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마을의 생리를 먼저 이해하라”
“귀촌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마을의 생리를 먼저 이해하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1.12.06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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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문제 해결은?]
김용근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장성군농업기술센터 귀촌인 갈등관리 강좌

“당당하게 귀촌하라… 다만 잘난 도시인이라는 것을 버려라”

김 교수, 귀촌 경험과 사례 분석 통해 평화적 안착 방법 제시

‘마을민과 같은 눈높이로 살아갈 자세 가져야 성공’ 교훈적 충고

사례 #1

“어떤 귀촌인 박 씨가 땅을 사 가지고 입주를 했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땅이 50평이나 마을도로에 편입돼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반환받기 위해 박 씨가 이장한테 얘기하자 평화롭게 살던 마을 사람들은 회의 끝에 그 뜻을 거절했다. 귀촌인이 정식으로 측량해서 반환 받으려고 시도했으나 갈등만 일으키다 결국 마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대체 뭐가 잘못 됐을까? 진상은 이렇다.

현재 대부분 넓직한 마을 안길이나 농로길은 옛날 지게로 짐을 나르던 시절, 비좁은 논두렁 길이었으나 새마을운동으로 넓힐 때, 마을민들이 서로 도로부지를 양보하고 기부하여 확장된 길이다. 마을 공동으로 사용할 도로였기 때문에 미을민이 서로 허락하며 확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귀촌한 박씨가 자기 땅만을 고집하려니까 마을 사람들이 “그렇다면 우리도 측량하여 내 땅을 찾아야겠다”고 결론 짓고 모든 도로 폭을 좁히기로 하자 결국 귀촌인도 자신이 다닐 길이 없어지게 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을 전통을 모른 채 귀촌인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다 패가망신당한 셈이다.

사례 #2

어떤 귀촌인 가공업체가 학교부지를 매입해 작은 농산물가공식품업체를 잘 경영하고 있는데 마을민 김 씨가 자꾸 찾아와 일일이 간섭하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시비를 걸곤 했다.

고민 끝에 김 씨와 연관된 사정을 알아보니 그 학교부지는 과거 부자였던 김씨의 할아버지가 4천 평을 기부, 교육청에 기부채납 됐던 땅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잘나가던 부친이 사업 끝에 실패하여 가족이 낙향하게 됐고 재산도 없어진 터라 ‘조부의 학교 땅이라도 물려줬더라면’ 하고 원망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이같은 사정을 뒤늦게 전해들은 식품업체는 김씨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 업체에 취업시켜 일자리를 만들어 주며 주민과 평화를 유지하고 생산성도 높이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지난 1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귀촌인을 위한 강좌에서 김용근 교수는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갈등이 있다”고 전제, “농촌을 이해하고 그들을 따라가려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귀촌인을 위한 강좌에서 김용근 교수는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갈등이 있다”고 전제, “농촌을 이해하고 그들을 따라가려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장성농업기술센터 농업인회관에서는 귀촌인을 위한 강좌가 열렸다. 30여 명의 귀촌인 또는 예비 귀촌인들이 동참했다.

강의 제목은 ‘농귀촌 시 지역주민과 융화 및 갈등관리’였다. 강사는 (사)지역공동체갈등관리연구소 대표 김용근 교수(서울시립대 명예교수)였다.

한마디로 귀촌인들이 마을민, 또는 이웃과 어떻게 화합하고, 혹시라도 발생할 갈등은 또 어떻게 예방하고 치유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귀농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훈들이었다. 귀농인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면서도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같은 공동체 안에서 평생을 불편하게 살아야하거나 아니면 다시 도시로 회귀해야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귀촌 귀농인들이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장성군귀농인협의회를 만들어 지자체와 마을공동체 사이에 조율하며 이같은 강좌를 자주 개설하고 있으나 이러한 충돌은 여전하다.

