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사마천의 일갈 “천하를 얻는 도리와 지키는 도리는 다르다”
[편집국 칼럼] 사마천의 일갈 “천하를 얻는 도리와 지키는 도리는 다르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2.28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점에 도달했다.

앞으로 1주일, 국운을 짊어질 ‘제왕’을 뽑는 선택의 시간이 남았다.

온 세상을 들끓게 만든 대장동 사건을 비롯, 개인, 가족사, 경력 등에 대한 수많은 비리 의혹과 해명,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 등등 검증작업을 뒤로한 채 오직 ‘한 표’로 권리를 행사하는 그날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을 한 뒤에 세계는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제국의 건설을 위해 뛸 때와 제국을 설립해 놓은 뒤에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한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속에서 그 의문점을 찾아보자.

역사학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파헤쳐온 신비의 세계사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을 최초로 천하통일한 진나라의 건설과 패망이다. 춘추전국시대 여섯 제후국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광대한 영역을 구축하고 천하 패업을 이룬 주인공은 진 시황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진시황릉 하나만으로 신비스런 의문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짧은 패망의 역사는 늘 연구 대상이자 우리들에게 교훈으로 다가온다.

사마천은 그 역사책 ‘사기’에서 진 제국의 흥망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다.

“천하를 얻는 도리와 지키는 도리는 다르다”

즉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제국을 건설할 때의 통치 방법과 건설 이후의 통치 방법을 달리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했다는 결론이다.

진나라는 선왕들이 100년 가까이 통일을 준비했다. 일정한 법과 통치 기준이 있었고 이민족과 외국인 등 현명한 인재를 등용할 관리임용원칙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것 가지고는 침략과 정복을 밥 먹듯이 일삼는 약육강식의 시대를 헤쳐 나가기는 불가능했다. 제후국들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남북한을 합친 영토의 몇 배씩 되는 강대국들이었기 때문이다.

진나라는 이러한 열강들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도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들이 바로 책략과 무력이 중심이었다. 속임수와 거짓말, 이간질, 매수, 회유와 협박, 암살, 살육, 약탈, 침략 등 상대를 제압할 모든 방법들이 동원됐다.

이렇게 해서 천하가 통일되자 천하의 민심은 비로소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기뻐했다. 사마천은 당시의 민심을 이렇게 전한다.

“진나라가 천하를 평정하고 제후들의 땅을 합쳐 지배하기 시작하자 천하의 인재들이 바람을 날리듯 앞 다투어 찾아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전에는 제후국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아 군사들과 백성들은 지칠 대로 지치고 생활은 피폐해졌다. 그런데 이제 진나라가 통일하여 위로는 천자가 있음으로 편안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목숨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자 백성들은 이제 더 이상 삶의 터전을 떠나 전쟁터에 끌려가거나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잃을 고통이 없어졌다고 환호했다. 황폐해진 땅에 봄이 오리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진시황은 천하를 얻고 난 뒤에도 여전히 기만과 폭력으로 천하를 통치했다.

통일 이후에 바른말 할 줄 아는 선비와 백성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사사로이 권력을 앞세우고, 형벌을 가혹하게 했으며 무거운 세금과 부역으로 백성을 괴롭히고 기만과 폭력으로 천하를 통치했다. 태평한 시대를 만나 평화로운 삶을 꿈꾸던 백성들의 염원은 내팽개쳐지고 황제의 위엄만 가득했다. 백성들에게는 오히려 통일 이전보다 더 가혹하고 잔인한 고통의 삶이 찾아왔다.

사마천의 칼날 같은 평가를 새겨보자.

“천하를 통일하려는 자는 기만과 무력을 높이 여기지만 천하를 안정시키려는 자는 권력 변화에 순응하는 것을 중히 여겨야만 한다. 천하를 얻는 방법과 천하를 지키는 방법은 다르다는 뜻이다. 진나라는 통일한 뒤에도 통치 방법을 바꾸지 않고 정치도 개혁하지 않았다. 천하를 얻는 방법과 지키는 방법에 차이가 없었다. 결국 외롭게 홀로 천하를 소유하게 되니 멸망 또한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 쉬웠다”

진시황은 천하를 지키는 자는 인의와 민심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실천하지 못했다.

최초로 대륙 천하통일의 위엄을 이룬 진 제국이 불과 15년 만에 몰락하는 비극을 맞은 것이다. 멸망을 스스로 기다리는 꼴이었다고 혹평하고 있다.

일주일 뒤, ‘제왕’의 선택 이후 한반도 통치는 어떻게 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