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낯설은 말… 그때는 우리네 친숙한 언어였죠”
“이제는 낯설은 말… 그때는 우리네 친숙한 언어였죠”
  • 오복 기자
  • 승인 2021.09.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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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우리말사전 동참… 광주전남편찬위원 조선희씨

"사라져가는 우리말 안타까워… 외래어 남발도 문제"

‘다시쓰는 우리말 사전, 말모이’가 지난 2월 11일 종이사전으로 출간됐다. 10만여 우리말 중에서 엄선한 4012개의 표제어를 656쪽의 책에 담았다.

‘말모이 사전’은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 조선일보가 기획한 것으로 일제의 핍박 아래서 목숨 걸고 우리말을 지켰던 선현들의 얼을 이어받아, 점차 사라져가는 전국의 옛말과 입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지역말들을 국민의 손으로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2019년 10월부터 인터넷과 우편, 팩스 등으로 전 국민이 보낸 10만 여 단어가 모였고, 이를 지역 대표 71명이 검토한 후, 국어학자 60명이 정제·검수해 이 중 4012개의 표제어를 추려냈다.

광주전남 편찬위원에는 조선희 전남문인협회 감사(호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와 오덕렬 한국창작수필문인협회 이사장(전 광주고 교장), 유헌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전 목포MBC 보도제작국장), 이대흠 목포대 평생교육원 교수(전 천관문학관장), 조년환 전 경찰관, 주광현 전남문인협회 이사(전 전남문인협회 부회장) 등 총 6명이 선발됐다.

조선희 편찬위원은 2007년 장성군문인협회장을 역임할 당시 한국문인협회장성지부 장성문학 28주년 기념특집 부록으로 아름다운 시어집을 발간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광주전남말모이사전 편찬위원으로 선정됐다. 조 편찬위원은 2020년 한해동안 장성지역의 모정(茅亭)을 두루 돌며 어르신들이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언어를 찾아 기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그는 ‘갸침’이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갸침’은 옷의 일정한 곳에 헝겊을 달거나 옷의 한 부분에 헝겊을 덧대어 돈, 소지품 따위를 넣도록 만든 부분을 뜻하는 단어로 당시 모정에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의 대화가 너무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그거시 갸침이제 갸침~” “아니여 개비여 개비” “훌처미여라 뭔소리여~” 어르신 세분은 모두 다른 언어로 주머니를 이야기 했다.

그 자리에서 모두가 같은 단어를 다른말로 이야기 하면서 손뼉치고 배꼽 빠지게 웃었다는 일화다. 이 일화는 말모이 사전에 ‘[장성] “엄마 우와기 개비에 쇠떼 있나 봐아리.- 표준어 엄마 윗도리 호주머니에 열쇠 있나봐라.’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조선희 말모이 우리말사전 편찬위원.
조선희 말모이 우리말사전 편찬위원.

조선희 편찬위원은 “한때는 모두가 사용했던 말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편찬위원을 하면서 우리네 언어를 기록하고 남길 수 있다는 일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언제 어디를 가던지 낯설게 들리는 말은 늘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앞으로도 점차 사라져가는 옛말과 입말들을 찾아 사라지는 말이 아닌, 우리의 말로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세대에 외래어 남발이 우리말을 헤치고 있다는 생각도 있다. 군청소식지에서 본 ‘오피니언 리더’라는 말은 ‘여론 주도자’라는 뜻이다. 조금더 우리지역에 어르신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 선정이 필요한 부분이다”며 “순 우리말 사용이 늘었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조선희 편찬위원은 문학춘추 시 1998년, 시조문학 2002년 등단했고, 전남시문학상, 전남문학상, 장성문학상, 소파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토방이 그리웁고’, ‘가슴으로 품어 꽃을 피우고’, ‘내가 당신을 슬프게 했나요?’, ‘빛바랜 사진처럼’, ‘가랑잎 소리’, ‘한박자 쉬어가는 여유’, ‘푸른 바람 소리’ 등이 있다.

한편 조 편찬위원의 8번째 시조집 ‘황룡강 연가’가 이달 말 발간된다. 또한 내달 2일은 노란담장에서 예절교육지도사 과정 ‘호칭에 대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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