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편지] 아름다운 사슴의 울음소리 ...녹명(鹿鳴)
[발행인 편지] 아름다운 사슴의 울음소리 ...녹명(鹿鳴)
  • 장성투데이
  • 승인 2022.03.14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이다.

“녹명(鹿鳴)”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사슴을 찾아 부르는 울음 소리다.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거나 잡으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여기저기 은밀한 곳에 숨기

기 급급한데 사슴만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배고픈 동료들을 불러 먹이를 나눠 먹는다.

세상에 울음소리는 슬프기 짝이 없지만 사슴의 울음 소리는 어찌 이렇게 아름답게 들리는 것인가.

시경에는 “녹명”을 어진 임금과 신하들이 어울리는 것으로 비유했다. 선정(善政)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는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전제되어 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류의 최초의 살인사건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쳐 죽이는 살인사건이다.

그 사건 이후 인간들은 권력과 돈 앞에서는 형제지간에도 서로 죽고 죽이며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권력과 돈 앞에서는 왜 형제도, 가족도 아니다.

재벌가의 유산상속 분쟁에서도 서로 죽여야 한정된 돈과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는 비극적 사건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혼자 배불리 먹고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긴다면 개.돼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공동체 속에서는 함께 먹고 같이 살아야 한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일 수는 없다.

그것을 우리는 자리이타(自利利他)라고 한다. 자리이타는 남도 이롭게 하면서 자기 자신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가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말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속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도킨스는 “약육강식으로 이긴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상부상조를 한 종(種)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고 주장한다. 남을 도와 모두가 잘 살게 되면 곧 내가 잘사는 길로 통한다는 말이다.

불가(佛家)에서 지옥과 천당의 비유가 자주 나온다. 여기에서 지옥과 극락은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환경이 아니다. 벽 한칸을 사이에 둔 옆 동네나 다름없다.

지옥은 좋은 음식이 즐비하게 널려 있는데 집어먹을 젓가락이 사람 키보다 너무 길어 아무리 자기 입에 넣으려 해도 절대로 자기 입에 넣을 수 없는 곳이다. 자기만 배부르기 위해 자기 입에 넣으려니 입에 닿을 수가 없는 곳이다.

반면, 극락은 좋은 음식이 즐비하고 젓가락도 키보다 크지만 내 입을 먼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먼저 먹여주기 때문에 서로가 배부를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집념에 바로잡히게 되면 인간은 욕망의 불나방이 된다.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를 만들고 심지어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수많은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살상하여 우크라이나가 초토화되고 있다. 21세기에 약육강식의 현실을 지켜보고 있다.

푸틴과 몇몇 정치인들의 욕망이 우크라이나 국민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극도의 혼란으로 빠지게 만들고 있다. 설령 러시아가 전쟁에 승리한다고 해서 얼마나 큰 이득이 있을 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한낱 미물인 사슴도 먹이를 찾으면 ‘녹명’을 울리는데 어찌 인간들은 이리도 잔인하게 서로를 헐뜯는다는 말인가.

어리석은 줄 알지만 전쟁의 포연 속에서 ‘자리이타’의 가르침을 찾아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