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코로나 불황가를 가다
[현장르포] 코로나 불황가를 가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9.07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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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역 번화가, 초저녁에도 불이 꺼졌다!"

썰렁한 식당가...저녁8시 이후엔 한두 테이블이 고작
소상공인들, '점포 임대료.지원책 마련해야' 볼멘소리

코로나 열풍이 장성의 요식업계를 덮치고 있다.

9월 3일 저녁 8시 장성역 앞 장성MG새마을 금고 부근 음식점 거리.

화려한 역전 골목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어느 정도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래도 이 시간대엔 사람이 제법 오가며 술맛이 나는 골목이었는데 사방이 고요한 느낌이다.

정말로 식당을 빠져나오는 사람을 드문드문 구경할 수 있을 뿐이었다.

장성에서 외지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이곳 ‘해운대 식당’은 이 시간이면 제법 고객이 몰렸다. 그러나 지금은 두세 테이블이 고작이다. 저녁 8시 넘어서 이곳을 찾아오는 새 고객은 아예 상상도 못한다. 건너편에 마주하는 ‘도깨비 마을’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근에 몰려있는 호프집이나 꼬치구이 집도 술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8시 전후인데도 고작 한두 테이블에 머물고 있다. 즐비한 좌석이 아예 텅 비어 있다. 건배사를 외치거나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모습은 추억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몇 개 업소가 어울려 가요 반주를 뿜어내던 노래방은 아예 문을 굳게 닫았다. 그나마 술한 잔 하고 나서 노래 한 곡조로 뒤풀이를 하던 장면은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암울한 사태를 덩그러니 지켜볼 뿐이다.

당국의 방침에 따라 문을 열지도 못해 당분간 영업을 포기했다. 이들 업주들은 대부분 가게를 세 들어 운영하던 사람들이어서 이대로 휴업이 지속된다면 하루 빨리 폐업을 결정하는 게 나을 판이다.

장성역전 주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식당가는 아예 몰락 수준이다. 8시인데도 마무리하며 문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불 꺼진 가계도 많을 정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반짝이는 업계가 있다.

코로나로 대면 행위를 삼가는 사람들의 주문 문화가 급증하면서 택배와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가 두배 가량 늘었다.

역전앞 청자다방 앞 노상에서 대기하며 ‘B’상호로 오토바이 영업을 하고 있는 L모 씨는 배달서비스 업계의 동향에 대해 “장성에서만 두 곳에서 대기하며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친구들이 늘어나 20여 명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점심까지 배달해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확연하게 고객이 늘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가게에서 쉽게 불러 주문을 받고 가는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는 앱을 깔아드리며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꺼진 장성역전 상가
불꺼진 장성역전 상가

한가한 장성은 군청을 전후한 중앙로 상가에서도 나타난다.

예전엔 7~8시면 단체 손님을 비롯한 저녁 식사 고객들로 제법 식당같은 맛을 풍기던 ‘24시 전주콩나물’ 집도 최근엔 ‘손님 뚝’ 시대를 절감하고 있다. 한 때는 30여 개의 테이블이 낮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이었으나 요즈엔 점심에 4~5 테이블이 보통이다. 저녁 11시까지 영업을 해왔으나 요즘은 9시면 손님이 끊겨 1시간 전에 문을 닫는다. 이곳 K 사장은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손님이 눈에 보이듯 줄었다. 어쩔 수 없이 안 하던 주문배달 영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성관내 소상공인은 약 1,500여 업체로 예상되고 있다.

장성 소상공인엽합회 이태정 회장은 이런 불황에 대해 “암담할 정도다. 한마디로 자영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상인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대책과 지원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무안군의 경우 소상공인들에게 100만원을 지원해 준 것으로 안다. 장성군도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역상품권의 대형 마트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사용과 환전에 문제가 많아 지역 상인들이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든지, 자치단체가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불편함을 없애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산한 황룡장 풍경
한산한 황룡장 풍경

장성 5일장의 대표 시장인 황룡시장도 마찬가지다.

장날인 4일 오전 10시, 평소 같으면 사람이 가장 붐빌 시간대인데 파장처럼 한가하다. 장을 보는 고객들보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많고, 물건을 실은 트럭과 진열대만 진을 치고 있는 판국이다. 오가는 사람이 이처럼 한산한데 물건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시장 사거리에서 수십년을 식자재 판매를 해왔다는 H모 씨는 “10시~11시가 가장 많을 때인데 사람이 드문드문하다. 평소보다 절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불황기를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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