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요양원에서 특실 쓴다고 누가 알아준답니까?”
[편집국 칼럼] “요양원에서 특실 쓴다고 누가 알아준답니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5.24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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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많이 벌어놨다고 돈 가방 짊어지고 요양원 간다해서 누가 알아준답니까? 잘 나갈 때 들어놓은 생명보험으로 대학병원 특실 가서 독방 쓴다고 누가 알아준답니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사이에서 흔히 던지는 농담이다. 농담 같지만 그냥 듣고 넘길 농담이 아니다. 왠지 모를 씁쓸한 여운과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울림이 온다.
20년 전에 간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이제 온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을 반갑게 맞으면서 돈 5천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회장이 “형님 빈손으로 왔는데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회장이 “에끼 이 사람 자네도 빈손으로 왔는가”했다는 얘기다.
이분들에게 통하는 고사성어가 있다.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는 말이다. ‘개똥밭에 구를 지라도 저승보다는 이 세상이 더 즐겁다’는 뜻이다. 비슷한 속담에 ‘거꾸로 매달려 살아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다’라는 전통 속담이 있다.
‘만약, 다리 하나가 부러졌다면,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지지 않은 것을 하늘에 감사하라. 만약, 두 다리가 부러졌다면 목이 부러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 만약, 목이 부러졌다면,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없어진 것에 감사하라’는 유태인 속담도 있다.
자족의 분수를 알아야 현명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고사성어에 새옹지마(塞翁之馬; 변방의 말)라는 말은 이 분야에 단연 독보적인 사례다.
북방의 변방 작은 마을에 한 노인이 말을 애지중지 키우고 있었는데 전 재산인 이 말이 집을 나가버렸다. 낙담하고 있던 차에 몇 달 뒤에 이 말이 새끼를 배 가지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그런데 삼대 독자인 아들이 이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받았는데 마침 오랑케가 쳐들어와 청년들이 모두 군인으로 전쟁에 동원됐다. 아들은 부러진 다리 탓에 마을에 남게 됐다. 전쟁이 끝나고 보니 군대간 청년 열에 아홉이 죽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축하하고 무엇에 손가락질할 것인가?
인간의 길흉화복은 새옹지마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
아무리 큰 재앙도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니며 한 때의 기쁨도 너무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시인 이채는 <인생 이렇게 살아라>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고달픈 인생>
오죽하면 태어날 때 울기부터 했을까마는
양껏 벌어도 먹는 건 세끼요
기껏 살아도 백 년은 꿈인 것을
못산다고 슬퍼 말고 못났다고 비관마라.
재물이 늘어나면 근심도 늘어나고
지위가 높아지면 외로움도
더하는 법
부자 중에 제일은 마음 편한 부자요
자리 중에 제일은 마음 비운 자리이다.//
시인은 그러면서 ‘웃으며 살아라’는 주문을 던진다.
<물이 그릇을 탓하더냐
둥글면 둥근대로
모나면 모난대로
제 모습을 그릇에 맞추는 물처럼 사는 사람은
세상을 탓하지 아니하네>라고 선문답을 준다.
어떤 고난을 당하더라도 최악이 아님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하고, 살아 숨 쉴 수 있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것과 남은 것 중에서 늘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며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내게 무엇인가 남아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비록, 모두 다 잃었다고 해도 내 몸이 건강하다면 그보다 고마운 일은 없다.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그 작은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의 차별이 없다.
코로나가 인류를 동일한 침투 대상으로 삼듯, 인간인 우리는 모든 우리 주변을 사랑과 감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다.
아파하는 이웃이 있는 지 관심을 가져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니(This too shall pass away)...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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