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현장]“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예전에도 똑같은 암벽이었을텐데”
[혁신현장]“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예전에도 똑같은 암벽이었을텐데”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7.12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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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암벽에 잔도 개설… 탁 트인 섬진강 뷰 '최고'
전북 순창군 용궐산 하늘길 문전성시… '명품길 등극'
구름 위를 걷는 아찔한 쾌감… 순창군 용궐산 하늘길 잔도가 인파로 들끓고 있다. 10분 거리인 2km 떨어진 곳에 섬진강 요강바위라는 명물이 있어 연계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구름 위를 걷는 아찔한 쾌감… 순창군 용궐산 하늘길 잔도가 인파로 들끓고 있다. 10분 거리인 2km 떨어진 곳에 섬진강 요강바위라는 명물이 있어 연계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순창군 용궐산이 일 순간 국내 최고 관광지로 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문 등산가들이 자주 찾던 용궐산이 마치 중국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암벽에 잔도 길을 내고 스릴감과 수려한 섬진강변 뷰를 한눈에 선사하는 관광지로 돌변하며 전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

높이 647m의 용궐산은 예전에는 용골산이었으나 해골의 이미지가 떠올라 용궐산으로 바꾸었다는 유래를 안고있다. 정상까지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주차장에서 약 2km 거리에는 요강바위로 유명한 장군목이라는 곳이 있어 또다른 별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요즘 최대의 화두는 역시 멋진 뷰(view)였다. 유튜브에서 한번 히트치면 순식간에 명소가 된다. 용궐산 하늘길을 오르는 사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SNS에 올리는 바람에 발 디딜틈이 없는 명품으로 변했다.

1년 반 동안 코로나로 잔뜩 움츠렸던 사람들의 억눌린 기분을 풀고 싶은 마음에다 중국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을 것같은 호기심까지 자극, 연일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전북 내륙의 오지에 해당하는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 산 101-1번지 일원의 용궐산은 가파르고 험한 산이어서 전문 등산인들 이외에 찾는 이가 드물었다. 용궐산 아래쪽에 자연휴양림이 있어 여름 휴가지로는 안성마춤이었다.

하지만 등산길은 산 입구부터 가파른 바위 계단이 급경사를 이뤄 숨을 헐떡이게 만들고 도중에 쉴만한 공간조차 마땅치 않아 사람을 외면하고 있었다. 게다가 비스듬히 펼쳐진 수직의 거대한 바위 경사면은 보는 순간 ‘급 위험’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면 계곡으로 흐르는 섬진강과 아스라이 내려다보는 암벽, 강 양안의 늘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져 스릴 만점을 주는 곳이기도 했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의 역발상이 솟았다.

박현수 순창군청 산림공원과장은 자연 경관을 다듬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기획, 용궐산의 자랑인 거대한 수직 암벽에 ㅅ자 형의 데크로드를 건설, 등산로를 길고 편하게 만들고 암벽에서 멋진 경관을 즐기도록 했다.

데크 공사 구간은 용궐산 하단부 암벽 부근으로 산의 약 1/3 정도로, 나머지 정상까지 구간은 예전의 가파른 등산로를 그대로 두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가파른 경사면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경관도 명품이기 때문이다.

순창군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5월부터 12월까지 사업비 8억1천2백만 원을 들여 데크로드 534m, 267경간을 설치하고 하부와 상부 600m를 안전한 돌계단으로 다졌다. 중간에 전망데크 3개소를 설치, 포토존을 겸해 인증샷을 날릴 수 있도록 했다.

아무도 갈 수 없었던 수십 미터 수직 바위 경사면을, 누구나 갈 수 있는 명품길로, 마치 하늘을 걷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결과는 완전 대박이었다.

어느새 전국 명품길로 소문나 경상도 지역 관광객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강원도에서도 찾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순창군 산림공원과 실무자인 남하영 씨는 “통계를 내지 않았으나 평일에 1천여명, 주말에는 3~4천 명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300여 면의 주차장을 만들었으나 주말은 말할 것 없고 평일에도 완전 만차여서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마을 입구부터 주차 가이드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산간 오지마을에 이렇게 인파가 몰려드는 것을 본 주민들은 “우리 동네도 뭔가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반기고 있다.

하루종일 주차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을 한 주민 정모씨(59)는 “우리 동네가 유명해진 것은 확실합니다. 주말엔 진짜 정신없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게 놀다 가실 수 있도록 해야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낙 산골이라서 관광버스가 진입할 수 없다는 도로 사정과 주차장이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순창군은 이렇게 차량이 밀려들 줄 몰랐던 만큼 인근에 주차장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건립 중인 용궐산휴양관을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로 꾸며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더하고 토산품과 농특산물 판매소 등을 설치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할 예정이다. /백형모 기자

 

 

300여 대 공간의 주차장과 휴양관 입구.
300여 대 공간의 주차장과 휴양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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