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스로 제 아비와 형을 죽이는 굿판을 멈춰라!
[칼럼]스스로 제 아비와 형을 죽이는 굿판을 멈춰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7.19 1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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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딱 두 가지다.

지지자 그룹과 계곡 너머에 진을 치고 있는 반대파 그룹이다.

SNS를 주무대로 벌어지고 있는 비릿한 아수라장은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한쪽 지지자들은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적장은 시궁창 냄새가 펄펄 나는 인간 이하의 사람이며 그 지지자들은 역시 파렴치한들 뿐’이라고 나팔을 불고 있다.

반대편에서도 가만 있을 리 없다. ‘우리 주군은 최고 능력가이며 정의파다. 당신 같은 나쁜 무리들은 짐승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 쪽에서 훅을 날리면 한쪽에서는 다리를 걷어차고, 그래도 안 넘어지면 또다시 뒤통수를 친다.

감정으로 뒤범벅된 막말 표현은 그래도 나은 편일까. 실제 인물 사진을 오려 붙이거나 합성하여 보기 민망할 정도의 추악한 잡범으로 만들어 퍼트리고 있다.

어느 지지자 측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여론조사를 빙자해 자기편이 앞섰다는 내용을 진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

또 한쪽 지지자 측에서는 케케묵은 연예인 관련 신상 문제나 가정사를 끊임없이 들춰내어 그 후보의 부도덕성을 엮어낸다. 6~70년대를 풍미하던 선데이서울 한 귀퉁이를 보는 것과 똑같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 논란이다.

한창 여배우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던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체검사까지 받았다.

이 지사는 아주대병원에서 중앙지 언론인 입회 하에 의료진의 신체 검증을 받고 논란이 된 부위에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지사는 “‘(김부선 씨가) 제 몸에 신체적 특징이 있다. 완벽한 증거다'라고 주장하는데, 제가 치욕을 무릅쓰고 대표 언론인을 대동해서 피부과, 성형외과 전문가들이 검증하도록 했다. 저로서는 치욕 그 자체였지만 그렇게 검증에 응했다”고 말했다.

김부선 씨가 2018년 이 지사의 신체 특정 부위에 있는 점을 실제로 봤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를 반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지사는 “일이 이렇게 되자 그분이 두 번이나 사과했다. 공개적으로 ‘이거 사실이 아니다, 미안하다’고 했다”고 사실을 밝혔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면, 사실이 없다고 증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런 사건에 휘말리는 당사자로선 얼마나 막막하고 원통할까. 또 이런 막장드라마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얼마나 한심할 것인가.

그런데 지금 대권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모습들이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르지 않으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는 민주주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사자들을 우리에 가둬놓고 서로 물어 뜯기 경쟁을 하는 모양새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현재 진행되는 싸움판 행태로만 본다면 ‘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 없다’는 ‘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讐: 俱 함께 구, 戴 머리에 일 대, 讐 원수 수)’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예기(禮記)의 곡례편(曲禮)에 나오는 불구대천지수는 “아버지의 원수와는 함께 하늘을 이고 살 수 없고, 형제의 원수를 보고 무기를 가지러 가면 늦으며, 친구의 원수와는 나라를 같이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글에서 나왔다.

이 내용만 보면 부모나 형제의 원수와는 결코 같이 살 수 없으며 끝까지 복수를 해야 한다고 설명된다. 현대인들에게는 ‘더불어 살 수 없을 정도로 미운 놈’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맹자는 남을 죽이는 일이 결국은 자신과 자신의 아비, 형을 죽이는 것임을 뼈아프게 가르치고 있다.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는 게 동서양에 불문율이었다.

그래서 맹자(孟子)는 진심편(盡心扁)에서 이렇게 탄식한다.

‘이제야 남의 아비를 죽이는 것이 중요한 줄 알겠노라. 남의 아비를 죽이면 남이 또 그 아비를 죽이고, 남의 형을 죽이면 남이 또 그 형을 죽일 것이니…

그러면 스스로 제 아비나 형을 죽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는 아비나 형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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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생각 2021-07-20 07:07:11
감사합니다.
현실을 보면서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며,
모든 사람들과 언론인들도 이글을 읽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
스스로 제 아비와 형을 죽이는 굿판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 합니다.
옛말에 똥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더니
장성에 언론인 몇명도 현실보도와 칭찬에는 인색하고 부정적으로 상대를 물어뜯는 것은 본인의 자신을
뒤돌아 볼줄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장성에 발전을 위하여 다같이 전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