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눈물 흘리는 부모가 되고 싶은가?...“적당한 자녀사랑 온도 유지법”
[편집국 칼럼] 눈물 흘리는 부모가 되고 싶은가?...“적당한 자녀사랑 온도 유지법”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3.22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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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버지가 7남매를 잘 키워 시집 장가 보내고 이제 살만 하니까 나이가 70이 다되고 중병에 걸렸다. 자식들이 울고불고 호들갑을 떤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식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들을 불러 놓고 힘없는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내가 너희 7남매를 키우며 대학 보내고 사업비 보태느라 내색은 못했지만 5억원을 빚을 졌다. 알다시피 건강도 안 좋고 능력도 없구나. 죽기 전에 얼마라도 갚아야 하니까 너희들이 좀 도와다오”

그러면서 종이를 내밀고 “여기에다 얼마씩이라도 갚을 액수를 적어다오”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얼마간의 재산이라도 있는 줄 알았던 자식들은 어이가 없어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리 잘 살지도 못하던 둘째 아들이 5천만원을 적었다. 그러자 큰 아들이 2천만원, 셋째 아들은 1천5백만원, 네 딸들은 마지못해 1천만원 씩을 적었다. 모두 1억2천5백만 원이었다.

이렇게 적어 아버지에게 자금을 보내온 자식들은 아버지가 중병이란 사실을 알고도 점점 뜸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병 한번 없고 휴대폰 문자 한 번도 없게 됐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마지막이다 싶어 자식들을 다시 불러 모았는데 이번에는 며느리와 사위는 아예 오지도 않고 7남매만 왔다.

“내가 죽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 유산으로 너희들이 싸움질하고 형제간에 반목할까봐 전 재산을 정리하고 공증까지 마쳤다. 어떤 이의도 달지 말거라. 지난번에 너희들이 적어낸 액수의 5배를 나눠주겠다. 이것으로 내가 줄 재산 상속은 끝낸다. 정리하고 남은 나머지 금액 20억원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장남은 1억원,

둘째는 2억5천만원,

세째는 7천5백만원,

네 딸들은 각 5천만원씩.

모두 6억2천5백만원이었다.

아버지가 준비한 재산 상속명세서를 본 자녀들을 그만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도 할 말이 없었다.

부모 자식간에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너무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힘이 닿는데까지 해할 일 아닌가.

돈으로 모든 것을 판가름 할 수는 없지만 돈으로 마음을 볼 수는 있다. 자식들 마음도 볼 수 잇는 것이다.

이런 교훈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어려서는 잘 먹고 잘 자는 것, 자라면서는 아프지 않고 잘 크는 것, 학교에 가서는 공부 잘하고 친구 잘 사귀는 것, 청년이 되어서는 남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함께 쉴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자식의 노년에 바라는 것이 없다. 그저 내 무덤 앞에 꽃 한송이 놓고 웃고 돌아서기를 바랄 뿐, 소주잔 기울이며 탄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꽃 한송이 바란다는 말이다.

그런데 자식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어려선 제 때 젖 물려주고 똥 귀저기 잘 갈아주는 것, 자라면서는 이웃집 아이보다 더 좋은 장난감 사주는 것, 학교에 가서는 공부하라 잔소리 안하는 것, 청년이 되어서는 자신의 일에 간섭 안하는 것, 중년에는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것, 노년에는 부모가 안 계시니 무얼 더 바랄 수도 없다.

모든 것을 다 바라고도 부모에게는 해 드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 자식 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라는 말이 있다. 가장 사랑하는 관계이면서 가장 원수같은 관계로 변하기도 한다.

버트런드 러셀이 이런 말을 남겼다.

-부모는 가정에서 의무를 다한 대가로 가족의 사랑을 상실한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높은 관심과 사랑의 온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커가면서는 적절한 온도를 원한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끝까지 높은 온도를 주고 나서 스스로 상심한다.

자녀로서 스스로 할 일이 많아졌는데 부모는 자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거리와 온도를 두지 못해 화를 자초하는 경우들이다.

때로는 뜨겁게 열정적이면서도 때로는 적당한 거리를 둘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가 자식들의 무덤까지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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