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원인을 목격자에게 묻지도 않고 어떻게 수사합니까”
“화재원인을 목격자에게 묻지도 않고 어떻게 수사합니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4.1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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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면 내황마을 고재일 씨 전통한옥 전소 ‘원인은 글쎄요’

두달 째 출입금지...허술한 국과수 원인조사에 ‘속타는 심정’
내황마을 고재일 씨가 화재로 잿더미가 된 한옥을 둘러보며 망연자실해하고있다.
내황마을 고재일 씨가 화재로 잿더미가 된 한옥을 둘러보며 망연자실해하고있다.

“힘없는 서민은 도대체 어찌 살란 말입니까? 내 집이 불타 없어진 지 두 달이 다 되는데도 당국은 수사 결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고, 출입금지를 알리는 폴리스라인은 그대로 있고...”

불의의 화재 사고로 살림집으로 사용하던 일제 강점기 전통 한옥이 전소된 고재일(79. 장성군 황룡면 신호리 내황마을)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2월 13일 낮 12시 30분 경,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던 고 씨는 TV가 갑자기 꺼지자 건물 한쪽의 두꺼비집을 확인하러 나갔는데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두꺼비 집이 폭발했다. 그 뒤 방안에 다시 들어와서 대청 쪽을 보니까 밝은 불빛이 솟아 나왔다. 대청에 냉동고와 김치냉장고가 1m 거리를 두고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 불이 번지고 있었던 것이다.

놀란 고 씨가 밖에 나가 황급히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기 위해 대청 문을 여는 순간 김치냉장고 쪽에서 불꽃이 밀치고 나와 오른쪽 얼굴과 목 뒤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번져가는 화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고 씨는 대청에서 뛰쳐나오며 ‘불이야~’를 외쳤으나 한집에 머물던 부인과 아들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목소리가 터지지 않았다. 어떻게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 하던 차에 건넌방에 있던 아들이 119에 신고, 장성소방서 차량 3대가 출동했으나 마을 골목에 위치한 한옥의 구조상 소화가 어려워 저녁 7시 경에 진화가 마무리됐다.

고 씨는 83년 전, 배 과수원을 운영하던 선친인 고광준(79년 작고)씨가 6년 걸려 완성한 이 5칸 한옥을 지키지 못한 불효자가 됐다. 이 한옥은 문화재급으로 고풍스런 운치에다 당대를 대표할 특이한 양식을 지니고 있는 마을의 자랑거리로 알려져 있었으나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였다.

화재 원인에 대해 장성소방서와 장성경찰서,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수차례 현장을 답사하고 조사했으나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더구나 화재 조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국과수는 화재 초기부터 현장에서 발화 과정을 지켜보며 진화를 위해 대처했던 고 씨나 가족들에게 한마디 질문도 하지 않은 채 화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불꽃이 처음에 어디서 생겼고 어떻게 전개됐는지 목격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 아닙니까? 수사기관이 피해 당사자의 입장을 배제하고 이렇게 애매하다는 입장만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수사기관인가요?”

악몽 같은 화재현장을 하루라도 빨리 치우고 정리하고 싶다는 고 씨는 주민들의 배려로 경로당을 임시 거처로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문 앞에 걸쳐진 출입금지 표식만 보면 한이 맺힌다며 빨리 수사가 매듭지어길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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