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룡강의 새벽을 여는 사람 '박진홍' 농업기술센터 화훼산업팀장
/인터뷰/ 황룡강의 새벽을 여는 사람 '박진홍' 농업기술센터 화훼산업팀장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09.21 11: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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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부터 황룡강에 ‘희망의 꽃씨’ 뿌리기
밀짚모자 쓰고 트럭 몰며 밤낮으로 현장 누벼

“휩쓸린 황룡강, 10월엔 꽃강으로 다시 살려내야죠”

어둠을 뚫고 찾아오는 새벽은 활동공간의 열림이다. 박진홍 팀장의 하루 설계는 새벽 동틈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수해에 지친 군민께 ‘10월을 기대하세요’
해바라기는 벌써 꽃망울…코스모스·핑크뮬리도 쑥쑥

만물이 아직 어둠에서 깨어나지 않는 새벽 5시, 황룡강에 서서히 빛이 스며든다.

제봉산 너머에서 밝아오는 희미한 빛을 반기는 부지런한 일꾼이 한 사람 있다.

“어제 비가 3.5mm, 오늘은 1.5mm가 내렸습니다. 이틀 사이에 5mm 정도 내렸지만 해바라기 한테는 엄청나게 중요한 작용을 하죠”

지난 16일 새벽, 부슬비가 내리는 새벽 강변길에 모습을 드러낸 박진홍 팀장(장성농업기술센터 화훼산업팀장.46)의 첫 마디는 난데없는 비 타령이었다. 두 달 가까이 끊임없이 대지를 적시는 장마는 ‘웬수’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긴 장마는 식물에 습해를 입히고 햇빛 부족으로 꽃이나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는 장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박 팀장은 오랜 세월 황룡강을 지켜봤지만 올해처럼 안쓰러운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 8월 초에 내린 폭우로 폐허처럼 망가진 황룡강이 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황룡강노란꽃축제 때 환상의 꽃강을 만들어내면서 국민적 찬사를 받았던 황룡강과 비교할 수 없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였다.

박 팀장에게 황룡강은 추억의 강이기도 했다. 이곳 황룡면 신호리 태생으로 월평초를 다니던 시절, 소풍 갈 때 단골 장소가 황룡강이나 요월정이었다. 좀 멀리 갈 경우 장성호가 고작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황룡강을 다시 생명이 숨 쉬는 꽃강으로 되돌려 놓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농업기술센터의 화훼산업팀장으로서 누가 뭐래도 화훼나 조경 분야 만큼은 장성군이나 전남도에서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겠다는 자존심도 걸려 있었다.

박 팀장은 매일 새벽 5시경 기술센터로 출근한 뒤, 청바지 작업복에다 밀짚 모자를 눌러쓰고 노란색 트럭을 몰고 황룡강을 찾는다. 남이 봐선 공무원인지 농부인지 청소부인지 모를 정도다. 새벽에 현장 점검을 마치고 7시 경에 기술센타에 다시돌아와 당일 업무계획을 수립, 민간 관리요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 지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팀장의 트럭엔 언제나 퇴비가 가득하고 삽과 곡괭이, 빗자루 등이 필수품목으로 실려있다. 물웅덩이 작업에 대비, 일반장화와 가슴장화도 비치해 놓고 있다.

이동 노선도 황미르랜드에서부터 은행나무 이식현장, 연꽃정원, 해바라기정원, 장안교, 그리고 기산리 마을 앞까지 구석구석을 누비며 꽃과 나무들의 생육 실태, 물 빠짐, 고랑의 잡초 등 모든 상황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새벽 산책을 즐기는 군민들의 안전을 위해 강변 산책로의 돌맹이나 흙더미, 심지어 과자 봉지나 빈 병 하나까지도 그가 눈길을 주는 대상들이다.

“코로나와 태풍으로 지치고 답답한 군민들께서 황룡강에 새벽 산책을 많이 나오십니다. 올해는 축제 같은 거창한 행사는 없지만 황룡강을 찾는 분들에게 희망의 꽃을 피워 지친 삶에 힐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 팀장은 지난 8월부터 폭우에 휩쓸려 쓰레기 밭으로 변해버린 강변에 각종 꽃씨를 뿌리며,  주말.휴일을 가리지 않고 매일 새벽부터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중순 식재한 해바라기가 벌써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밤낮으로 돌본 정성과 치밀한 재배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다.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10월엔 노란 꽃송이를 터트리길 소망한다.
지난 8월 중순 식재한 해바라기가 벌써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밤낮으로 돌본 정성과 치밀한 재배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다.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10월엔 노란 꽃송이를 터트리길 소망한다.

 

이런 열정 덕분에 황룡강은 서서히 푸른 꽃잎이 어우러지는 꽃강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해바라기와 백일홍, 코스모스, 금계국, 핑크뮬리 등이 점차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핑크뮬리는 눈에 띨 정도로 벌써부터 조금씩 붉은 빛을 드러내고 있다. 거친 물살을 이겨낸 꽃창포도 어느덧 똑바로 일어서서 새 잎을 피워내고 있다.

황룡강 오른편 양지바른 언덕에 지난 8월 중순, 군민들과 함께 식재한 해바라기 군락지는 제법 뿌리를 내리고 손가락만한 꽃대를 품고 있다. 10월 중순이면 수백 미터의 강변길이 다시한번 노란 꽃망울 가득한 해바라기 천국으로 변할 것이다. 그에 앞서 10월 초부터는 코스모스가 강변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모든 것이 호응해야 하듯이 황룡강이 꽃강으로 변하는데는 정말 많은 분들의 땀이 묻어 있습니다. 새벽부터 산책길 청소를 도맡아 하시는 김기수 어르신(70)을 비롯, 공공근로, 희망일자리, 꽃가꾸기 관리요원 등의 헌신적인 작업은 변화의 원동력입니다. 날마다 나무 한그루, 가지 하나에도 사랑으로 돌보고 계시는 변동석 정원관리팀장(57)의 노고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박 팀장은 황룡강이 꽃강으로 변하는 데는 주위 분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날마다 맞는 행복이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원인 없는 행복은 없다. 

우리가 잠든 사이 우리를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법이다.           /백형모 기자

새벽 5시의 황룡강과 제봉산, 그리고 장성읍의 포근한 모습. 도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도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 5시의 황룡강과 제봉산, 그리고 장성읍의 포근한 모습. 도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도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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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inys 2020-09-22 16:51:34
반갑습니다. 예전에 옆에서 지켜본 박진홍팀장에 대한 기억을 간단하게 코멘트 해보겠습니다
1. 머릿속에 창의력이라는 베터리가 충전이 꽉차있어 아이디어가 수도꼭지에서 물 틀듯이 나오는 사람
2. 항상 확신과 열정을 가슴에 안고 있으며
3. 모든일에 속도감있게 행동하는 스피드맨
4.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으로
5. 무슨 과제만 주어지면 금방 뜨거워질것같은 사람으로 항상 하는일에 최선을 다했던 친구로 기억.
예측할수없는 미경험시대에 도전하고 행동을 통해서만 극복할수있는 시대인만큼 열심히 홧팅

김용엽 2020-09-22 04:50:59
숨은 장성의 일꾼을 찿아 소개 해 주셔서 마음이 흐뭇합니다.
잘 보셨습니다.
이러한 공무원상은 충분히 귀감이 됩니다.
앞으로도 장성을 살리는 기사를 기대합니다.

강애란 2020-09-21 12:27:09
아름다운 황룡강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분들의 노력이 있군요....늘 아름다운 강변을 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