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승호 장성군 홍보기획팀장
[특별기고] 최승호 장성군 홍보기획팀장
  • 장성투데이
  • 승인 2022.02.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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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디 비싼 1시간의 '명강의'

지상파에서만 봐왔던 인문학 강의를 군수실에서 들을 줄은 몰랐다.

지난 10일 군수실에서 소통실 실장과 전 팀장을 갑작스럽게 호출했다. 무슨 일인가 궁금 반 걱정 반 군수실로 향했다. 업무 지시인 줄만 알았는데, 이후부터 시작된 것은 유두석 군수의 ‘강의’였다.

유두석 군수는 마음과 몸으로 익힌 지혜와 지식을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다 년간의 중앙 행정기관에서 얻은 노하우와 풍부한 지식과 행정 경험 등을 하나하나 맥을 짚어 풀어내니 훨씬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다가왔다.

오늘 모인 이유는 이거였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조건과 이유… 단순하고 명백한 경제 원리를 정책결정 과정에 접목하는 사례에 대한 것이었다.

유두석 군수에 의하면 취임 초,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이 있었다. 3평 짜라 저온저장고에 50% 자부담. 헌데 과수농가와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에서는 더 넓은 저온저장고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그때는 3평만 보조를 해줄 수 있었다.

이때, 유 군수는 5평이나 10평으로 규모를 늘려 수요자에 맞춰 공급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신 수요자의 선택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형평성의 문제를 감안하여 자부담율을 조정해 차등을 주기로 했다. 3평은 50%, 5평은 60%, 10평은 80% 이런 식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요자 맞춤형 지원과 형평성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고의 유연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예는 한해 대책의 일환이다.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양수기를 구입할 지, 두레박을 구입해 인력을 동원할지가 관건이었다. 방법상의 편리와 경제성을 보면 보통의 경우 양수기 선택이 확실하다. 분명 두레박의 효용이 양수기에 비해 몇 십분의 일로 낮을 것임을 다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할 행정의 목표가 있다. 바로 효율성보다 더 중요시해야 할 ’효과성‘과 ‘합목적성’이 그것이다. 양수기를 구입하면 효율이 몇 배 더 좋을지 모르지만, 그 혜택은 고스란히 양수기 제조업자 등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반면에 두레박을 선택하면, 비록 효율이 낮을지라도 주민 수십 명을 동원하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소득이 바로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행정은 효율성과 편의성과 이익을 추구하면 안 된다. 행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이익과 효과성과 형평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행정가인 공무원은 항상 그 지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 군뿐만 아니라 공직자라면 모두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1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나는 또 한 수 가르침을 얻었다. 행정학, 경제학 강의를 들은 것만 같았다. 행정의 최고의 목표이자 최고의 선이, 바로 ‘군민’과 ‘국민의 행복’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장성군 홍보기획팀장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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