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78세, 책가방 매고 경로당으로 간다!
평균연령 78세, 책가방 매고 경로당으로 간다!
  • 오복 기자
  • 승인 2021.09.13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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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평생교육센터,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 호응

19개 마을 154명 참여… 치매인지교육 등 수업도 병행
장성군평생교육센터가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육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가 지난 7월 19일 개강했다. 사진은 지난 8일 북하면 약수4리 경로당에서 수업을 진행 중인 모습.
장성군평생교육센터가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육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가 지난 7월 19일 개강했다. 사진은 지난 8일 북하면 약수4리 경로당에서 수업을 진행 중인 모습.

 

“함께 배운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지난 8일 오후 2시 북하면 약수4리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책가방을 매고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경로당 앞에 걸린 칠판에 가,나,다,라 한글이 적혀있다.

어르신들은 어린아이 같이 웃음기 넘치는 얼굴로 공책을 펼치고 필통에서 연필을 꺼냈다.

이곳은 장성군평생교육센터가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육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 현장이다.

지난 7월 19일 개강한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은 사회‧경제적 이유 등으로 글을 배울 기회를 놓친 비문해 성인들을 위해 마을로 문해교사를 파견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5월 수요조사에 참여를 희망한 관내 11개 읍면 19개 마을 154명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주 2회, 2시간식 총 40회에 걸쳐 진행된다.

장성군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백신 예방접종을 완료한 군민으로만 참여자를 제한했으며, 마스크 항시착용 등 철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운행 중에 있다.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에 참여중인 설정순(82)씨가 그림 수업을 받고있다.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에 참여중인 설정순(82)씨가 그림 수업을 받고있다.

 

한글교실에 참여 중인 설정순(82) 씨의 노트에는 자신의 이름과 손자들 이름을 한글자씩 빼곡이 연습한 흔적이 역력하다.

설 씨는 “학교를 다니지 못해 홀로 가나다라 익히기 공부를 했다.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 공부와 찬송가를 부르며 읽는 법을 배우긴 했으나 어설펐는데 이곳에서 한글을 기초부터 다시 배우게 되어 너무 좋다”며 “‘퐁당퐁당’ 같은 동요 부르기부터, ‘시장에 가면’ 하면서 먹을 것을 돌아가면서 읊는 게임은 약수4리 경로당에 웃음꽃을 피운다”고 말했다.

김선숙(57) 한글교실 강사는 광주시에서 북이면으로 이주한 귀촌인이다. 귀촌한 후 지난해 12월 문해교육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강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

“한글교실에 참여 중인 어르신은 평균나이 70대 후반이지만 학습에 열정이 많고, 호응도가 높아 지도가 수월하다”며 “덩달아 가르치는 저도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수업을 하면서 많이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행복하고 많은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1단계 교육을 마치고 내년에는 진도를 좀 더 나가서 시와 그림을 선보이는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북이면과 북하면은 2곳만 운영이 되고 있는데 조금 더 많이 알리고 마을별로 활성화가 되어 가까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정순 씨의 노트.
설정순 씨의 노트.

 

김현남(74) 씨는 북하면 이장으로부터 경로당에서 한글교실이 열린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 지원하게 됐다.

김현남 씨.
김현남 씨.

“내 이름을 쓸 줄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 그리고 부산이나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방문할 때 안내판 등을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눈이 맑아지고 마음까지 밝아지는 느낌이다”고 웃으며 기쁨을 전했다.

또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이 늘어서 불편함이 줄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세상 속에 내가 속한 기분이 들어서 행복하다. 일만 하느라고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배우기 힘들었는데 이런 기회에 한글도 배우고 색칠공부, 노래부르기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다같이 모여서 공부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업은 한글을 쓰고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일상생활 기초능력 향상교육과 치매인지교육 등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수업을 병행한다. 어르신들은 2022년에 어르신이 직접 쓰고 그린 작품으로 시화전이 열릴 예정이다.

장성군은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2021 성인문해교육 공모에 선정돼 국비 1천425만원을 지원받고, 군비 3천만원을 투입해 평생교육의 중장기 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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