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두 번의 총성 10·26… ‘탕탕절’에 왜 또 망언인가!
역사를 바꾼 두 번의 총성 10·26… ‘탕탕절’에 왜 또 망언인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10.25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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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은 두 번의 총성이 울려 한국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전환의 날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역사를 뒤바꾼 두 차례의 총성 때문에 사람들은 10월 26일을 탕탕절이라 부른다.

도대체 무슨 날인데 이 날이 탕탕절인가?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변곡점이 된 사건이지만 사람들의 기억은 희미해져 가기만 한다.

첫번째 총성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대한의군 참모 중장(大韓義軍 參謨 中將) 안중근 의사가 일본제국주의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다. 하얼빈역은 중국 헤이룽장성의 철도역이다.

독립운동가 안중근은 러시아 의장대 군인 틈 사이를 뚫고 이토 히로부미 앞에서 권총을 꺼내 세발을 발사했다. 총알은 가슴과 복부를 관통했고 이토는 20분 뒤에 숨졌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 제국 헌법의 기초를 마련하고, 초대·제5대·제7대·제10대 일본 제국 내각 총리대신을 역임했다. 뛰어난 정치력을 인정받아 일제가 대륙침략의 전초기지로 삼을 조선을 다스리기 위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으로 부임했다.

저격 현장에서 일경에 체포된 안중근 의사는 재판정에서 자신이 이토히로부미를 죽인 이유 15가지를 밝혔다.

한국의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황제를 폐위시켰으며,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했으며,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렸으며, 동양평화를 깨뜨렸다는 15개 죄목이었다.

안중근은 재판정에서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고 한일 간이 멀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의병 중장의 자격으로 죄인을 처단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일 양국이 더 친밀해지고, 또 평화롭게 다스려지면 나아가서 오대주에도 모범이 돼 줄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 결코 나는 오해하고 죽인 것은 아니다”라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논리로 저격의 이유를 밝혀 일본 재판관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25일 사형선고를 받았고, 3월 26일 순국했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언은 ‘자신의 시신을 고국에 묻어달라’는 것이었지만 뤼순 감옥에서 사형된 뒤 유해 행방이 사라져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총성은 50대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기억하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총소리다.

이른바 10·26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인 김재규는 자신이 보좌해야할 대통령인 박정희를 저녁 만찬 자리에서 권총으로 시해하여 박정희 독재정권의 종말을 고했다.

김재규는 재판정의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 각하는 나에게 동향 출신으로, 은인이며 상관이다. 친형제 간도 그럴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관계다. 그러나 많은 국민의 희생을 막기 위해 대통령 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는 5·16쿠데타로 집권하여 유신독재체제를 이룬 유신체제로 연임 제한을 철폐한 종신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뒤 영원할 것 같은 권력의 정점에서 한방의 총에 의해 사라진다.

박정희는 1961년 5·16군사쿠데타로 집권하고 10월 유신을 통해 독재정권을 지향하였으며, 헌정 파괴, 노동 운동 및 야당 탄압, 군사독재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권력욕에 빠져 종신 대통령제로 헌법을 바꾸고 국민을 탄압한 독재 역사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반 민주주의의 화신이다.

그런데 또다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유력 출마자인 윤석렬 전 총장이 군사구데타 정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렬은 며칠전, 부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내뱉었다.

달아오르는 대선 선거판에서, 보수 야권 주자가 부산에 내려가, 호남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지역 감정을 건드리며 뒤틀린 역사관을 옹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권력을 향한 또다른 불나방의 날개짓인가?

10월 26일이 내일이다.

연예인을 옆에 앉히고 양주 시바스 리갈을 기울이다가 부하의 총성에 사라진 박정희 대통령과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차가운 감방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중근 의사가 동시에 클로즈업 된다.

비극의 역사가 순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백형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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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inys 2021-10-26 08:05:55
백형모 기자님의 칼럼을 자주 읽고있습니다
항상 읽기쉽고 알기쉬우면서 명확하게 핵심을 짚어주는 내용이 이해하기쉬워 자주 읽어보게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