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더 높은 곳을 꿈꾸는 그대에게 - 등고자비(登高自卑)"
[편집국 칼럼] "더 높은 곳을 꿈꾸는 그대에게 - 등고자비(登高自卑)"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3.02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세계로 진출하던 2천년대 초입기, 대한항공이 중국 하남성 정주에 직항로를 취항을 앞두고 기막힌 고객 유치 광고를 생각해 냈다.

중국의 풍광과 찬란한 문화유적을 바탕으로 유명한 고사성어를 띄워놓고 중국어로 발음하면서 한자로 적어놓았으나 우리말 해석은 전혀 없는 TV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무슨 뜻인지, 온갖 상상과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 어리둥절한 광고에 귀가 솔깃해진 보통 사람들은 물론, 한자께나 안다는 식자층들은 너도나도 인터넷이나 고전 관련 서적을 뒤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지금도 중국 성우의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지금도 귓전을 울리는 몇몇 광고가 있다.

“자식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는 그대에게 노자 왈, 생지축지 생이불유(生之畜之 生而不有)-(셩즈시즈 셩얼뿌여우)”

-자식을 낳아 기르되 소유하려 하지마라-

‘도덕경’을 저술하여 도가 사상을 체계화한 노자가 던진 이 말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출세하기만을 최고 목적으로 삼고 모든 것을 다 투자하는 세태를 비유하는 말이다. 특히 오늘날 자녀들에게 부동산과 부를 물려주려는 부모들의 집착과 욕심을 경계하면서 이러한 행위가 자식을 오히려 망하게 함은 물론 부모 본인들도 말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가리키는 교훈이다.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는 그대에게 한비자 왈, 국무상강 무상약(國無常强 無常弱)-(궈우창지앙, 우창러우)”

-한 국가로서 영원히 강한 나라 없고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한비자는 한(韓)나라 사람이지만 진(秦) 나라 진시황이 그의 책을 읽고 감명받아 한비자를 데려오기 위해 한나라와 전쟁을 벌였을 정도로 탁월한 인물이었다. 한비자는 귀족 출신이었으나 태어날 때부터 말더듬이여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관리에 중용되지도 못했다. 그런 그가 본인 신분의 비통함과 나라에 대한 충정, 식견을 담아 <한비자>란 책을 저술한다. 여기에 담긴 유명한 국가경영론이 바로 ‘국무상강 무상약’이란 말이다. 어느 존재든 영원한 강자 없고 영원한 약자 없다고 외치고 있다.

어느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영원한 제국은 없었다. 부강한 시절은 있었을 지라도 영원히 부강하지는 못했다. 융성한 꽃이 필 때 시들 것에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쪽부터 썩어가기 시작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그대에게 강태공 왈,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푸쉐이 뿌판펀)”

-한번 엎지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강태공은 중국 역사에서 실존 인물로, 강씨들의 시조로 받들여 셔진다. 강태공이 젊은 날 뜻을 세우지 못할 때 빈 낚싯대로 세월을 낚았다는 유명한 고사를 만들어 낸 강태공의 남긴 말이다.

강태공은 조어대라는 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주 문왕이 그것이 바늘없는 빈 낚싯대인 것을 보고 “아니 영감은 왜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무슨 고기를 잡으려는 것이요”라고 묻자 “나는 나를 낚아 줄 인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요”라고 하여 발탁된 인물이다.

세월을 낚던 강태공은 주 문왕을 만나 스승의 위치까지 올라 선정을 베풀며 마침내 지금의 산동성 지역에 세워진 제나라 왕이 된다.

강태공의 전 부인 마씨는 강태공이 주 문왕을 만나기 전 백수로 있을 때,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 강태공 곁을 떠났는데, 이후 강태공이 제나라 왕이 되어 환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큰 길가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돌아와서 아내로 맞아주길 요청했다.

그러자 강태공은 신하에게 물을 한 항아리 떠오라고 한 후 그 물을 땅에 쫙 뿌렸다. 그리고 돌아온 아내에게 “지금 바닥의 그 물을 다시 항아리에 담는다면 아내로 맞이 해주겠다”고 했다. 한번 엎지러진 물을 다시 주어 담을 수 없고, 한 번 떠난 마음은 두 번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것이다.

“더 높은 곳을 꿈꾸는 그대에게 자사 왈, 등고자비(登高自卑)-(떵까오 츠베이)”

-높은 곳에 올라가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지 알게 되리라-

자사는 공자의 손자이며 맹자의 스승이기도 하다. ‘중용’을 저술하여 유가 철학의 기반을 마련한 위인이다. 광고의 배경은 중국의 오악 가운데 하나인 화산이다. 저 큰 산에 올라보면 자신이 얼마나 낮은 곳에 있는지 알게 된다는 뜻이었다.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는 충고였다.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나간 광고지만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오는 내용들이다.

