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시티 장성 황룡강] 김경일 작가
[옐로우시티 장성 황룡강] 김경일 작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2.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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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강은 평범한 강이 아닌 바다의 강...숲과 물, 사람을 껴안았죠”
철새들의 낙원인 황룡강 생태공원. 장성호에서 나온 물길은 장성읍을 거쳐 유유히 호남 들녘을 적신다. 저자는 이 한 장을 찍기 위해 하루 한나절을 철새와 함께했다.
철새들의 낙원인 황룡강 생태공원. 장성호에서 나온 물길은 장성읍을 거쳐 유유히 호남 들녘을 적신다. 저자는 이 한 장을 찍기 위해 하루 한나절을 철새와 함께했다.

“장성 황룡강, 살펴보니 그 골짜기 물과 숲은 어쩝뎌?”

시치미 떼고 물었다. 그러자 작가는 말했다.

“장성에는 엄청난 고마움인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들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물이며 숲”이라고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작가는 “황룡강 지천들은 너무도 청량하고 당당하게 물길을 뻗고 있다. 또 장성의 숲들은 태산같은 건강함으로 산하를 버티며 지키고 있다”고 장성의 산하를 우러러 표현했다.

장성사람들이 미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고마운 것들이 있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황룡강 지천과 숲이라고 말했다. 강물은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는 원시적 맑음을 내려주었고 산림은 하늘을 향한 올곧은 품성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장성호에서 만난 김경일 작가. 장성 북상면 사람들의 한의 역사를 품은 장성호는 내륙의 바다를 만들어 나머지 사람들에게 풍요를 선사했다.
장성호에서 만난 김경일 작가. 장성 북상면 사람들의 한의 역사를 품은 장성호는 내륙의 바다를 만들어 나머지 사람들에게 풍요를 선사했다.

기자가 만난 사람은 장성군이 최근에 펴낸 ‘옐로우시티 장성 물길여행 황룡강’이라는 책을 집필한 김경일(57) 작가다.

이 책은 ‘자박자박 물길여행’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장성에서 발원하여 장성 땅을 휘감고 흐르는 물길과 관련된 지리서이며 인문학서다. 여행자에겐 여행 가이드북이며 생태보고서다. 장성 사람들에겐 우여곡절 땅의 역사서이며 현재의 거울이기도 하다.

190여 쪽에 정갈하고 멋들어진 사진과 함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김 작가는 과거 자료를 되새김질하는 보고서가 아닌, 장성 땅을 밟은 체험자, 땅을 가꾸고 살아가야할 임자의 입장에서 책을 집필했다. 골짜기에 모여 흐르는 한줄기 물길에도 연원과 그 물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소원을 담아냈다.

장성호 아래 ‘산책길’에서 김경일 작가와 차 한잔. 작가의 저서 [옐로우시티 장성 황룡강]과 기자의 저서 [호남의 풍수]를 들고 나왔다.
장성호 아래 ‘산책길’에서 김경일 작가와 차 한잔. 작가의 저서 [옐로우시티 장성 황룡강]과 기자의 저서 [호남의 풍수]를 들고 나왔다.

“황룡강은 결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영기(靈氣)가 서려있는 곳입니다. 수 없는 지천 골짜기마다 어디에서 볼 수 없는 청량하고 고운 흐름이 있으며, 물줄기가 발원하여 닿는 고을마다 인물이 태어났고 물을 부리는 곳마다 쌀과 풍요가 넘쳐났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냈고요”

김 작가가 말하는 황룡강은 그저 강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용하고 담은 바다의 강이었다. 아무에게나 가벼이 설명할 수 없는 신성한 강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난 인물들은 당대에 권력을 쥐고 이 땅을 흔드는 인물이 아닌, 권력자가 아니어도 여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표로 삼을 인물이었습니다”

황룡강이 흐르는 넉넉한 대지의 삶과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른 곳과의 비교를 거부했다. 그 강줄기 곁, 산자락 곁 사람들의 청빈함, 그 꿋꿋함, 명석함에 대해 각각의 스토리를 엮어 소개하고 있다.

백양사 쌍계루 뒷산의 아름드리 비자나무
백양사 쌍계루 뒷산의 아름드리 비자나무

1년 반 동안 황룡강 지천 골짝, 물길따라 관찰

자욱한 안개, 피톤치드 품은 사진들...명품으로 잉태

2020년 여름에 집필에 착수, 1년 반 동안 황룡강의 모든 물길과 주변 숲길을 휘저으며 셀 수 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한 결과 한 권의 책을 잉태했다.

이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은 하나하나 명작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생생함과 세세함, 신비로움을 모두 섞었다. 자료 사진은 거의 없다. 대부분 김 작가가 직접 촬영했다. ‘2021년의 장성 오늘’이라고 불러도 좋을 사진 작품들이다.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한곳에 수없이 발품을 팔기도 했다. 어느 때는 동트기 전에 축령산 골짜기에 쪼그리고 내려앉아 ‘삽상한 아침 편백숲에 들어오는 금빛 햇살’을 마주하며 사진 한 컷을 촬영하기도 했고 어느 때는 철새들이 떼지어 노는 천국의 황룡강을 찍기 위해 하루해를 허비한 적도 있었다.

책의 시작은 황룡강 물길 발원지인 입암산성과 남창계곡으로부터 펼쳐진다. 장성호에서는 댐 건설로 수몰된 북상면 마을의 징소리 이야기, 이어지는 오늘날 한국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로 거듭나고 장성호 수변길, 백양사와 축령산 편백숲 등을 자박자박 걸으며 이야기를 담는다.

이어지는 장성읍 영천리 방울샘과 필암서원, 요월정 원림과 황룡전적지, 조포나루와 월암나루, 배나드리나루 등에 이르기까지 물길이 닿고 멈춰 서며, 다시 흐르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

황룡강가에서 꿈을 키우면서 지조와 청빈과 충절의 삶을 살다간 이들의 영혼을 황룡강 물결에 반짝이듯 짚어낸다. 지지당 송흠, 아곡 박수량, 하서 김인후, 망암 변이중, 자하 변경윤, 노사 기정진, 의병장 기우만과 기삼연 등의 족적을 찾아 빛을 드리운다.

작가는 장성 산하를 이렇게 말한다.

“산골을 나와 마을과 들을 적시며 황룡강으로 모여드는 물길은 사람들만의 물길이 아니다. 살아있는 것들의 중요한 소통로인 강은 늘 생명이 충일한 곳이다. 수많은 동물들의 길이고 소통로이고 보금자리다.”

장성 사람들은 천혜의 땅과 근원인 물에 대해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며 음수사원(飮水思源)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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