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기 (하)
베트남 여행기 (하)
  • 장성투데이
  • 승인 2018.04.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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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한번은 꼭 봐야할 하롱베이
깍아 세운 명작 '파도 없는 용의 섬'
티톱섬 전망대에서 바라본 그림처럼 펼쳐진 하롱베이 바다 전경. 서울 면적의 3배 크기이며 2,000여개의 섬들로 이뤄진 하롱베이는 살아생전 한번은 꼭 가봐야 할 명소가 틀림없다.
티톱섬 전망대에서 바라본 그림처럼 펼쳐진 하롱베이 바다 전경. 서울 면적의 3배 크기이며 2,000여개의 섬들로 이뤄진 하롱베이는 살아생전 한번은 꼭 가봐야 할 명소가 틀림없다.

하롱베이 섬과 바다의 면적은 1,700㎢, 서울 면적의 세배가 넘는다. 그리고 물 위에 떠있는 섬의 숫자는 2073개라고 말한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마다 숫자가 틀리다. 행정기관에서 발표한 숫자도 다 틀리다.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바다위에 솟아있는 기기묘묘한 섬들은 구불구불 일주일 동안 둘러봐도 다 못 볼 면적이다.

배를 타고 하롱베이 항구를 출발하여 섬과 섬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은빛 물결에 잔잔한 비늘처럼 수면이 조용하다. 얕은 안개가 깔린 바닷 속으로부터 용트림하듯 솟아오른 하롱베이 섬들의 풍경이 멀리서 다가온다.

하롱베이의 특징은 ‘세 가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는 갈매기가 없고, 바닷물이지만 소금기가 없고, 바다지만 파도가 없다는 것이다.

갈매기가 없다는 얘기는 고기가 없다는 말이며 소금기는 염분이 떨어진다는 얘기이고, 파도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깊은 내만이라는 뜻이다.

관광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이 하롱베이 바다가 파도가 없기 때문에 염분이 형성되지 않아 소금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바닷물을 찍어 막어본 결과 정말로 짜다는 느낌이 없을 장도로 밋밋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항구 입구 쪽에만 고기가 없을 뿐 바다 가운데 쪽으로 나아가니 손바닥 만한 고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모두들 머리에는 베트남 전통 모자인 삿갓 모양의 농을 쓰거나 손에 들고 있다. 여행사에서 기념품으로 하나씩 나눠준 선물이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환상의 하롱베이를 출발한 유람선은 굽고 굽은 만을 돌고 돌아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거기가 거긴 것만 같다, 돌고나면 또다른 물 위에 섬이 나타나고 또 섬이 나타난다. 모두가 깎아지른 절벽이요 기암괴석이다. 그런데다 동남아시아 아열대성 기후 아니랄까 푸르고 두터운 열대 숲으로 뒤덮여 있다. 대자연이 빚어놓은 명품의 하나가 틀림없다. 옛 선비들이 부채를 펴들면 보이던 한 폭의 그림이나 다름없다.

한없이 풍광에 젖어 있다보니 배가 촐촐해 진다. 점심때가 다가온다. 이를 알리려는지 항해 요원들이 배 후미에선 펄덕펄덕 뛰는 생선과 꿈틀거리는 게와 바다가제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여행객들에게 보라는 시늉을 하더니 요리 준비를 시작한다. 우리가 여행 옵션으로 선택한 ‘선상 씨푸드’가 점심 상에 오르기 직전인 것이다. 군침이 돈다.

배 위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식도락이 최고다. 섬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점심 '섬상 씨푸드'에서 식탁에 오른 생선들이 군침을 돋운다.
배 위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식도락이 최고다. 섬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점심 '섬상 씨푸드'에서 식탁에 오른 생선들이 군침을 돋운다.

그림같은 선상에서 바다요리 낭만...

드디어 식탁이 채워진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작은 바다 새우 튀김과 쏙 익힘, 조가비 구이, 붉은 돔 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해산물 등등.