실제로 장성군에서도 많은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 7월 장성군청 정문에서 귀농한 이웃끼리 불화가 깊어져 “군수님 못 살겠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김용근 교수는 “대부분의 이런 문제가 마을의 속성, 즉 농촌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귀촌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마을민의 입장에서는 “귀촌인이 어떤 의도로 우리 마을에 들어와, 어떻게 하려는지 본심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리감을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갈등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다. 부부 사이도 갈등이 심한데 마을민들끼리 어찌 갈등이 없겠는가. 그런데 ‘우리 공동체 안에 전혀 다른 인간이 들어온다면?’이라고 봤을 때 갈등 또는 이해의 충돌은 (크고 작고의 문제일 뿐) 시작 당시부터 당연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갈등은 나쁜 의미도 있지만 진보적 의미도 담고 있다. 갈등 자체가 일종의 에너지라고 보기 때문이다. 갈등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 차이가 에너지로 충돌해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갈등이 심하다는 것은 당사자들의 주장, 즉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귀촌하려면 갈등이 없기를 기대하기 보다 갈등을 적게 만들고, 갈등을 이해하며, 갈등에 묻혀 넘어서려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장 흔한 갈등은 어떤 것들일까?

 

양 쪽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불만들이지만 반대편 입장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면 대부분 수긍이 가는 일들이다.

김용근 교수는 그 첫째 해결책으로는 농촌사회를 이해하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농촌사회의 형성과정과 관습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관습은 수백년 동안 대대로 생활하면서 관리되고 형성된 결과물이다. 일례로, 공공용지라 할지라도 마을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울력이 동원되어 가꾼 것이 많고 마을발전을 위해 개인의 토지를 무상으로 내놓는 경우도 많았다. 그것이 현재의 취락이나 도로 등의 형성과정이다. 미풍양속도 마찬가지다.

그런 공간에 도시민들이 귀촌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다면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없을 수 없다. 외지인으로부터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는 보호본능이 생길 것인데 이를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행동이라고 보여지는 것이다.

농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오해가 있고 갈등이 생긴다 하더라도 참아야하고 다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을 또는 이웃은 영구히 살아야 할 거주공간이며 서로 노동력을 나누는 일터 즉 사업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속상한다 하더라도 내일 논밭에서 또 봐야할 마을 사람이기에 극단적인 파국을 싫어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귀촌인들이 이런 구조 속에서 도시인들처럼 ‘싫다 좋다’를 드러낸다면 곧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농민은 월급쟁이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다. 자기가 주인이고 자기 소득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막노동자처럼 보여도 내 농사로 먹고 사는, 자존심이 센 사장인 셈이다. 이런데 단순 외모만으로 농민들을 비하하거나 저평가해서는 융화가 어렵고 불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농촌은 오랜 전통속에서 서로 울고 웃고 협조하면서도 한편으로 자기 권익을 챙기는 융복합공동체라고 봐야 한다. 농촌 사람들은 자존심이 아주 센 사람들이다.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자영업자다. 웬만큼 화가 나도 폭발하지 않는다. 그러다간 본인이 아쉽기만 하고 외톨이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맘에 안 맞는 마을민의 기쁜 일일지라도 내색않고 축하해준다. 그것이 공동체 공간에서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용근 교수는 농촌 문화의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촌으로 들어갈려면 농촌을 먼저 이해하고 가라고 충언한다.

오랜 전통 속에서 살아온 마을민들은 외지인이 귀촌해 온다면 우선 경계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 행동은 나쁜 의미가 아니지만 귀촌인에게는 폐쇄적 집단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오랜 전통 속에서 살아온 마을민들은 외지인이 귀촌해 온다면 우선 경계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 행동은 나쁜 의미가 아니지만 귀촌인에게는 폐쇄적 집단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사유재산과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귀촌하여 살아보라고 권한다. 다만 마을 사람들을 속상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도시에서의 기득권이나 생활방식을 던지고 농촌생활 여건에 맞춰서 주민들과 같이 생활할 수 있는가?

농민들의 생활을 비하하지 않고 마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각오는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당당히 귀촌해보시길 권한다. /백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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