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관내 332 농가 시장격리곡 쌀 수매 ‘유찰’... 어쩌란 말이냐?
장성 관내 332 농가 시장격리곡 쌀 수매 ‘유찰’... 어쩌란 말이냐?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2.02.14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성군통합RPC는 전곡 1,224톤 분량 낙찰

전남도내 12개 단위농협, RPC36곳만 낙찰

40kg 한 포대 당 평균 63,763원으로 결정

도내 농가 대부분 유찰돼 쌀값 하락세 가속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영합회(한농)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 정부의 조속한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영합회(한농)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정문 앞에서 정부의 조속한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성군 쌀 생산농가들이 2021년산 시장격리곡 정부매입에 입찰했으나 유찰(응찰 가격이 내정 가격보다 높아)됐다. 장성군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는 낙찰됐다.

이대로라면 장성지역 쌀 생산농가들은 정부에 쌀을 팔 수 없게 돼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지역의 쌀 생산 농가들과 농협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해 있는 가운데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농협 인터넷 조곡 공매시스템’을 통해 2021년산 쌀 20만 톤을 매입키로하고, 전남은 전체 물량의 28%인 5만5천 톤을 배정했다.

이에 전남도내 일반농가와 농협, 민간·공공 RPC 물량에 대한 시장격리 입찰을 8일 진행해 다음날인 9일 오후 4시30분에 입찰결과를 발표했다.

입찰에 참여한 장성통합RPC는 전곡 1,224톤 분량을 40㎏들이 한 포대 당 62,900원을 제시했고, 장성지역 332 쌀 농가들은 장성지역 단위농협과 연합해 전곡 1,538톤 분량을 포대 당 66,900원의 입찰가를 제시했다.

입찰에 나선 전남지역 RPC는 거의 대부분이 낙찰됐으나 농가들의 양곡은 상당수가 유찰됐다. 장성처럼 연합해 입찰에 나선 농가도 있고 단위농협별로 입찰에 나선 농협도 포함됐다.

진도, 보성, 곡성, 광양, 고흥, 무안, 해남, 담양 금성농협 등 12개 단위 농협과 36곳의 농협 RPC만이 낙찰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농가와 장성군 관계자들은 이번에 낙찰된 40kg 한 포대 당 평균 63,763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낙찰된 양곡은 전국에서 총 14만 5천 톤이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가 계획한 총 20만 톤 중 72.6%를 차지한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장성군 관계자는 “전남지역 일부 농협관계자들에게서 사전에 내부정보가 유출됐고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몇몇 지역농협만이 낙찰된 게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정부에서 비공개로 책정한 예상가가 전국 쌀값의 평균 시장가가 아닌 고가의 경기도와 강원도 쌀값은 반영하지 않은 채 책정된 거 아니냐는 말도 돌았던 것으로 안다. 지역 농가들의 유찰은 매우 안타깝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수매물량인 20톤에 미치지 못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판로가 막힌 농가들은 헐값에 쌀을 농협이나 민간 도매업자에 넘기게 돼 유찰된 농가 쌀 보유량이 시장에 풀리면 쌀값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낙찰 평균가인 63,763원(벼 40kg)을 쌀 가격으로 환산하면 45,000원(20kg)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통계청 20kg 산지 쌀 가격은 50,667원이었다. 지금 산지 쌀 가격을 벼 가격(40kg)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66,000원 이상은 돼야 농가의 마진이 생기게 된다.

2018년. 장성군 살수매 현장. 장성투데이 자료사진
2018년. 장성군 쌀수매 현장. 장성투데이 자료사진

쌀 시장 격리제는 왜 시행되는가?

예상생산량의 3%이상, 전년 가격대비 5%이상 하락하면 발동

8일 농식품부가 입찰을 진행한 시장격리는 각 시도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산지농협(RPC·비RPC), 민간RPC, 농가 등이 참여해 각 도별 배정물량 이내에서 예정가격 이하 입찰물량 중 저가순 낙찰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정가격인 최저가격을 비공개로 하고 있어 농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농가물량 우선 낙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잔여물량 농협 및 민간RPC 낙찰처리 순으로 진행했다. 도별 미낙찰 물량 발생 시 타도의 적격자 중 저가순으로 낙찰처리 한다. 입찰한도는 참가자별 정곡기준 최저 100톤에서 최고 300톤으로 농가대행입찰은 대표농가별 1회 가능하고, 나머지는 1회 입찰가능하게 돼있다.

