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향 가득한 작은 정원 장성읍 기산리 ‘덕향산방’
차 향 가득한 작은 정원 장성읍 기산리 ‘덕향산방’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1.04.26 11: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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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교편 접고 돌아온 오승택 선생의 사랑방
수천 점 진귀한 유물 드디어 내년 전시관으로
장성읍 기산리 해주오 씨 집성촌에 자리잡은 덕향산방에서 차를 마시며 풍류를 즐기는 오승택 선생
장성읍 기산리 해주오 씨 집성촌에 자리잡은 덕향산방에서 차를 마시며 풍류를 즐기는 오승택 선생

 

“여보게 차 한 잔 하고 가시게나!”

연두빛 신록이 무르익는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 깊어가는 계절만큼 차맛도 함께 영글어 간다.

매년 이 시기엔 봄비가 내려 온갖 작물이 싹 트고 못자리를 내는 등 농사가 시작되며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여서 곡우물을 받아 먹는 풍습이 있다.

곡우 전에 따서 만드는 우전차는 곡우 5일 전 이른 봄에 딴 찻잎을 덖어서 만든 차로, 가장 처음 딴 찻잎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첫물차라고도 한다. 은은하고 순한 맛이 특징이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여 생산량이 적고 값이 매우 비싼 최고급 차다.

한국의 다성으로 평가받는 초의선사는 “중국의 다서에는 ‘곡우 5일 전이 가장 좋고, 5일 뒤가 다음으로 좋으며, 그 5일 뒤가 그 다음으로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경험에 따르면 한국 차의 경우 곡우 전후는 너무 빠르고 입하 전후가 적당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성읍 기산리 언덕배기 우거진 수풀 속에 아담하게 자리한 ‘덕향산방’은 올해도 곡우를 맞아 산방 뒤 우거진 수풀 속에 자라는 차나무에서 수확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차나무는 산방의 주인장인 오승택 선생(62)이 일부러 심은 게 아니다. 인근에 자연스럽게 자라난 것을 봄철 곡우 때가 되면 오 선생이 찻잎을 따다 말려 우려낼 뿐이다. 이곳은 옛 시절 해주오씨의 집성촌이었다.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와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는 덕향산방은 풍류를 즐기고 차를 음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인의 휴식처다. 오 선생의 정감 어린 덕담과 향 깊은 차는 물론 무료다.

정들었던 35년 교편생활을 지난해 마무리하고 고향에 돌아와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호기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오 선생은 30여 년 수집해온 진귀한 골동품과 유물 등을 수천 점 소장하고 있다.

오 선생이 아끼며 애지중지하는 유물로는 차와 관련한 도구들과 수석, 서화를 비롯해 골동품과 차와 관련한 철제류인 화로, 탕관 등과 도자기류인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와 보이차, 자사호 등 값을 매길 수 없는 국내 외 귀한 유물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들 유물들은 모두 오 선생이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까지 발품 팔아 사들인 귀한 보물이다. 선생은 수년 전부터 기산리 산방 밑에 이 유물과 함께 전시관을 짓고 지역민들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좋은사람들과 교유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미뤄졌다. 다행히 내년에는 오 선생이 근무했던 광주 전자공고에 새롭게 개관하는 근대유물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며 오 선생은 이 전시관의 초대 관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차는 그 자체보다도 좋은 관계와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아름다운 사물이 함께할 때 그 맛과 향이 더해지고 깊어진다”고 말하는 오 선생. 본인은 차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해박한 지식은 없으나 음악과 미술 등 전 분야의 미학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욱 승화시키는 종합예술이 바로 ‘차’라고 강조한다.

조선과 조선의 예술품을 사랑했던 야나기 무네요시가 그랬던 것처럼 오 선생은 “아름다움이란 인간이 죽을 때까지도 놓지 않는 고귀한 품성”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이곳 산방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전국에서 찾아오는데 그것마저도 귀찮다는 오 선생은 “마음에 맞는 사람과 아름다운 경치 즐기며 도란도란 차 마시고 얘기하는 것이 풍류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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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숙 2023-09-29 20:51:43
안녕하세요.언제든지 덕향산방에 들리면 차를 마실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