정치 시즌이 돌아온다. 작게는 지방자치제에 나서기도 하고, 크게는 대통령을 넘보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낮은 자세로 출발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정상만을 바라보고 뛰는 사람은 순조롭게 정상에 오르기 어렵다. 스치고 지나간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 정상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백형모 편집국장한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세계로 진출하던 2천년대 초입기, 대한항공이 중국 하남성 정주에 직항로 취항을 앞두고 기막힌 고객 유치 광고를 생각해 냈다.

중국의 풍광과 찬란한 문화유적을 바탕으로 유명한 고사성어를 띄워놓고 중국어로 발음하면서 한자로 적어놓았으나 우리말 해석은 전혀 없는 TV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무슨 뜻인지, 온갖 상상과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 어리둥절한 광고에 귀가 솔깃해진 보통 사람들은 물론, 한자께나 안다는 식자층들은 너도나도 인터넷이나 고전 관련 서적을 뒤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지금도 중국 성우의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지금도 귓전을 울리는 몇몇 광고가 있다.

“자식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는 그대에게 노자 왈, 생지축지 생이불유(生之畜之 生而不有)-(셩즈시즈 셩얼뿌여우)”

-자식을 낳아 기르되 소유하려 하지마라-

‘도덕경’을 저술하여 도가 사상을 체계화한 노자가 던진 이 말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출세하기만을 최고 목적으로 삼고 모든 것을 다 투자하는 세태를 비유하는 말이다. 특히 오늘날 자녀들에게 부동산과 부를 물려주려는 부모들의 집착과 욕심을 경계하면서 이러한 행위가 자식을 오히려 망하게 함은 물론 부모 본인들도 말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가리키는 교훈이다.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는 그대에게 한비자 왈, 국무상강 무상약(國無常强 無常弱)-(궈우창지앙, 우창러우)”

-한 국가로서 영원히 강한 나라 없고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한비자는 한(韓)나라 사람이지만 진(秦) 나라 진시황이 그의 책을 읽고 감명받아 한비자를 데려오기 위해 한나라와 전쟁을 벌였을 정도로 탁월한 인물이었다. 한비자는 귀족 출신이었으나 태어날 때부터 말더듬이여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관리에 중용되지도 못했다. 그런 그가 본인 신분의 비통함과 나라에 대한 충정, 식견을 담아 <한비자>란 책을 저술한다. 여기에 담긴 유명한 국가경영론이 바로 ‘국무상강 무상약’이란 말이다. 어느 존재든 영원한 강자 없고 영원한 약자 없다고 외치고 있다.

어느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영원한 제국은 없었다. 부강한 시절은 있었을 지라도 영원히 부강하지는 못했다. 융성한 꽃이 필 때 시들 것에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쪽부터 썩어가기 시작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그대에게 강태공 왈,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푸쉐이 뿌판펀)”

-한번 엎지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강태공은 중국 역사에서 실존 인물로, 강씨들의 시조로 받들여 모셔진다. 젊은 날 뜻을 세우지 못할 때 빈 낚싯대로 세월을 낚았다는 유명한 고사를 만들어 낸 강태공이 남긴 말이다.

강태공은 조어대라는 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주 문왕이 그것이 바늘없는 빈 낚싯대인 것을 보고 “아니 영감은 왜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무슨 고기를 잡으려는 것이요”라고 묻자 “나는 나를 낚아 줄 인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요”라고 하여 발탁된 인물이다.

세월을 낚던 강태공은 주 문왕을 만나 스승의 위치까지 올라 선정을 베풀며 마침내 지금의 산동성 지역에 세워진 제나라 왕이 된다.

강태공의 전 부인 마씨는 강태공이 주 문왕을 만나기 전 백수로 있을 때,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 강태공 곁을 떠났는데, 이후 강태공이 제나라 왕이 되어 환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큰 길가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돌아와서 아내로 맞아주길 요청했다.

그러자 강태공은 신하에게 물을 한 항아리 떠오라고 한 후 그 물을 땅에 쫙 뿌렸다. 그리고 돌아온 아내에게 “지금 바닥의 그 물을 다시 항아리에 담는다면 아내로 맞이 해주겠다”고 했다. 한번 엎지러진 물을 다시 주어 담을 수 없고, 한 번 떠난 마음은 두 번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것이다.

“더 높은 곳을 꿈꾸는 그대에게 자사 왈, 등고자비(登高自卑)-(떵까오 쯔베이)”

-높은 곳에 올라가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지 알게 되리라-

자사는 공자의 손자이며 맹자의 스승이기도 하다. ‘중용’을 저술하여 유가 철학의 기반을 마련한 위인이다. 광고의 배경은 중국의 오악 가운데 하나인 화산이다. 저 큰 산에 올라보면 자신이 얼마나 낮은 곳에 있는지 알게 된다는 뜻이었다.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는 충고였다.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나간 광고지만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오는 내용들이다.

정치 시즌이 돌아온다. 작게는 지방자치제에 나서기도 하고, 크게는 대통령을 넘보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낮은 자세로 출발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정상만을 바라보고 뛰는 사람은 순조롭게 정상에 오르기 어렵다. 스치고 지나간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 정상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