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농가를 찾아] 황룡면 ‘가온참뜰’ 새싹삼 농장 황경시.황숙자 공동대표
[선진 농가를 찾아] 황룡면 ‘가온참뜰’ 새싹삼 농장 황경시.황숙자 공동대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4.11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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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삼 농사는 갓난애 다루듯이 다뤄야 해요. 힘들지만 할만하죠~”

새싹삼으로 1차 승부...12가지 제품 만들어 부가소득 올리고

전통 수제과자 ‘오란다’ 출시해 전남 ‘친환경농업 대상’ 차지
황룡면에서 ‘가온참뜰’이란 새싹삼 농장은 운영하고 있는 황경시.황경숙 대표. 7년 전 장성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는 여장부들이 새싹삼 분말과 조청을 이용, 전통수제과자를 만들어 고객을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황룡면에서 ‘가온참뜰’이란 새싹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경시.황숙자 대표. 7년 전 장성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는 여장부들이 새싹삼 분말과 조청을 이용, 전통수제과자를 만들어 고객을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일이 어디 있나요, 농사는 노동력이 들어가니까 더 힘들죠. 그런데도 이곳 장성 땅에 들어와서 농사에 땀을 쏟고 수확을 일궈 간다는 것이 제가 생각해도 대견스럽습니다.”

한창 나이인 마흔 중반,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20여 년 동안 활동하다 장성 땅에서 새싹삼 농사를 하러 들어온 황경시(45) 대표와 동갑내기 동업자인 황숙자 대표.

농업에 대해, 가공식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촌뜨기(?)들이 지난 4월 1일 전남도로부터 2021년도 친환경농업대상을 수상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200여평의 새싹인삼 하우스와 30여평의 가공사업장에 여자농부사장의 꿈을 야물게 지피고 있는 ‘가온참뜰’ 현장을 찾아가 보자.

이들이 장성 황룡면 홍길동로 235-11에 자리잡은 것은 참 우연이었다. 광주 하남에서 직장에 다니는 친구끼리인 남편들이 의기 투합하여 가까운 장성으로 한번 가보자고 보챈 것이 시작이었다. 친구인 부인들도 따라 나선 것은 당연했다.

2016년 장성에 귀촌하여 잔디 농사를 하면서 농촌 습성을 몸에 익힌 뒤 2017년 10월에 황룡면으로 들어와 ‘가온참뜰’을 세우고 새싹삼을 시작했다. 가온 참뜰은 ‘참되고 정직하게 키워 세상의 중심이 되는 농장이 되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황경시 대표가 생산 설비 앞에서 수제과자로 출시되고 있는 ‘오란다’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황경시 대표가 생산 설비 앞에서 수제과자로 출시되고 있는 ‘오란다’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황숙자 씨는 남원 출신으로 농사일을 해봤으나 황경시 씨는 완도 출신으로 농업과는 ‘전혀 아니올시다’였던 사람이었다. 처음에 하우스에 가득한 초록빛의 새싹삼이 황금으로 보이는 듯 했지만 농사가 주인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재배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새싹삼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햇빛과 온도, 수분, 환기 등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고사되기 일쑤였다. 당연히 실패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장성에서 새싹삼 선구자로 알려진 삼무루지 임선호 대표의 꾸지람과 조언을 듣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잦은 실패는 성공의 원천이 되었다.

이색적 채소로 식탁에 오르는 새싹삼에 더 이색적이라 할 수 있는, 뭔가 독특한 제품으로의 다양성을 찾아 나섰다.

싹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한 새싹삼을 뽑아 내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말려서 분말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조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물을 타서 차로 마실 수 있는 티백과 청을 만들고, 과일 쨈으로도 만들었다. 상품가치가 있어보였다.

용기가 생긴 여장부들은 2021년 추석을 앞두고 새싹삼 조청에 밀가루를 넣고 검은깨와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를 섞은 옛날식 강정 비슷한 수제과자인 오란다를 만들기 시작했다. 새싹삼 향기를 담은데다 부드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명절 상품으로 인기를 독차지 했다. 오란다는 지난해 가을 출시해 2,500만 원, 올해 벌써 2,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처음 시도한 결과라 양에 차지는 않았지만 수제과자류로서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가온참뜰’에서 재배한 인삼을 활용,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술을 담가 전시해 두고 있다.
‘가온참뜰’에서 재배한 인삼을 활용,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술을 담가 전시해 두고 있다.

현재는 1개 라인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생산이지만 새싹삼이 무농약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건강과 맛을 믿는 착한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과자류 상품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여전히 초보자라는 생각으로 잔머리 굴리며 연구를 거듭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 가지 시험중입니다만, 할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장성이라는 이름값을 해 봐야죠~”

황경시 대표는 아직 물들지 않는 햇병아리 농부답게 당찬 포부를 토해 낸다. 시련이 있어도 즐겁게 복습할 수 있으며, 수입이 양에 차지 않더라도 미래가 있지 않냐는 표정이다.

황 대표는 이같은 활달한 성격 때문에 지역민과의 소통이나 어울림도 넉넉하다. 황 대표는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봉사나 협력에 스스로 나선다. 황룡면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비롯, 장성군농산물가공센터 법인인 ‘장성예찬’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장성군귀농협의회에서도 앞장서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손길이 필요하다면 지역민이나 어르신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살아야죠~”

보기 드물게 여성들끼리 귀촌하여 한 울타리에서 농업경영을 하고 있지만 합작하면 피곤하다는 말이 이들 여장부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서로간에 책임과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또 능률을 위해서도 윈윈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가온참뜰의 이같은 성장 배경에는 시골 출신인 황숙자 대표의 꼼꼼한 새싹삼 하우스농장 경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새싹삼은 이제 3개월 된 아이 돌보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약 30만명쯤 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새싹삼 재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얘기다. 200평 농장에 1만 개의 새싹삼 화분이 있고, 화분 하나에 30개씩 삼이 자라고 있으니 약 30만 개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같은 출하작업이 1년에 3차례 정도 된다고 하니 어지간히 부지런해야 하는지 상상이 안된다.

‘오란다’ 과자와 조청과 청, 티백 제품 세트.
‘오란다’ 과자와 조청과 청, 티백 제품 세트.

황 대표의 이같은 검소한 농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명절 때 같이 업무가 폭주할 때가 아니면 대부분의 새싹삼 재배와 경영 업무를 각자 알아서 2명이 거의 도맡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사업이 크게 확장되어 지역민들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 새싹삼의 진가를 알아주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에 5천만 원 어치의 수출을 예약해 놓고 있다.

초보 여장부들의 농삿군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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