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미래 대통령에게 미리 줄을 서시오. 줄을!
[편집국 칼럼] 미래 대통령에게 미리 줄을 서시오. 줄을!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2.0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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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은 군대서 위력이 입증된 단어다.

옛날 논산훈련소에서 여차하면 ‘뒤쪽 7번째 줄부터 작업장으로’, 또는 ‘우측 5열까지는 내무반 휴식’ 등을 똑똑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또 훈련을 마치면 부대 배치에 있어서도 그저 순번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줄’은 그야말로 ‘운명의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사회에서도 그와 비슷한 운명의 줄들을 본다.

직장에서는 학벌이나 족벌, 지연 등이 얼마나 끈끈한 줄로 작용하는지 체감한다. 동아줄 같은 튼튼한 줄을 잡으면 신세가 풀리는 일도 있다. 반면 썪은 동아줄을 잡고 있다가 신세 망치는 경우도 있다.

지금 한국은 미래 대통령 권력으로 가는 줄 잡기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임기를 시작, 2022년 5월 9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5년 동안의 임기 만료 2개월 전인 2022년 3월 9일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1년 1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간들이 권력에 눈과 귀를 쫑긋하며 아메바처럼 민감하게 촉수를 움직이고 있다. 일부는 작은 소행성처럼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며 세를 구축하고 있다.

역사적, 지리적으로 보면 전라도는 중앙권력에 유난히도 민감한 곳이었다. 한반도를 통치하던 중앙집권제가 확립된 이후, 고려의 수도 개경과 조선의 한양은 언제나 권력의 중심이었고 전라도는 변방이었기에 중앙으로 향하려는 의욕이 강했다. 뭔가 해볼려면 중앙권력에 붙어야 했고, 더 잘 되려면 왕의 눈에 들어야 했다.

그래서일까?

호남에서 벌써 미래 대통령에 줄서기가 표면화됐다. 정치 변화의 진앙지임을 입증하듯 호남 내륙 깊은 곳에서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호남은 현대사에서 역사를 일으키거나 바꾸는데 주도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호남인의 선택은 역사의 물줄기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최근 20년 사이에는 민주당 아성인 호남이 정치 판도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한 김대중 대통령을 낳았고 노무현을 만들었으며, 정동영을 등장시켜 이명박에게 깨졌고 문재인을 등장시켜 박근혜에게 또 다시 쓴맛을 봤다.

그리고 지금은 현 대통령인 문재인을 다시 선수로 내세워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는 호남에게 진보의 역사를 쓰게할 지, 퇴보의 역사를 써야 할 지를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판이다.

지금 호남인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대략 4가지 갈래 길로 보여진다,

이낙연 민주당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장관 등이다. 각자 훌륭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어떤 또다른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 진영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포럼 출범을 준비하며 SNS를 통한 동지들과 응원부대 만들기에 한창이다. 지역 표밭을 관리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광주시의원, 전남도의원들이 대리인 자격으로 얼굴을 내밀고 “이쪽으로 모여”를 외치며 깃발을 들고 있다.

험난한 대권 가도에서 누가 일차적인 선택을 받을 것인지, 야권 주자와 맞붙을 최후의 결전에서는 누가 깃발을 들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대선 주자들에게는 매 순간마다 선택이 기다린다. 그 선택은 화살과도 같다. 한번 내 뱉은 말이나 예기치 않는 행동 하나로 추락하기도 한다. 잘 못 쏜 화살이 독화살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앞으로 1년 동안 수많은 화살을 날리고 또 온 몸에 맞아야 한다.

실탄 한발씩을 장전한 호남인들은 이런 전쟁터를 예견하며 어떤 자세로 기다릴 것인가. 어느 진영에 들어가 장수나 전투병으로 실전에 참여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가의 미래와 함께 지역발전, 지역인들의 행복을 견인할 수 있는 비전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선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그런 인물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주역에 이런 말이 있다.

天下一致而百慮 (천하일치이백려)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지만 백 가지 생각이 있고,

天下同歸而殊塗 (천하동귀이수도) 천하가 돌아가는 곳은 같지만 가는 길은 저마다 다르다.

천하가 돌아가는 이치는 하나라는 뜻이다.

가는 길은 다를지라도 大韓國人이며, 大湖南人이며, 大長城人 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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