부짖는 것을 보고 또다시 3m 옆의 흙더미 속에서 새끼 두 마리를 추가로 구해내는 감동 어린 사연이 소개됐다.

이 사연을 전해들은 국민들은 ‘저렇게 애절하게 자식을 살리려고 감싸안는 부모의 심정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워했다.
동물이지만 결코 동물같지 않는 신비로움이 전해진다.

이렇듯 자연재해는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재앙을 남긴다.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기상이변은 어느 국가, 어느 시기를 가리지 않고 인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20여일 계속되는 집중 호우에 대한민국이 쑥대밭이 된 느낌이다. 남부지역을 강타하던 폭우가 중부권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이 아수라장이 됐다.

코로나에 억눌린 한반도가 이제는 폭우피해로 끙끙앓고 있다. 장성에서도 지난 89년 대홍수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려 재앙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재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하늘이 내린 기록적인 폭우라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은 아마도 그런 기상 예측을 제대로 예측 못한 인간, 즉 기상청의 무능력을 들 수 있다.

최근 불거진 황룡강 범람의 책임 소재에 대해 ‘누구 탓?’을 거론하고 있다. 장성호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에게 ‘수위 관리를 잘못한 책임론’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물을 보약처럼 가두어 놓은 뒤 농업용수로 사용’해야 하는 농어촌공사의 입장은 기상청의 예보를 바탕으로 전후 사정을 감안하고 영산강홍수통제소와 조율하여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책임 소재를 떠나 범람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복구는 온 국민의 과제로 남았다.

인재였다면 누군가의 책임이 있을테고 그 책임에 대해서는 충분한 반성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인재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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