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칼럼]대권을 향한 시선… 호선망세(好善忘勢)를 가려라
[편집국칼럼]대권을 향한 시선… 호선망세(好善忘勢)를 가려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5.3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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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大權)이란 자석 앞에 무수한 점들이 모여들고 있다.

어떤 곳에는 작은 파동으로, 어떤 곳에는 큰 파장으로 밀려든다. 자석의 양 끝자락에 온갖 쇠붙이가 붙는 것처럼 줄줄이 엮이고 있다.

알 듯 모를 듯한 기대와 희망을 잔뜩 안고...

하긴 말이 그렇지 옛날 같으면 천하를 통치할 왕을 뽑는 자리 아닌가. 대물림하는 왕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왕을 우리 손으로 뽑는다니 새로운 세상을 꿈꿔볼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민주주의 시대이며 삼권분립이 엄연한 국가에서도 실제로 통치의 권세가 왕조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전지전능하다는 대권의 그늘에 조금이라도 기대 보고 싶은 마음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내년 대선 날짜가 3월 9일이니 약 9개월 남았다. 그때까지 어떤 인물을 선택하여 어떤 행보를 하든지 그것은 본인의 몫이다. 사생결단을 하며 들이대든, 그냥 응원만 하든 그것도 자유다.

하지만 ‘가야할 길’와 ‘가고자 하는 길’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다시한번 생각한다.

‘가고자 하는 길’은 나의 이상향일 뿐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이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세상일 수 있다. 그 길은 때로는 많은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길일 수도 있다. 가고자 하는 길이 실패한다면 나에는 낭패겠지만 여러 사람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는 길이다.

‘가야할 길’은 내가 그리 큰 이득을 보지 못해 싫은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인에게 덕이 되는 길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반드시 그리됐어야 할 길이다.

문제는 반대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할 것인가이다.

두 개의 선택 중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만이 옳다’고만 고집하면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개인의 선택에 그치지 않고 이념과 사상의 충돌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적 편가르기로 나타나 패망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가까운 역사에서 보면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같은 권력자들이 국민들의 이같은 충돌을 교묘히 정권 유지나 연장에 이용해왔다.

이럴 때 국민들이 들이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잣대는 무엇일까.

군주가 될 그릇의 크기와 넓이를 보면 되지 않을까?

이런 때를 위해 맹자께서 이런 말씀을 남겼다.

군왕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호선망세(好善忘勢)가 되는 지를 보라고 말이다.

이 말은 고지현왕 호선망세(古之賢王 好善忘勢)라는 말에서 왔다. 직역하면 ‘옛날 현명한 왕들은 선을 좋아하고 자신의 권세를 잊었다’는 뜻이다. 권세를 앞세우지 않고 내려놓고, 선을 추구하여 현명한 신하들을 가까이 할 줄 아는 군주라야 따를 가치가 있다고 봤던 것이다.

훌륭한 왕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 인재를 오래 머물게 할 줄 알았다. 그런 왕들은 자신의 권세에 기대기보다 지극한 선의 가치를 따랐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역사의 페이지 곳곳에는 권력의 단꿀을 찾아 취한 불나방 같은 모리배, 아부꾼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 왕의 권력 뿐 아니라 떠오를 미래 권력인 세자에 아부·아첨하며 맹목적 충성으로 보필하다 나라를 진흙탕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도 부지기 수였다.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과 추종세력들은 권력이 시들자마자 또는 시들기도 전에 멸문지화를 당한다는 교훈을 수없이 보여주고 있다.

위정자는 그런 무리들을 가려낼 줄 알고 또 진정한 일꾼을 찾아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인기도와 투표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민주주의 제도는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까지 오직 표 긁어 모으기에 여념이 없을 뿐, 지지세력들의 참됨과 거짓을 가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투표’라는 관문을 뚫고 ‘당선’으로 가기 위해 무수한 전략과 전술, 조직적인 공세가 난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내가 가고자 하는 길’만을 고집하지 않고 조금만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아래서는 호선망세를 할 줄 아는 현자를 가리는 눈이 필요하고, 위에서는 진정한 일꾼을 찾아내 믿고 기용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시간이다.

 

 

/편집국장 백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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