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젊음으로 모든 것 대체 할 수 없어…경륜만큼 값진 교과서는 없다.”
[편집국 칼럼] “젊음으로 모든 것 대체 할 수 없어…경륜만큼 값진 교과서는 없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6.2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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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에게]

‘대단한 등장이고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이준석을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가 남다르다. 어찌됐건 30대 청년의 야당 대표 선출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엄청난 한 획을 그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를 향한 기대감은 새로움, 참신함, 젊음, 파격 등 모든 변화지향적 언어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의 가식없는 행동이나 워딩을 보면 시원시원하다.

원고를 보고 더듬더듬 읽으며 축사를 하고, 행여 어떤 평가가 나타날까 신중한 행보로 일관하던 과거 정치인들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어떤 어머니들은 ‘저런 자식 하나 뒀으면 좋겠다’는 농담까지 한다.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20대~30대 청년들의 정당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런 열풍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른바 2030세대의 전면 포진을 알리고 있다. 우리들이 즐겨쓰던 7080세대나 386세대는 뒤쪽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 젊은이를 정치 전면으로 끌어 올렸으며 그 등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준석 대표를 우뚝 등장시켜준 무대는 낡은 한국 정치판이었다. 그가 속한 야당인 국민의힘도, 여당인 민주당도 똑같은 원인 제공자들이다.

기성 정치판이 오죽이나 잘못했으면 그랬을까. 얼마나 갈아엎고 싶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30대 젊은이에게 ‘융복합 난장판으로 불리는 거대한 정치 파도 앞에서 노를 저어보라’고 했을까. 눈만 뜨면 부딪치는 여야 정쟁이나 좌파 우파들의 끝없는 대결은 하루빨리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기성세대의 잔영으로 남겨졌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우리 손으로 한번 변화의 세대를 만들어 보고자 선택한 것이다.

이준석은 1985년 서울 출생, 서울과학고를 나와 하버드대학교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박근혜로 인해 정계에 입문하여 청년 몫의 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총선에 두 차례 출마했으나 낙선한 경험이 있다. 정치 경험은 겨우 10년이다.

하지만 최소 3선 이상을 중견 정치인이라고 말하고 10~20년 씩의 경륜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 정치판에서 10년 경력 간판은 초등학생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제 아버지 뻘 되는 정계 거물들과 나란히 마주하게 되는 위치에 올랐다. 때로는 대통령과 시국 현안을 논할 때도 있을 것이고 외국 정치 지도자들과도 대면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때문에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시선들이 많다.

대표적인 발상으로 정치인에게 기초자격시험제 도입을 주장하고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 발상이 그것이다. 여성.청년 할당제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짓눌려 위치를 찾지 못하는 소외지대 세대들에게 기회를 주는 참신한 제도로 여러 정당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 이런 장점들을 한번에 깔아 뭉게고 경쟁이라는 마당 위에서 놀자는 격이다. 능력주의, 시험만능주의를 부르짖고 있는데 과연 이게 맞는 주장일까?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예를 들어 지금 시험으로 국회의원을 뽑는다하자. 기회균등의 원칙으로 시골 출신 청년과 서울 서초동이나 여의도 주변 청년들이 똑같이 응시한다면 누가 높은 점수를 받을까? 여건의 평등이 전제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능력시험은 정답이 뻔하다.

이준석 대표의 이러한 주장들은 과거 세대들이 실험대를 통과하면서 정당성을 부여받았던 제도를 깡그리 부정하는 시도일 뿐이다. 젊은이의 시각으로 보면 “맞다 맞어”를 연발시키고 환호성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현명한 제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를 생각한다.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한 집단이 젊어지려면 외연과 본질이 함께 변해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청년 세대가 주름잡는다고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 걸맞는 콘텐츠의 참신성, 신구세대와 좌우세대를 아우를 줄 아는 포용력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기본 용량이다.

이준석은 “제가 제시하는 미래가 대한민국 젊은 세대가 바라는 미래다”라고 선언했다.

기백은 칭찬하고 싶지만 대단히 불안하고 우려스럽다. 변화는 과정일 뿐이지 완성이 아니다.

위대한 정치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도 40대에 기수론을 제창하고 험난한 시절을 지내다 74세에 대통령에 올랐다. 현대 중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덩샤오핑도 74세에 권력을 잡았다.

경륜은 무엇보다 값진 교과서다. 앉아서도 천리를 바라볼 줄 아는 시야를 가질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세상은 젊은이들의 상상보다 훨씬 넓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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