한마디로 바다위의 호텔식 점심 요리다. 3만원짜리 씨푸드 요리인데 멋스러움 뿐만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최고다. 하롱베이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권해보고 싶은 추천 목록이다.

3시간이 넘는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티톱 섬에 잠시 정박한다.

티톱은 러시아 최초의 우주인 이름이다.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이 왜 여기에 있으며 동상은 왜 서 있는 것일까?

알려진 바와 같이 베트남은 아마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중국 공산당이 아닌 러시아 공산당을 종주국이자 모태로 삼는 나라이다. 그래서 러시아와 친하지만 중국과는 아주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다.

참고로, 베트남은 얼마 전까지는 모병제로 군인을 운용했으나 한국에서 사드 배치문제로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나서자 베트남도 국가적인 위기감이 감돌아 최근에는 징집제로 바꿔 젊은이들에게 군대서 복무할 것을 명령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중국과는 완전 배척 관계를 보이는 상황이다.

베트남은 1962년 호치민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러시아 우주인 티톱을 초청하여 하롱베이를 둘러보며 이 섬을 관광시켰는데 그 때 티톱이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호치민에게 이 섬을 팔라고 했는데 호치민은 “이 섬은 국민의 것이라 줄 수는 없고 대신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하여 이름을 남기게 됐다고 한다.

하롱베이의 수천개 섬 가운데 유일하게 전망대가 세워져있고 아담한 모래밭 해수욕장이 있는 이 섬은 경관도 으뜸이다. 전망대에 이르는 428개의 계단을 30분 정도 오르니 볼수록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대자연의 풍광이다.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는 병풍 섬이며 은은히 오가는 유람선이며 둥굴넙적한 온대림 나뭇잎들의 향긋함이며...

아마도 베트남을 방문하는 이유로 첫 번째를 꼽는다면 이 티톱섬에서의 전망이 아닐까한다.

하롱베이 선상 일정을 접고 시내 숙소로 돌아오는데 마침 퇴근 시간을 만난다.

한꺼번에 수 백대씩 움직이는 오토바이 군단은 베트남 국민들의 질서의 상징이다. 이곳에서 두 시간 동안이면 한국인들이 평생 볼 수 있는 오토바이 숫자를 경험할 수 있다.
한꺼번에 수 백대씩 움직이는 오토바이 군단은 베트남 국민들의 질서의 상징이다. 이곳에서 두 시간 동안이면 한국인들이 평생 볼 수 있는 오토바이 숫자를 경험할 수 있다.

오토바이 천국 ‘개미군단’같은 질서행렬

온통 오토바이 천국이다. 이렇게 많은 오토바이들이 어디서 나타나서 어디로들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도로를 꽉 메운 시커먼 개미군단을 만난 것 같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어디로 가는 지 아무도 모르죠~”라는 설명이다. 그렇다. 출퇴근 뿐만이 아니라 그들만의 필요에 의해서, 구름처럼 갈 것 아니겠는가?

암튼 출퇴근 시간대에 하롱베이 시내 한복판에서 오토바이 물결을 보면 한국에서 평생 볼 수 있는 오토바이 숫자를 단지 두 시간 만에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이렇게 분주한 오토바이 물결도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승용차, 그리고 인력거까지 같은 방향과 역방향을 망라해 오가고 있지만 5일 동안의 여행 기간 동안 서로 충돌 사고가 나서 경찰이 개입한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단한 질서 유지였다.

베트남에서는 차마가 통행하는데 철칙이 있었다. 이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천천히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차나 오토바이가 피해간다. 만약 뛰거나 돌발적으로 움직이면 그 대열들이 즉시 응답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난다. 여행 가이드가 베트남에서의 행동수칙으로 ‘절대로 천천히 걸어라’를 주문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1억 명의 베트남 국민을 물결처럼 질서 있고 조화롭게 이동하게 만드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중국이 ‘만만디’를 강조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앞뒤를 살피며 배려하는 행동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철학을 지켜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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