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뫼문학회 출신 4인의 ‘아름다운 합동 출판기념회’
들뫼문학회 출신 4인의 ‘아름다운 합동 출판기념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5.0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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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평생교육센터 문창반...7순 넘은 고령에도 맹활약

 

박형동 <, 틈에서 살다>

김애자 <모닝 할머니>

박정애 <내인생의 공책>

박순임 <지워지는 발자국은 아름답다>

 

빈 틈이 있다는 것은 채울 공간이 남아 있다는 말 아닐까?

칠순, 팔순을 넘긴 나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 세월과 세월 사이를 넘나들며 빈 틈을 남겨두고 또 채워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런 삶의 틈새를 농익은 언어로 맘껏 노래하는 작가들이 나란히 저서를 출간, 함께 무대에 올랐다.

4월이 끝자락을 달려가는 27일, 장성청소년 수련관 강당에서는 들뫼문학회 4인의 저서 합동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같은 문학회 출신들이 동시에 저서를 낸 것도 그렇지만 이들이 모두 칠순, 팔순의 작가들로 건강상의 아픔을 이겨낸 인간 승리자란 점에서 감동의 파랑을 일으켰다.

이같은 노익장을 과시한 열정을 축복하듯 축하 내빈으로 정관웅 전남문인협회장을 비롯, 윤삼현 평론가, 정형택 전 전남문협회장, 임일환 보성문협회장, 이성일 여수문협회장, 문두근 전순천문협회장, 이삼문 전 곡성문협회장, 백국호 현 문학춘추작가회 회장, 조선회 전 장성문협회장, 정춘자 전 장성예총회장, 낭송가 박행자 등 전 현직 문인들이 총 출동했다. 이 날 사회는 임춘임 장성문인협회장이 맡았다.

윤삼현 평론가는 종합 서평에서 “이분들의 글을 들여다보면 고난과 축복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기고 돌아온 삶의 전사들이 그들의 흔적을 잘 익혀 숙성된 언어로 토해내는 장엄한 서사시”라고 평했다. 마치 영혼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상상력의 반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들뫼문학회’는 박형동 선생의 아호 ‘들뫼’를 딴 문학동호회로서, 장성군 평생교육센터가 박형동 선생을 초빙강사로 모시고 장성문창반을 운영하면서 수강생들이 한해 두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문학 모임이다. 장성문창반은 지금도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꾸준히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4인의 작가들도 이 들뫼문학회 출신들이다.

장성 서삼면 출생의 박형동(74) 작가는 <나 틈에서 살다>를 통해 틈 사이를 가꾸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빈 자리>라는 시는 “내 옆 자리는 언제나 비워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당신이 와서 쉴지도 모르니까”라는 짧은 단시로 끝내면서도 강한 울림을 동반하고 있다.

박순임(77) 작가는 박형동 작가의 친 누이로 장성군립중앙도서관의 들뫼문학회 문예창작반 수업을 거쳐 첫 시집을 펴냈다. 작가의 시에는 별과 보름달, 겨울 바람과 봄눈 그리고 까치밥을 비롯한 동백, 찔레꽃, 춤추는 억새 등 고향과 자연의 언어들이 총 출동한다. 온갖 자연의 색깔에 이름을 붙이듯 오만가지 마음의 풍경, 마음의 색깔을 담아 이웃에게 보낼 때 처럼 넉두리 같은 심사나 마음속 대화를 책 한권에 묶어내고 있다.

화순 출생의 김애자(74) 작가는 수필집 <모닝 할머니>를 통해 첫 작품집의 진가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생활 속의 희노애락을 소재로 여성스러운 필치로 옮겨내며 수필이란 무형의 언어에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순의 명소인 적벽과 물염정 등의 소감을 짧은 시어로 옮겨놓아 작가의 다재다능을 뽐내고 있다.

전북 남원 출생의 박정애(81) 작가는 80세에 등단하여 첫 시집 <거꾸로 사는 여자>를 낸데 이어 81세를 맞은 올해 두 번째 시집인 <내 인생의 공책>을 펴낸 불타는 열정의 소유자다. 삶의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늦가을 서리에도 찬란히 피어나는 황국화를 연상케 한다. 그의 작품 <여백의 소리>에서 “거울 속의 주름을 보면 들려오는 녹슨 소리, 눈도 귀도 쉬라 하는데 삶의 애착은 더해만 가고...”라고 표현한 것처럼 빛바랜 시간들을 초월적 시어로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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