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주식! 코피 터지는 구간에 진입했다” 어쩔 것인가?
[편집국 칼럼] “주식! 코피 터지는 구간에 진입했다” 어쩔 것인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1.25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에는 지름길이 있다! 아니다. 지름길은 없는 법이다!’

둘 중에 진리라 생각하는 하나를 고르라면 무얼 고를까?

많은 사람들이 신념에 따라, 혹은 경험에 비추어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이 말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지름길을 쫓아가지 않고 뚜벅뚜벅 가는 길이 비록 늦겠지만 실패 확률은 낮다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마보십리(馬步十里)란 말이 있다. 소걸음으로는 천리를 가지만 말 걸음으로는 십리도 못 간다는 말이다. 서양 속담에도 ‘사막을 건너는 건 빠른 말이 아니라 낙타’라는 말도 있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소를 키우던 시절 여실히 느껴봤지만 그놈의 황소는 참으로 느릿느릿 걸었다. 하지만 목적하는 곳에 도달하기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대표적으로 주식을 둘러싼 현대인들의 투기심리를 보자. 그저 손 쉽게 한몫 챙기려는 심사가 가득하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요즘 20대, 30대에서 주식을 모르면 바보다. 며칠 동안에 몇십 만 원 벌었다는 말이 앞다퉈 나온다. 40대, 50대 주부들 사이에서도 ‘어제 얼마 올랐냐’는 말이 인사말처럼 들린다. 이러다보니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주식에 쏟아붓고 하루종일 증시에 목메이는 ‘주식바라기’가 돼버렸다.

모두가 잘 되고 있을 때의 상황이다. 흔히 말하는 주가가 2000에서 3000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상황이 ‘날씨 쾌청’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아, 그러나 어찌 모르는가.

주식은 패가망신의 도박이라는 것을...

설령 안다고 해도 어줍잖게 습득한 쥐꼬리만한 주식 상식과 정보로 ‘나만은 자신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달라’라며 도박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않고 있는 개미들의 비참한 현실을 말이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주식이 1600~2000원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시절, 주위의 열풍을 이기지 못하고 투자한 적이 있다. 모 투자증권에 과장을 하던 선배가 적극 추천해서였다. 널뛰기 장이 몇 달 간격으로 나타나 예감하기 어려웠지만 꾸준한 상승세만은 분명했다. 당시, 주식에 대해 무지했던 관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나만 믿으라’는 과장 말을 믿고 거금인 1천만 원을 투자했다. 자금 운용을 아예 맡겼다. 며칠 건너 전화로 ‘뭐에 투자해서 오늘 꽤 올랐네’라는 통보를 받는 것이 전부였다. 마침내 6개월 정도 지나자 나의 투자금이 3배가 뒤어 4천만 원이 넘었다는 실로 반가운 성과를 들었다. 이대로 가면 1억원에 도달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는 예고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주가가 끝없이 추락, 그 절반으로, 또다시 그 절반으로 싹둑싹둑 떨어졌다. ‘곧 반전되겠지’라는 자위감뿐이었다. 그러다가 운이 없게도 급하게 자금을 사용해야할 시기가 상황이 됐다. 주식에서 있는대로 환전을 하니 모두 800여만 원이었다.

아,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한 때 1억을 담보하던 투자금이었는데...

그래서 그 선배한테 막말로 따졌다. ‘믿고 맡기라 했는데 이게 뭐냐고’. 그러자 선배는 미안하다며 말했다. “내가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1년을 분석해봐도 귀신보다 더 알 수 없는 게 주식이네. 어쩔 것인가”라고. 당시 그 선배는 광주에서 증권가의 귀재로 알려진 사람으로 수억 씩의 고객 여럿을 관리하는 위치의 사람이었다.

참으로 씁쓸했다. 바보인 자신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억 수천억을 가지고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자본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새끼 개미만도 못한 ‘알량한 촌놈’이 돈을 벌어보겠다고 했으니...

그 뒤로부터 필자는 주식이라는 도박장에서 눈을 완전히 돌렸다. 모든 인연을 끊었다. 그 때 배웠던 도박장의 교훈은 지금도 확고하다. 하긴 주식으로 집사고 빌딩 산 사람을 아직 못 봤으니까.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는 최근 글로벌 주가 상승에 대해 “증시가 코피(출혈) 터지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미국 억만장가 투자가 칼 아이칸은 “내가 본 모든 지표가 과열됐다. 역사에 길이 남을 붕괴로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수많은 고평가 주식을 보고 사람들이 ‘이번엔 달라’라고 말하지만 이 말이 진실인 적은 없었다”고 했다.

돈 버는 데 지름길은 없다.

소 걸음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더 진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