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이봐요 트럼프, 승리를 도둑 맞았다고?
[편집국 칼럼] 이봐요 트럼프, 승리를 도둑 맞았다고?
  • 장성투데이
  • 승인 2020.11.1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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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썼던 말이다. ‘대동단결만이 살 길’이란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위기에는 범 국민적 단결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렇게 뭉쳐지는 힘을 어떻게, 어느 출구로 향하게 할 것인지가 최대의 과제다.

이런 상황을 이끄는 사람은 당연히 그 시대의 주인공인 사회운동가이거나 정치지도자 또는 혁명가들이다. 이들이 이끄는 좌표에 따라 군중, 또는 백성은 무리를 지어 행동하게 된다.

이런 군중들의 역동성은 고대 그리스나 아프리카 흑인 원주민이나, 최근의 대한민국의 박근혜 탄핵 시위, 지금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이럴 땐 ‘벌떼처럼’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흥분한 군중들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국가로 알고 있는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추악한 비민주적행태를 보이고 있다. ‘승리를 도둑 맞았다’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재판에 의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미국발 대선 보도를 보는 아프리카, 아시아의 정치 후진국에서도 ‘니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구먼’하는 핀잔이 들리는 듯 하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선거의 정점에 있는 출마자의 의지 때문이다. 심지어 출마자의 부인이나 측근들까지 ‘그러지 말고 패배를 시인합시다’라고 충언을 해도 곧이듣지 않는 출마자의 옹고집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미국 뿐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선거는 인생에 사활을 거는 전쟁에 비유된다. 선거전에 직면하면 ‘승리’라는 좌표 이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선거는 분명히 패자도 있다. 결과에 대해서도 승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패자는 ‘내가 패배할 이유가 없다. 상대방의 승리는 비정상이다’라는 도식이 그려진다.

하지만 선거에 진 이유는 분명히 있다. 출마자와 그 주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정상 까지 가는 여정에 패인이 있을 수도 있다. 도둑맞은 선거라는 것은 없다. 계엄이나 구데타 등 특별한 부정선거 계기를 제외하고 자행되기 어렵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승자를 잘못된 결과로 보며 패배를 인정치 못하는 것은 비민주주의의 극단적 표본이다.

최근 트럼프가 보여주는 아주 나쁜 행동의 하나는 자신의 선거 패배에 국민들을 부추겨 충동질하는 것이다.

드러난 표심으로 본다면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반반의 정서다. 때문에 트럼프가 그 절반의 지지세를 차기 선거까지 등에 업고 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치와 야망에 물든 한 인간의 종말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이 야욕의 보따리에 그를 지지했던 군중의 함성과 포효를 담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무리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지도자의 야욕과 선택이 있을 뿐이다. 독일을 2차 세계대전으로 몰고간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뭇솔리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현상을 일러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의 출구’라고 표현했다. 지도자가 어떤 출구로 집단과 국민을 이끄냐에 따라 국가와 역사의 분기점이 갈라진다는 말이다.

인간은 예부터 사회적인 동물이었다. 기분과 생각, 심지어 현실 인식까지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동조한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우리는 관심사와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을 정의해왔다.

패거리문화로 일컫는 이런 집단주의적 속성은 많은 점에서 인간에게 유용하다. 우리를 같은 편에게 연결해주고, 우리에게 뒷마당 너머의 정보를 전해주며,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외로움을 이겨내게 해준다.

반대로 나쁜 패거리 문화는 인간을 소외시킨다. 편가르기 하며 위화감을 조성하고 타인의 영혼을 지속적으로 멍들게 한다. 다른 집단을 결코 인정하지 않고 괴뢰집단으로 바라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냉철한 이성으로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깨닫고 옆을 보는 방법 밖에 없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아메리카합중국에서도 똑같이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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