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국호 문학춘춘작가회 신임회장 선출
[인터뷰] 백국호 문학춘춘작가회 신임회장 선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3.02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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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길, 살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길"
월남전에서 겪은 아픔...문학으로 내면적 승화

장성 삼서면 토박이로 활발한 작가활동

장성문협회장.우송문학회장.문학춘추회장 활약

<나비> 백국호

고마워요

당신

수많은 꽃 중에

내 어깨에 앉아줘서.

장성 삼서에서 활동 중인 백국호 시인(74)이 문학춘추작가회장에 선출됐다. 문학춘추는 매년 새로운 작가들을 배출하며 지역 문인들의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문학춘추작가회는 이들 등단 문인들의 모임체다.

월남전에서 불의의 전상(戰傷)을 입어 1급 상이군경 가족이면서도 문학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시인 백국호를 만나본다. -편집자 주-

 

◆문인들의 거점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문학춘추작가회장직을 맡았는데 소감은?

무슨 거창한 대표가 아니라 글쓰는 동호회 친목 모임 책임자일 뿐이다. 회원들과 많이 소통하고 도움되는 모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사람은 떠날 때 뒷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임기 3년 단임으로 활동하고 멋있게 후배에게 물려주겠다.

코로나 때문에 총회를 열지 못하고 비대면 모임으로 2월 초, 회장단의 뜻을 모아 온라인 투표를 실시, 190명이 참가하여 73%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는데 고맙다는 말씀을 회원님들에게 드린다. 하루빨리 만나 뵙고 싶은 마음이다.

예년처럼 문학기행과 여름 세미나 등이 기획돼 있지만 다각도로 만남의 기회를 갖도록 구상 중이다.

◆ 문학춘추작가회란 무슨 단체인지?

신인 문인을 배출하고 역량을 길러가는 문인계간지인 ‘문학춘추’를 통해 매년 배출되는 신인이 15명~20명이 된다.

이들 가운데 활발히 활동하는 전국 작가들 200여 명이 활동하는 모임이다. 1995년에 창립되어 시, 소설, 아동문학, 평론, 희곡 분과를 두고 있다. 젊은 작가층을 포함, 의사, 기업체 대표, 퇴직 공무원 등 다양하게 분포돼있다.

2006년부터 부회장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회장을 맡게 됐다. 문학춘추는 현대문예, 동산문학, 시인협회 등과 함께 대표적인 문학동인지로 명성을 지니고 있다.

◆ 인간 백국호를 말한다면?

48년 삼서면 홍정마을에서 태어났다.

삼서동초와 임곡중을 거쳐 광주상고를 다니며 고 3 때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 1968년도에 장성군 삼서면사무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2년 뒤 군에 입대하여 월남전에 파병돼 불의의 전상(戰傷)으로 두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었다.

전상으로 미군병원과 필리핀 병원, 부산병원 등에서 1년 가까이 병상 신세를 지면서 당시 인기를 끌었던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의 저자 박계형 선생의 모든 작품을 통달하는 등 문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군에서 1급 상이군경으로 퇴원, 지금 같으면 공직에 복귀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엔 업무를 볼 환경이 안돼 고향에 돌아와 어려움을 겪다가 1988년부터 정부양곡보관창고업에 눈을 돌려 지난해까지 운영해왔다.

문학단체에서는 장성문인협회장, 전남시인협 부회장, 우송문학회장, 문학춘추 회장 등을 역임했다.

◆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군에서 병원신세를 지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어 팍팍하던 인생에 자연스럽게 문학잡지에 눈을 돌리게 됐다.

라디오를 들으며 틈틈이 시청자 투고를 하기도하고 잡지에도 기고했다.

이런 글들을 모아 시집을 펴내려고 96년에 한림출판사를 찾아갔다가 시인 겸 출판사 사장인 박형철 씨를 만나 등단을 마음먹었다. 동시에 광주교대 전원범 교수가 지도하는 문예창작반에 들어가 창작지도사 자격을 취득하는 등 본격 문학도의 길을 걸었다. 2003년 우송 전원범 교수의 아호를 딴 우송문학회를 창립 때부터 활동하다 2020년부터 우송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문학은 인생의 전부이자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 작가 즉, 문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자기 작품이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자아도취에 빠져든다면 발전이 없다. 그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마부작침(磨斧作針)’이란 말이 작가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본다.

바둑을 둘 때, 고수 입장에서 보면 헛수가 보이는 것처럼 문학작품도 고수의 입장에서 보면 손을 봐야 할 부분이 있게 된다. 쉬지 않고 낮은 자세로 완성작에 다가가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부단히 책을 펼치고 작가 수업이나 훌륭한 강의 수강 등을 통해 연마해야 한다고 본다.

 

◆ 본인의 작품집과 시 세계를 소개한다면?

작품집은 6권이 있다. 올해 말쯤 한 권 더 출간 예정이다. 첫 시집은 1996년에 펴낸 ‘너무 그리운 날은’이란 시집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이다. 2017년에 나온 최신간 ‘바람이 나무를 흔든다’라는 제6시집도 생명의 혼이 넘친다.

제6시집에 수록한 ‘무궁화’란 작품은 /그대여, 불멸이시여,/사무치게 그리운 조국의 충혼이시여/당신께서 눈물로 지킨 강산./거기에 계곡물이 귀를 열고, 산천초목도 모두/기지개를 켜는데/들리시나요, 보이시나요(중략)/으로 이어지는데 2016년 6월 6일 국립현충원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현충일 추모 헌시로 선정, 낭송되어 많은 감동을 선물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이 밖에도 특별히 기억나는 ‘나비’라는 시가 있다. //고마워요 당신/ 수많은 꽃 중에/ 내 어깨에 앉아줘서// 비록 아주 짧은 시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고 기억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 장성문인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지역 문인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좋은 글이 나올려면 삼다(三多) 즉 다사(多思), 다독(多讀), 다작(多作)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른 공부가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저의 경우 한글 사전 3개를 두고 닳도록 사용하고 있다. 띄어쓰기 사전도 1권을 끼고 살다시피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구자세가 좋은 글을 잉태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우리 문인들끼리 많이 소통하고 세미나 혹은 여행 등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계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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