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논단] 백암중학교 교장 김종명
[특별 논단] 백암중학교 교장 김종명
  • 장성투데이
  • 승인 2021.02.01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절벽 시대, 학교 교육력을 넘어 지역 교육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맥락없는 지식은 배움의 동기를 촉진하지 못한다. 수업에 맥락이 되는 학생의 삶인 마을’, ‘지역사회가 있어야 한다.”

새 학기를 앞두고 최근에 재배정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았다.

광주 지역 학생인데 어떻게 하면 백암중학교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반가운 문의였다. 백암중 학구는 북이초, 약수초, 북일초와 서삼초이다. 4개 지역의 초등학교 졸업생이 입학하는 학교이기는 하지만 2019학년도에 일반학급 한 학급이 줄어 현재 일반학급 6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학급당 20명씩을 꽉 채우지 못한 채 말이다.

학생 수 감소는 백암중만의 일은 아니다. 낮은 출생률과 급속한 노령화, 인구절벽 등 급격한 인구 감소 요인이 이미 확산돼 있다.

그 중에서도 인구 감소의 정말 큰 문제는 지역별로 비대칭적이다는 것이다. 도시 지역에 비해 읍 지역도 위험하지만 면 단위의 심각성은 인구 소멸에 가까울 지경이다. 학령 인구 감소는 모든 학교의 위기이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면 단위 지역의 백암중학교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 학교장 입장으로는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장성은 광주 인근으로 교육 수요자들에게 매력이 큰 지역이다. 대학 입시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교육력 자체만으로도 타 지역 학생들에게 선망의 지역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대한 대책으로 대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일수를 원격 수업으로 대체하며 2020학년도를 보냈다. 장성은 대도시와 가깝지만 300명 미만의 학교로 대부분이 대면 수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수업은 수업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는 학교 이상이었다. 돌봄의 공백을 메우고 있었고 학생들의 영양가 있는 끼니를 감당하고 있었다. 재배정 문의 중에 광주 지역의 원격 위주의 수업에 피로도가 높았던 학부모의 고백도 있었다. 학생 수 감소로 고민하는 면 단위 학교에게나, 과밀학급으로 원격 수업만으로 일 년을 보내야 했던 대도시 학교에게나, 도시 학생들의 우리 지역으로의 유입은 일석이조다.

김종명 백암중교장이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본인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의 라이브톡 기능을 활용해 수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종명 백암중교장이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본인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의 라이브톡 기능을 활용해 수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에 중심 둔 교육정책

지역 거주 가능성있는 잠재적 학생 유입책 시급”

그렇다고 학생 수를 억지로 늘려 학교를 유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지역 교육은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거나 도구적 관점에서 학교 활성화를 통하여 학생 수를 늘려 학교를 유지하는 측면이 강했다. 이제는 교육은 교육적 관점에서 거주지에 상관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지역 학생은 물론이고 앞으로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학생들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거주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학생들이란 도시 지역 학생들일 수 있다. 그 학생들이 우리 지역으로 들어와 학교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역민으로 남을 수 있다.

교육은 공공재이다. 공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지자체는 예산, 인력, 시설, 자원, 네트워크 등에서 학교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자체는 우수 인재 육성책으로 서울의 상위권 대학 진학 등에 중심을 둔 교육에 치중했었다.

백암중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한 가지 악기에 능통한 인재로 키운다는 ‘1인1악기 달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백암중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한 가지 악기에 능통한 인재로 키운다는 ‘1인1악기 달인’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배운 뒤 지역에 남기보다 도시로 떠나려던 과거

수업에 학생의 삶인 ‘마을’ ‘지역사회’가 있어야”

인구 소멸시대, 학교 교육력을 넘어 지역 교육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관점에서 우리 장성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우선적으로 ‘마을’,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4년마다 순환하는 교사들은 지역이나 마을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학부모나 학생 역시 배워서 지역에 남기보다는 더 큰 도시로 떠나는 것을 성공의 길로 생각했었다. 지자체도 학부모와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러한 결과로 농촌은 젊은 사람이 살지 않은 지역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지역사회는 학생들이 태어나고 자란 삶의 배움터이다.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키워준 마을을 이해하고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지역에 대한 긍지와 새로운 인식이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지역사회를 담은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학교는 지역생태계의 일원이다. 지역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가 지역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은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수업이 재미있고 교사의 가르침도 즐겁다. 학생들에게 맥락없는 지식은 배움의 동기를 촉진하지 못한다. 수업에 맥락이 되는 학생의 삶인 ‘마을’, ‘지역사회’가 있어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의 핵심은 결국 학생의 삶이지 않는가. 지역사회가 학교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이론과 지식으로 구성된 교과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지자체를 비롯해 다양한 공공기관이 있고 시민단체가 있다. 또한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에서 열정과 전문성을 가진 활동가들이 살고 있다. 공예, 건축, 원예, 제과제빵, 도예 등의 전문 강사도 있고 음악 미술 체육 문학 독서 등에 전문성을 갖춘 학부모도 많다.

또 지역의 역사 문화유적 생태 환경에 조예가 깊은 지역민도 살고 있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플랫폼으로 학생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사람과 기관을 발굴하고 활용해야 한다. 학교에는 교사의 주어진 시간과 노력으로 다 해결하지 못할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방과후 돌봄지도가 필요한 학생들 그리고 학습 더딘 학생들, 한글 문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 전문적인 특기가 필요한 학생들, 정서상 상처가 있는 학생들 등 많은 부분에서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그것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방법이다.

백암중 학부모들과 교사 등으로 구성된 독서클럽 ‘오아시스’에서 변경열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부모생각 혁명’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백암중 학부모들과 교사 등으로 구성된 독서클럽 ‘오아시스’에서 변경열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부모생각 혁명’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역사회는 학생들의 삶의 배움터,

마을 품은 학교 교육과정의 실천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장성 교육은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단위 학교 중심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역 교육력 제고 중심이어야 한다. 단위학교 교육력은 단위학교만 살리는 것이다.

학교 간에 연계와 협력도 없었다. 지역 내 학교들 간에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학교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기관, 마을 학교 등이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 곳곳에 배움과 돌봄의 공간이 연결되어 학생들에게 안전한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학생들은 학교와 지역사회를 넘나드는 배움을 통해서 미래사회를 여는 역량을 얻게 될 것이다. 미래사회 학교는 지역사회의 플랫폼으로 마을과 지역사회를 연결시켜야 한다.

지역사회는 학생들의 삶의 배움터이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살아가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학교는 마을을 녹여낸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과 앎과 삶이 연계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참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사회와 학생들의 요구는 다양해지는 데 학교와 교사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학교가 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지역사회의 교육공동체와 함께 해결해 나가며 동반 성장해 나가야 한다. 마을 품은 학교 교육과정의 실천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고 학교가 살고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

이제는 학교 교육력이 아니라 지역 교육력을 제고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이를 직시하고 산업 시대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지역을 떠나게 하는 교육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