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홍수 경제건설국장
인터뷰/ 박홍수 경제건설국장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1.03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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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황룡강에서 콜롯세움 스타디움 건설한 역군’이라 자부”

공무원 선망의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특별승진

1년 6개월 남기고 후배 위해 미련없이 명퇴 ‘귀감’

 

지방토목서기로 특채되어 일반공무원들의 선망이 대상인 서기관에 올라 29년 공직생활을 마감한 박홍수 장성군경제건설국장(59).

이력만 들어도 화려하다 싶은데 또하나의 별을 달았다. 계산상 1년 6개월이 남았으나 후배들을 위해 용감하게도 일찍 명예퇴직을 신청하자 그 영광스런 행보를 보답이나 하듯이 12월 31일자로 ‘부이사관’으로 특별승진하여 명예퇴직하게 된 것이다.

박 국장은 32살에 공무원에 특채됐으니 남들보다 상당히 늦은 나이에 공직을 시작했다.

토목과를 졸업하고 설계.시공회사에 근무하다가 도중에 공무원으로 전향한 탓이다. 공직 시작은 짧았으나 사회경험이 업무능력 발휘하는데 큰 힘이 됐다.

시설직 공무원들이 그렇듯이 각종 건설, 재난 현장은 그의 일터였다. 방재, 토목, 하수도, 복구설계, 도시개발, 농촌개발 등등 기술을 요하는 분야에는 그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면서 가장 보람 있던 현장은 옐로우시티 스타디움 건설이었다. 박 국장에게 이 스타디움은 로마 콜롯세움 경기장이나 마찬가지 의미였다. 모든 것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황룡강 지류인 취암천 물길을 틀어막고 부지를 개척하여 터를 다듬고 설계하던 일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에 조경수 한그루 심기까지 모든 것을 총괄지휘 했다.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발상으로 천변에서 스타디움 부지를 만들어 낸 유두석 군수의 아이디어를 2015년부터 7년간에 걸친 대공사로 올 6월에 마무리하기까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버려진 취암천이 천지개벽되듯 이렇게 화려하고 늠름한 경기장으로 변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돕니다. 2021년을 보낸 우리는 이제 후대 장성 사람들에게 ‘버려진 강물에서 콜롯세움을 건설한 역군’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뒤돌아보니 한순간이었고 영광스럽지만 그 사이사이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한 가지에 몰두하다보면 다른 쪽에서 펑크가 나기도 했다. 설계·공사에 완벽을 추구하다보면 경관이나 디자인은 소홀해지는 식이었다. 그래서 늘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을 주장해왔다.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혼자서 하는 일은 늘 착오가 많고 실수가 잦은 법입니다. 그래서 토론문화가 필요하고 공론화 과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후배 공무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물으니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는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변’이라는 뜻이지만 본인이 겪은 교훈으로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란다.

행정도 건축물 공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의심스런 일은 안건을 도출하여 부서별로 토의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들어 대형 사고로 번지는 것을 예방하는 일이 상책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게 완벽주의로 일하다보니 2016년 지방시설사무관으로 승진했고 3년 동안 동화면장으로 근무했으나 곧 바로 안전건설과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런데 장성군의 직제 확대개편으로 4급 서기관급 경제건설국장 자리가 생기자 적임자가 없어 1년 동안 국장 직무대리를 맡는 행운도 찾아왔다. 그리고는 2020년 4월 지방기술서기관으로 승진, 2년 동안 경제건설국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1년 6개월의 남은 정년을 앞당겨 후배들을 위해 통 크게 명예퇴직한 박 국장은 “특별한 것 있겠습니까. 순리대로 살 것입니다”라고 애써 위로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도전해볼 생각이란다.

장성군 북일면 월계리 계광마을이 탯자리인 박 국장은 신흥초와 장성중, 장성농고(장성하이테크고 전신)를 졸업했다.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아들 동규가 광주경찰청에 근무하고 있다./백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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