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한국사회의 이중성 "당신은 털어서 먼지 안납니까?"
[편집국 칼럼]한국사회의 이중성 "당신은 털어서 먼지 안납니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9.1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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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러운 대한민국이다.

세상이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문제에 눈이 충혈돼 있다.

야당은 야당답게 털만큼 털어서 티끌 하나라도 잡아 내려고 안달이다. 언론은 그들의 충복답게 의혹에 또 다른 의혹을 달아 추한 드라마로 엮고 있다.

검찰은 추미애 장관 아들 서모(27) 씨의 군 '특혜 휴가' 의혹을 수사에 나서 당시 서씨가 복무한 군부대 지역대장이었던 예비역 중령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서씨의 휴가 승인권자로부터 휴가 연장된 경위 등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예전부터 이같은 첩보를 입수, 이미 6월에 이에대해 기초 조사를 했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내친김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다.

김종인 야당 대표가 “추미애 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한술 더 떠 “대통령의 침묵은 정의 파괴에 대한 동조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단해주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 같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던졌다.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문제로 대통령까지 들먹거리는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 출마자나 고위공직자 자녀의 군대 면제 여부를 두고 사생결단 내듯이 싸웠으나 이제는 군 면제가 아니라 ‘휴가 연장’ 문제로 야단법석이다.

과연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일까 아니면 도를 넘어버린 민주주의 국가일까?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을 가장 잘 표현한 사람으로 일본 교토대 교수인 오구라 기조라는 사람이 있다. 8년간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유학하며 한국을 관찰한 인물이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책도 펴냈다.

오구라 교수는 책에서 한국 사회를 “인간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거대한 극장”이라고 묘사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도덕과 무관한 운동선수와 연예인도 도덕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적으로 조금이라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을 벌이면 사회의 벌떼 손가락질로 매장시켜 버린다. 나라가 온통 한 인간의 부도덕성에 빠져버린다. 연예인이나 체육인의 경우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토막토막 난다.

그 누구도 도덕성에 걸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정치인의 평가는 그의 정치활동이나 정책 구현 능력이 아니라 도덕의 잣대 하나로 모든 것이 뒤집힌다. 이를 보고 어떤 학자는 ‘순백사회’라고 지칭했다.

살아남더라도 완전 걸레 조각처럼 된다. 과거의 위대한 금자탑은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그래서 때로는 자살이라는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한국인 사회는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에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이다. 권력(權力)과 부(富)는 철저히 도덕과 결합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성공한 인간의 성취와 도덕성이 잘 결합되고 있다고 보는가?

고도의 도덕 수준을 요구하는 한국인들이 자신은 그만큼 도덕을 지키고 있는가?

국민 스스로 그게 어렵다는 것을 안다. 현실에서 도덕은 책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권력과 부는 도덕과 어울리기 어려운 기름과 물의 관계다.

이처럼 도덕 쟁탈전에 빠져있는 한국인의 이중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 시카고대 교수는 한국사회를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동정심 또는 자비심을 느낌으로써 자기가 더 도덕적으로 나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사회”라고 규정했다. 철학적인 한국인의 해부다.

쉽게 얘기해서 남의 도덕성 타락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상대적 피해자에 대해 ‘나도 마음이 아픔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이 도덕적인 인간 대열에 합류됐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그들 스스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부도덕성은 어떻게든 숨기고 남의 부도덕을 들춰내는데 동참해야 한다.

그러니 세상은 변화된 게 없고 서로 손가락질만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남이 보는 씁쓸한 한국사회의 단상이다.

그런 사회에서 잘나가는 성공인이 되기 위해 한치도 하자없는 도덕성을 겸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지도자들의 도덕성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먼지 안날 자신 있습니까?”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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