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시게, 점심 살 테니 한번 오시게나”
“여보시게, 점심 살 테니 한번 오시게나”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11.02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정 김성수씨 금혼식 기념 두 번째 개인전
11월 9일~13일 장성문화원...‘서예.문인화 전’
‘인생은 60부터~’ 15년 서예 실력 한자리에
모든것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의 방하착. 윗사람과 사귐에 아첨하지 않고 아랫사람과의 사귐에 모독하지 않는다는 상교불첨 하교불독.오래오래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라는 장락무극.​
모든것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의 방하착. 윗사람과 사귐에 아첨하지 않고 아랫사람과의 사귐에 모독하지 않는다는 상교불첨 하교불독.오래오래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라는 장락무극.​

노년의 여유와 열정이 물씬 묻어난 이색 서화전시회가 장성의 가을 하늘을 수놓는다.

목정(牧丼) 김성수(金盛洙. 75) 선생의 두 번째 전시회가 11월 9일 월요일부터 13일 금요일까지 장성문화원에서 열리게 된 것.

목정 전시회는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간다’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나이 70이던 지난 2014년 첫 전시회를 연 뒤 6년 만에 두번째 전시회를 여는 이유가 이채롭다. 전시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放下着(방하착)이다. 불교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다’는 무소유의 가르침이다.

목정은 전시회 서문에서 ‘열심히 살아온 행복했던 시간들, 더 이뤄보겠다는 집착과 욕심, 이제 다 내려놓고 방하착, 미련의 끈을 놓으렵니다’라고 적었다.

전시회는 또다른 효성의 어우러짐이다.

효심 많은 삼 남매가 부모님의 결혼 50주년을 기리는 금혼식(金婚式)을 겸해 주위 분들과 친지들을 모시는 자리로 마련했다. 아버님의 정성이 담긴 서예작품을 감상하면서 추억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시회 형태로 꾸민 것이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토크쇼 형태의 서예작품 담소 마당이다.

목정 스스로도 이왕에 모실 것이라면 인생을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그동안에 친분이 두터웠던 분들을 모시고 싶었다.

그래서 5일 동안의 전시 일정을 나눠 월요일은 오픈 기념으로 활짝 열고 화요일은 동네 코흘리게 친구들과 학교 동창들, 수요일은 서예 동호인들, 목요일은 일가 친척들, 금요일은 축산인들 중심으로 점심 대접을 모시기로 했다.

목정 선생은 이번 전시회에서 대나무와 소나무, 국화를 소재로 한 사군자도 선보여 장성인의 곧은 기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목정 선생은 이번 전시회에서 대나무와 소나무, 국화를 소재로 한 사군자도 선보여 장성인의 곧은 기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제 인생에 인연을 나눈 분들이 고마울 뿐이죠. 그래서 그냥 제가 점심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바삐 살다가 ‘담에 한번 보세’ 하면서 깜박 잊었던 그리운 얼굴들도 보고 싶고요. 아무나 오세요.”

전시회 소감을 묻는 질문에 목정의 여유있는 성격이 그대로 배어난다.

전시회를 여는데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인생은 시간 여행이라 했는데 언제 이런 분들과 정담을 나눌지 아련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시회를 ‘시간 여행 속의 점심 한 끼’라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목정이 축협조합장 자리를 내려놓은 뒤 제2의 인생설계를 시작했던 60세부터의 서예작품 7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작품 한점 마다 그가 베풀며 더불어 살아온 성품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목정이 서예를 배운지 벌써 15년이 됐다. 장성문화원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오후에 서예반과 문인화반을 개설한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연마해온 솜씨는 아마추어급을 뛰어넘어 정상급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 서도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전라남도 미술대전 추천작가의 이력이 그 실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인화는 옥포 이용선 선생, 서예는 송남 양정태 선생을 스승으로 하고 있다.

“서예는 집중력을 기르는 정신수양 뿐 아니라 체력과 폐활량을 향상시키고 유지하는데 대단한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손이 떨리는 수전증 예방이나 치매 예방 등에 탁월한 작용을 합니다. 현대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서예는 인격의 반증이자 수신의 산물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이번 출품작들은 논어와 선인들의 명귀는 물론 불경의 좋은 가르침, 하서 선생의 명문장 등을 망라하고 사군자의 기개를 닮은 문인화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첨

대표적 작품의 하나가 ‘上敎不諂(상교불첨) 下交不瀆(하교불독)’이다. 해석하자면 ‘윗 사람과 사귐에 아첨하지 않고 아랫 사람과 사귐에 모독하지 않는다’라는 군자의 도를 강조하고 있다. 또 ‘堅節巖邊竹(견절암변죽) 金文正之丹心(김문정지단심)’, 해석하자면 ‘바위 옆 굳은 대나무는 김하서 선생의 단심이요’라는 삼절도의 고고함을 그린 문인화도 걸작이다. 목정이 작품에서 표현한 무장극락(長樂無極)이란 표현처럼 오래오래 즐거움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목정의 인생은 장성 땅을 사랑하는 열정 그 자체였다.

월평초등학교를 나와 광주서중, 일고,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축산기술연구소와 장성군청 축산계, 대창동물병원장으로 일하다 80년도에 성산으로 들어와 축산농장으로 가업을 일궜다.

평생을 축산인으로 살다가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며 장성축협에 뛰어든 것이 97년도였다. 당시 장성축협은 방만한 경영과 부실채권 등으로 부도 직전까지 몰려 다른 조합과 통폐합을 강요받을 정도였다. 이럴 무렵 축협조합장에 당선되자 “우리 소중한 자산은 어떻게 하고 통폐합이냐, 내가 살려보겠다”며 절치부심하며 허리 띠를 졸라매고 조합을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조합장에 재선하며 8년 동안에 가장 열악한 조합을 가장 우수한 조합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시 주변에서 ‘완벽한 3선 조합장 감’이라며 3선 출마를 권유했으나 양보의 미덕을 보이며 ‘자유인’을 선언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귀감을 보였다.

하지만 목정은 지금도 현역 선수다. 장성문화원장을 역임한 이력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향토문화와 예술 활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인 필암서원 도유사를 맡고 있으며 울산김씨 문중의 중요 업무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제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풀어주신 고마움,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목정은 모든 분들에게 그저 고마움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점심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단다.

특히 50년을 변함없이 동반자로 남아준 이삼례 여사와 그 3남매에게는 한없는 목마름 뿐이다.

큰아들 상보(50)는 KT에 막내 상윤(45)은 삼성전자에, 사위 문상현은 화순군청 공직자, 딸 윤정은 중견 건설회사에서 든든한 몫을 하고 있어 남부럽지 않다.

모든 것을 내려 놓으려는 선생의 앞날에 청산별곡의 여유와 향취가 풍긴다.

유향청원(幽香淸原), 그윽하고 맑은 향기는 멀리 풍긴다는 말이 연상되는 순간이다.

/백형모 기자

목정 선생은 이번 전시회에서 대나무와 소나무, 국화를 소재로 한 사군자도 선보여 장성인의 곧은 기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목정 선생은 이번 전시회에서 대나무와 소나무, 국화를 소재로 한 사군자도 선보여 장성인의 곧은 기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목정 김성수의 지나온 길

장성 월평초. 서중.일고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장성라이온스클럽회장

장성군축협조합장

장성군문화원장

울산김씨 장성종친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