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우리시대의 ‘우직지계(迂直之計)’ 는?
[발행인 칼럼] 우리시대의 ‘우직지계(迂直之計)’ 는?
  • 장성투데이
  • 승인 2021.05.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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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천 장성투데이 발행인
박경천 장성투데이 발행인

 

세상사 내 뜻대로 가더이까?
선지우직지계자승(先知迂直之計者勝) 차군쟁지법야(此軍爭之法也).
“가까운 길을 먼 길인 듯 가는 방법을 적보다 먼저 아는 자가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것이 군대가 승리하는 원칙이다”
손자(孫子) 군쟁편(軍爭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덧붙여 설명하기를 “군쟁(軍爭)의 어려움은 돌아가는 길을 직행인 듯이 가고, 불리한 우환을 이로움으로 만드는데 있다.
그러므로 그 길을 돌기도 하고, 미끼를 던져 적을 유인하기도 하고, 상대방보다 늦게 출발하고서도 먼저 도달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우직지계를 아는 사람이다.”
춘추전국시대 제(濟)나라의 유명한 정치가인 안영이란 사람이 제나라 왕 경공을 모실 때 일이다.
어느날 왕이 사냥을 나갔는데 하인인 사냥지기가 왕이 사냥한 사냥감을 부주의로 잃어버렸다.
경공은 매우 화가나서 그 자리에서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명하였다.
같이 사냥 나갔던 주변 신하들은 안절부절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때 안영은 경공에게 직접충고하지 않고 우회전법인 “우직지계(迂直之計)”로 본심을 전했다.
안영은 경공에게 정중히 사냥지기의 처리를 자신이 하겠다고 말을 전한 후 사냥지기를 끌고 나오라고 해서 경공이 들어라는 듯이 큰소리로 죄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는 세가지 죄를 범했다.
첫째, 너의 맡은 바 임무인 군주의 사냥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더 큰 잘못은 군주로 하여금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했으니 부덕한 군주로 만든 것이다.
나아가 우리 군주가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한낱 사냥감 때문에 신하를 죽인 군주라고 비난받게 만드는 것이 너의 세 번째 죄다.
네가 이러고도 살아 남기를 바라느냐!”
안영은 사냥지기를 추궁하면서 우회적으로 군주에게 왕의 판단을 다시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결국 경공 왕은 자신이 사냥지기를 죽이면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을 직감하고 사냥지기를 놓아주라고 말한다.
여기서 안영은 자신이 모시는 주군과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신하된 도리를 다하고 자신의 주군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다.
물을 유리컵에 담으면 마시는 물이 되고, 세숫대야에 담으면 씻는 물이 된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말한마디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성경에 “죽고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
“말 한마디에 천냥 빛을 갚는다”
우리가 익히 듣고 뼈저리게 느끼는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는 실제의 현 상황에서는 곧 잊어버리곤 한다.
군에는 군수가, 경찰서에는 서장이, 그리고 각각의 산하단체에는 장이 있다.
군수는 자치단체인 하나의 군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다.
잘하는 조직원에게는 상을, 잘못하는 조직원에게는 벌을 줘서 자치단체라는 지역공동체가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나 계획을 직원들의 참여없이 군수 혼자만의 생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처리 한다면 군수 또한 제나라 왕 경공하고 다를바 없다.
또 군청 간부들 역시 사냥지기를 바라만 보고 있는 신하들이라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고 외치는 간신배와 다를 바 없다.
우리 시대에 안영과 같은 신하가 필요하다.
조직의 수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며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릴 때 충언해줄 직원이 필요하다.
서기관, 사무관들은 군수와 조직원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아 어떤 불협화음의 위기라도 슬기롭게 넘기게 만드는 안영의 임무를 다해줘야 할 위치다.
높으신 분들에게 기대하고 싶다.
어차피 건너야 할 숙명이라면, 불어난 황톳빛 물살의 계곡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우직지계(迂直之計)의 지혜를 다시한번 생각하기를…                 

     / 발행인  박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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