쌀의 시장격리란 정부가 나서 농가들의 쌀을 일정물량 사들인 뒤 정부 창고에 가둬놓고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는 조치다. 공급을 조절해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2010, 2015, 2016년도에 쌀 시장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후 ‘쌀변동직불제’가 지난 2020년 폐지되면서 새롭게 ‘쌀 시장격리제’가 개정 도입됐다. 양곡관리법 제 16조 제4항에 의하면 초과생산량이 생산량 또는 예상생산량의 3%이상인 경우이거나 전년 가격보다 5%이상 하락한 경우 ‘쌀 시장격리제’를 발동할 수 있다.

올해 쌀생산량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388만2천 톤을 기록해 작년 생산량 351만 톤과 비교할 때, 약 30만 톤이 과잉생산 되면서 시장격리 요건을 갖추었지만 정부는 쌀값이 높은 수준이므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가 지난해 12월 28일에야 시장격리 쌀 매입 발표를 해 지난 8일에야 입찰을 시행했다.

입찰결과
입찰결과

농민, “때늦은 매입에 최저가 입찰?”우롱하나?

정부, “정부가 무리하게 쌀시장에 개입할 수 없어”

농민단체 등은 시장격리용 쌀을 최저가 입찰방식인 ‘역공매제’로 수매하겠다는 정부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수매가로 책정해야 한다는 것.

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수확기보다 두 달이나 늦은 12월말에 시장격리를 발동해 적기를 놓친데 이어 최근엔 그 수매방식을 가장 낮은 희망수매가를 제시한 농가의 쌀을 우선수매하고, 예정입찰가 이하로 낙찰하는 역공매 입찰방식으로 농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쌀값 지지라는 제도의 목적을 사실상 두 정부부처가 앞장서서 무력화 하고 있다”며 “쌀값 지지를 위해 고안한 쌀 시장격리제가 되레 쌀값 폭락을 유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농연과 전국농민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는 지난 4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시장격리 예상 기준 가격 정책을 공개할 것과 향후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타작물전환 등 생산량을 감축할 수 있는 정책수립과 예산 반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과 윤재갑 의원(해남·완도·진도)도 비판에 가세했다. 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현장 농민들과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을 감암하면 수확기를 넘겨 시장격리가 결정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대응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들의 잘못이 아닌 시기상의 문제로 역공매 방식으로 적정가격보다 낮게 수매가격이 결정된다면 애초 정책 목표였던 가격 회복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쌀 가격 지지를 위해 새롭게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성투데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올해 쌀 생산이 지난해 대비 약 30만 톤이 과잉생산 됐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많은 물량을 더 빠른 시기에 사들여야 하는데 예산집행 과정에서 다소 늦고 물량이 적어도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농민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무리하게 쌀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질서가 혼란해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가 비공개에 대해서는 “예상가를 공표하는 것은 오히려 가격형성 공정성을 헤칠 우려가 있어 비공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2차 양곡수매 일정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매입이 끝난 상황이라 구체적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추가물량 수매는 3월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역농가, “유찰소식에 허탈해 말도 안 나와!”

장성군, “추가 격리에 기대, 만약 사태에 대안 모색할 것”

양곡 수매 입찰이 유찰되자 입찰에 참여한 지역 쌀 생산농가들은 “이러다 쌀을 못 파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분위기다. 농민들은 “정부가 쌀값안정과 농민들 소득보장을 위한다지만 오히려 쌀값하락과 농민들 간 갈등만을 조장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박영수 한국쌀전업농장성군연합회장은 입찰이 유찰된 직후 “그저 허탈하다”면서 “입찰에 나서기 전 많은 고심 끝에 최대한 시장가와 근접하다 생각해 제출한 금액이 66,900원이었는데 유찰됐다고 하니 먹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가을 수확 땐 팔짱만 끼고 있다가 쌀값이 떨어진 지금에야 최저가 비공개 수매를 진행한 것은 농민들 간 갈등을 유발하고 오히려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앞으로 정부의 대응 방안을 예의 주시할 것이며 지역 농민의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면 쌀전업농중앙회와 함께 대정부 투쟁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장흥모 농협장성군지부장도 “장성 332 쌀 농가들은 지역 내 7개 단위농협과 의견조율을 거쳐 농협의 이름으로 입찰에 응했지만 기대했던 낙찰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매입 수량이 당초 정부에서 밝힌 20만 톤에 미치지 못한 것은 그나마 희망적”이라며 정부의 2차 수매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장성군 농산물유통기획팀 관계자 역시 “결과적으로 유찰돼 아쉽지만 낙찰 잔여물량이 있어 2차 수매를 실시할 가능성이 많다. 그때 까지 농가와 농협 등 관계자과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에라도 정부에서 지역농가의 쌀 수매길이 막히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군은 농가의 쌀 수매를 위해 적극 나설 준비는 돼있다. 지난해 말 확보한 추경예산 등을 이용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최현웅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