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유대인의 체다가는 비켜라!
[편집국 칼럼]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유대인의 체다가는 비켜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3.08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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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유아기 때부터 자녀에게 두 개의 저금통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체다카 저금통이며, 하나는 일반 저금통이다. 유대 부모들은 생후 6개월이 되는 아기 손가락을 펴서 동전을 쥐어 주고 그것을 체다카 저금통에 넣게하는 훈련을 시킨다. 유대인들은 이 체다카 저금통에 돈이 가득 차면 그 돈으로 무엇을 사거나 외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을 위한 기부금으로 보낸다.

체다카(Tzedakah)는 유대인의 율법 정신을 상징하는 단어로 ‘공동체 내의 약자를 돌보는 정신’으로 읽힌다. 다른 말로는 정의(正義) 또는 공의(公義)로 표현되기도 하며 ‘자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히브리어에는 ‘남에게 베풀다’라는 자선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다. 가장 비슷한 말을 찾는다면 이 체다카라는 단어인데, 이는 ‘해야 할 당연한 행위’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선을 의무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입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라’고 배우며 성장한 유대인들 중 대표적인 인물이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자 빌게이츠다. 칼라일 그룹 공동창업자 루벤스타인, 오러클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모두 1조 원 이상을 기부한 위인들이다.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이면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선언한 사람들, 즉 5,500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한 사람들의 3분의 1은 유대인들이다.

세계 3대 투자회사로 알려진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의장을 맡고 있는 조지 소로스 회장은 환투기로 돈을 벌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5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 중 86%인 4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8조 원을 기부한 대표적인 유대인이다.

1930년 헝가리 태생인 소로스는 소년 시절 독일군과 소련군의 부다페스트 시가전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잔혹했던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런던으로 탈출해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철도 짐꾼 등을 하며 고학으로 대학을 마쳤다. 그는 악착같이 벌어 고향이 다시는 전쟁의 참화에 희생되지 않도록 기부를 시작, 1979년부터 매년 3억 달러 씩을 기부하고 있다.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우리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경우였다.

지난달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기부가 이어졌다. 모두 호남에 뿌리를 둔 인물이어서 한층 흐뭇하다.

자신의 재산 10조 원 가운데 절반을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기부하겠다고 밝힌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66년생) 씨가 그랬고 재산 1조 원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배달앱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76년생)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그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아버지가 담양에서 농사를 짓다가 무작정 서울로 이사해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막노동과 목공일을 했고 어머니는 식당일을 했다. 할머니를 포함해 8명의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는데 김범수는 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가난과 외로움의 고난을 딛고 미래를 예견한 카카오톡을 출범시켜 천문학적인 자산가로 성장한 그가 과감하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했다. 이런 환경의 그가 세계 최고 기부자들의 모임인 ‘더 기빙 플레지’에 291번째 회원이 됐다. 한국인으로 처음이며 아시아에서 7번째다.

완도군 소안면에 딸린 작은 섬 구도라는 외진 마을에서 태어난 김봉진의 삶과 기부 과정은 신화와도 같은 감동을 주고 있다.

그의 사업 정신은 그가 내세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모토에서 보여준 것처럼 나눔의 민족, 나눔의 후예로서의 자존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밝힌 기부선언문은 그 어떤 종교적 메시지보다 강한 여운을 준다.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기부서약은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가 이룬 부와 성공을 주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가 걸어온 ‘사회’라는 바탕에 부의 절반을 내놓겠다는 숭고함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가 꾸었던,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꿈이 누군가에게 연결되어 그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배달의 민족은 세계 최고부자들인 유대인의 체다카 정신보다 훨씬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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