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농가 탐방] “일반 과일은 비켜라! 상큼한 백향과 납신다~”
[선진농가 탐방] “일반 과일은 비켜라! 상큼한 백향과 납신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09.0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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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면 생촌리 김용옥 씨 ‘큰장성’ 농원, 열대과일에 도전장

백가지 향과 맛이 나는 백향과 장성 첫 출하

2018년 시작, 친환경재배 성공해 한살림공방에 전량 납품
김용옥 사장과 4년생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백향과 열매.
김용옥 사장과 4년생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백향과 열매.

 

천정에 빈틈없을 정도로 주렁주렁 매달린 백향과 열매를 보면 그냥 입이 벌어진다. 백가지 향과 맛이 난다하여 백향과로 불리는 장성 유일의 패션푸르트 농장 풍경이다.

3월 말과 8월 말, 1년에 두 차례씩 수확하는 백향과가 한쪽에서는 농익어 손대면 툭 땅에 떨어지고 또 한쪽에서는 푸른 잎을 헤치고 줄기마다 새롭게 하얀 꽃을 피워내고 있다. 패션푸르트 꽃은 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시침, 분침, 시침 등 세 개의 바늘이 돌고 있는 것처럼 보여져 시계꽃이라고도 불린다.

결실은 이래서 즐거운가 보다.

장성군 삼계면 생촌리 마을 앞 죽림 들녘에서 백향과 과일을 생산 출하하고 있는 김용옥(62) 사장은 한해 중 가장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중삼중으로 된 하우스를 시간대별로 돌보는 것은 물론, 수확과 선별, 납품처에 발송하기 등으로 몸이 두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이번 가을엔 약 2톤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미 1.5톤 가량을 납품했다. 지난해보다 훨씬 적은 물량이었다. 백향과가 온도에 민감하다는 특성을 깜박하고 1시간 정도 하우스를 높은 온도에서 방치한 사이에 나무 절반 가량이 삶아져 고사하는 아픔도 겪었기 때문이다.

“쉬운 것이 어디 있답니까? 더구나 새로운 작목에 도전하는데… 그러나 저는 오래전부터 전량 납품처인 한살림공동체에 정회원으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판로에 큰 고민을 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시골에서 수도작 농사만 고집했던 김 사장은 4년전인 2018년, 주변의 권유로 백향과 재배를 시작했다. 장성에서 첫 재배자가 됐다. 다행히 담양에 있는 후배가 이것을 재배하고 있어서 하나하나 자문을 얻어 실패를 줄일 수 있었다.

행운이었던지 2018년에 3동의 하우스에 재배를 시작, 다음해에 무려 4톤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미래 농사로 전망을 확인한 김 사장은 올해부터 3동을 추가해 6동으로 규모를 늘렸다.

1년에 사람 키 높이 두배로 성장하는 패션푸르트의 특성상 내년에는 신규 3개 동에서도 수확이 상당량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사장의 이러한 재배과정을 본 인근의 3~4 농가가 의기 투합, 패션푸르트 재배를 시작했다. 김 사장도 이런 분위기에 격려를 더하며 패션푸르트 지역특산품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때문에 함께 현장 견학도 가고 궁금증을 해소하며 선배 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심은 1년 생 어린 백향과를 돌보는 김용옥 사장.
올해 심은 1년 생 어린 백향과를 돌보는 김용옥 사장.

 

김 사장은 원래부터 농사꾼이었던데다 친환경 유기농회원들의 모임인 한 살림공동체 활동을 해오면서 생산된 전량 납품을 약속받았기에 큰 굴곡 없이 견뎌올 수 있었다.

“한살림공동체는 전국에서도 남품조건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전문기관에서 인증했어도 자기들이 다시 친환경 유기농 여부를 검사합니다. 그리고 믿을만한 회원들 물건 아니면 받지 않습니다. 그대신, 조건을 한번 인정받으면 벌레가 있든, 썩었든 만사통과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유기농이니까요”

김 사장은 자신의 상품을 인정해주는 기관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어떤 화학 약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행히 백향과는 병충해에 강한 작물이다. 풀도 예초기를 사용하거나 수작업으로 처리한다. 아무리 추워도 불을 때서 하우스 안의 기온을 가열하지도 않는다. 순수한 지하수 열을 사용할 뿐이다. 한살림공방이 기름을 사용해 하우스를 가열하는 것도 금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아열대 과일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계절 과일보다 당도가 훨씬 높고 영양도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과일을 선호하며 즐기는 음식문화 시대가 오고 있는 추세가 확실해 보입니다. 시중 과일가게를 보더라도 몇 년전보다 훨씬 다양한, 이름도 모르는 과일들이 널려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장성군이 국립아열대작물 기관을 유치한 것은 우리 지역 농업에 정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인거죠. 잘 이용해야 할 과제입니다”

김 사장은 곧 다가올 미래 과일 시장을 예견하며 좀 더 많은 아열대 품종의 시도가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생촌마을에서 약 7km 정도 떨어진 곳에 건립되는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 유치를 계기로 다양한 작물 품종 도입과 개량, 종자 증식, 묘목 삽목 산업, 그리고 재배시설 산업 등에 빨리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과일 산업이나 묘목 산업이 경상도나 충청도에 비해 10년 정도 뒤진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농업에 대한 도전정신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들 상일(32) 씨가 지난해 광주에서 직장을 접고 청년창업농으로 이곳 고향으로 귀농하여 아버지의 백향과 농장을 함께 돕고 있는 것을 볼 때 한없이 든든하기 때문이다.

상일 씨는 농장 규모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다양화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방법도 시도 중이다.

“올해 작은 규모지만 백향과를 설탕에 절여 청으로 음용할 수 있는 백향과청 에이드를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생산량이 많아지게 되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이나 열대 지방에서 생과일 이외에 음료수나 디저트, 아이스크림, 향수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는 점을 연구해 볼 계획이다.

때마침 출하할 백향과 선별에 여념 없는 손놀림에서 미래를 보는 청년농군의 희망을 느끼게 한다. /백형모 기자

올해 심은 1년 생 어린 백향과를 돌보는 김용옥 사장(위)과 4년생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백향과 열매. 사진 가운데는 출하 작업에 여념 없는 귀농 아들 김상일 씨 부부.
올해 심은 1년 생 어린 백향과를 돌보는 김용옥 사장(위)과 4년생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백향과 열매. 사진 가운데는 출하 작업에 여념 없는 귀농 아들 김상일 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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