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숙 보건소장] 자타가 공인한 감염병 전문가...재임 365일 재난복 차림
[정정숙 보건소장] 자타가 공인한 감염병 전문가...재임 365일 재난복 차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0.12.2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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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코로나 비상, 원없이 일만하다 갑니다~”

1만2천여명 진단에 군민 5명 확진... ‘군민 협조에 감사’
한시도 쉴틈없는 정정숙 보건소장은 취재 중에도 전화통화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정말이지 비상시기임을 말해주는 노란 재난재난복을 입고 올 1월 보건소장직에 취임해서 재난복을 입은 상태로 끝을 맺는 유일한 장성군보건소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는 12월 30일, 공무원 정년 퇴임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는 정정숙 장성군보건소장이 어이가 없는 듯 미소를 짓는다.

질리도록 일을 쫓아다니며, 원없이 보고하고 보고받으며, 엉덩이가 지릴 정도로 연거푸 화상회에 참석한 보건소장이다.

2020년 모든 행정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 가운데서도 방역의 최전선에 위치한 보건소는 야전부대나 다름없다. 그런 야전사령부를 이끌어온 정 소장에게 올 365일은 단 하루도 초긴장 상태를 놓을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보통 아침 7시 40분경에 사무실에 도착, 회의자료를 준비한 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영상회의를 포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방역대책본부, 그리고 전남도와 장성군으로 이어지는 영상회의에 참석하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일과를 마치면 보통 저녁 10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날들이 주말도 없이 365일 계속됐다. 그의 핸드폰은 단 한순간도 1m도 떨어져 있을 수 없었다.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전염병 대유행을 80년대 콜레라, 90년대 이질, 그리고 이번 코로나 등 3차례를 겪어봤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계절이 바뀌거나 치료제가 빨리 나와 별 탈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약없이 확산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내년 하반기까지도 고통을 감수해야 할지 모릅니다.”

정 소장은 한시도 방심해선 안된다며 군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만이 코로나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지금까지 장성 거주 군민 가운데 코로나 검진을 받은 사람은 12,530명인데 양성감염자는 39명이었다. 그 가운데 민간인은 단 5명, 나머지는 상무대 군인이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본다면 훌륭한 성적표였다.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일년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 성격도 한몫을 했다.

이러면서도 보건소 안에서는 한결같이 미소와 편안함을 주는 소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저의 신조가 ‘항상 신나고 설레는 직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하러 억지로 가는 곳이 아니라 재미있게 일을 찾아서 하는 놀이터 같은 기분으로 출근하는 직장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정소장은 취임 때부터 아침에 눈뜨면 출근하고 싶은 곳이 되도록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보건소 안에 웃음이 묻어나고 밝아야 여기에 찾아오는 군민들이 즐거워진다는 소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정 소장은 지시일변도의 간부회의를 아예 없앴다. 보건소장으로 취임한 뒤 전체 간부회의를 딱 한번 했다. 퇴임식에 한다면 두 번하는 셈이다. 그만큼 직원들에게 편안함과 자율성을 강조해왔다.

“지금은 젊은 후배들이 참신한 지식으로 무장하고 업무를 도맡고 있기 때문에 그 속으로 들어가 화합하고 소통하는 것이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후배들도 선배들로부터 경험과 지식을 배워 멋진 공직생활을 꿈꿔야겠죠?”

요즘 선후배들의 소통로가 부족하여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정 소장은 서로간에 이해할려는 노력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더 깊은 사랑으로 돌봐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함께 고락을 나눴던 선후배님과 군수님께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 소장은 1981년 고흥군청에 공직 첫발을 디딘 뒤 10년 동안 재임하다 91년 장성군청으로 전보, 30년을 장성군 환경사업소와 보건소, 위생계 등 군민 건강 업무에 종사해왔다.

“힘든 상황에서도 코로나 방역 지침을 훌륭히 지켜주시고 이해해 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보건소를 5만 군민의 주치의라고 생각하고 믿고 애용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30일까지 마무리 소임을 다할 예정인 정 소장은 퇴임 후에 광주에 머물면서 군민을 위한 애정을 고이 간직하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백형모 기자

정정숙 장성보건소장 약력

1981년~1991년 고흥군청

2002년 환경사업소 기술담당

2007년 보건소 방문보건담당

2012년 환경위생 담당

2016년 환경미화담당

2018년 위생담당

2020년 1월~12월 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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