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 서담 선정옥 개인전
[화제의 전시] 서담 선정옥 개인전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2.04.18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뒤늦게 접한 서예 매력에 푹 ‘붓을 잡는 순간이 가장 행복’

현모양처에서 농사꾼으로...그리고 서예가·한국화가로

장성역 앞 우리동네미술관에서 15일부터 5월 25일까지

“왜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 작업을 사서 고생하듯 하냐고들 물어요. 그러면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고 해요. 작업에 몰두하다보면 온통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밌어요”

처녀시절 꿈이 ‘현모양처’였다는 서담 선정옥(71) 작가는 학창시절 글과 그림을 배우기는커녕 지금처럼 그림을 그리는데 이렇게 작품을 전시한다는 꿈조차 없었던 자칭 ‘그저 평범한 주부’이자 아이들의 ‘좋은 엄마’이고 ‘부지런한 농사꾼’이다.

고향인 서삼면에서 이웃에 사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광주에서 6남매를 키우다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하자 갑자기 밀려든 공허함에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마침 친정 질부의 아버님이 남도 동국진체의 맥을 이었던 서예가 용곡 조기동 선생이었다.

선 작가는 사돈네 가족을 보며 어렴풋이 “나도 한번 따라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해 시작했던 것이 붓을 잡게 된 계기다. 당시 48세였다.

“길을 걷던 중 우연히 주민센터 문화교실 참가자를 모집하는 현수막을 보고 광주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가 서예반을 등록하고 벼루, 붓 등의 준비물을 샀다. 참 오랜만에 느껴 본 설렘으로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으나 막상 첫 수업을 듣고 나니 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평소에 그냥 보기에는 그렇게도 쉬워 보이던 한일자, 열십자 쓰기가 어찌나 어려웠던지 수없이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며 눈물까지 쏙 빼놓던 입문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瑞)담(潭)이라는 호를 내려준 용산 서준옥 선생과의 첫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용산 선생은 서예를 십년 넘게 해도 호와 이름 석 자 쓰기도 어렵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 이후로 오기가 발동했다는 선 작가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붓을 잡았다.

그러다 붓으로 글만 쓸게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삼묵법이 배우고 싶어졌다. 선 작가는 망설임 없이 조선대 사회교육원을 찾아 한국화반에 등록해 송산 박문수 선생을 사사했다.

낮엔 밭에 나가 농사를 짓고 일주일에 2번은 글과 그림을 배우러 다녔다. 젊은 시절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운전면허증 딸 시간도 없어서 삼계에서 읍까지, 또 읍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조선대까지, 차 시간만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쉼 없이 다니며 배우고 익혔다.

길게는 몇 달을 걸려 작품 한 점을 완성하기도 하지만 몇 자 안되는 글씨는 한 획, 한 획 긋는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에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는 선 작가는 서예의 기본인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를 모두 쓴다.

선 작가는 그래서 그런지 글씨를 쓸 때는 온 정성을 다해 작업에 임하며 3시간 정도 쓰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기진맥진해 진다.

특별할 것 없는 자연이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동네어귀 고향의 풍경을 수묵의 질감으로 정감 어리게 표현하고 싶다는 선 작가는 지금도 캔버스 앞에만 서면 농사일로 고단한 하루의 피로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가시고 새로운 눈빛으로 빛난다.

그렇게 고된 노동과 치열한 삶속에서 배우고 익혀 공들여 탄생한 서예 작 50여점과 60여점의 수묵화로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서담 이야기’라는 주제로 장성문예회관 다목적실 전시실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차 전시회는 장성역 앞 우리동네 미술관에서 15일부터 5월 25일까지 전시회를 갖는다. 지역민들 뿐 아니라 봄을 맞아 장성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한국화의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최현웅 기자

 

 

산사 가는길 60X39cm
산사 가는길 60X39cm

서담 선정옥 약력

2004년 제16회 한국화전국공모대전 입선

2005년부터 광주시 작품전시 및 미술대전 수상

2015년 제3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2016년 제29회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특선

2017년 전라남도 미술대전 추천작가 선정

2018년 제31회 광주광역시미술대전 심사위원

2020년 제18회 5·18 전국휘호대회 추천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