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고희를 넘긴 시인들의 찬란한 창작 향연...
[기획 특집] 고희를 넘긴 시인들의 찬란한 창작 향연...
  • 장성투데이
  • 승인 2022.05.09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 그들은 그런 것을 모른다

시인에겐 시공을 초월한 오직 열정이 있을 뿐이다!

시를 낳는다는 것은 영원한 존재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시어는 영원불멸의 시대를 살아가므로, 치열한 창작의 밭갈이를 멈추지 않은채 시의 씨앗을 뿌리고 정성으로 시어를 거두는 시인의 앞길에 기쁨과 영광이 함께 하길 기원드린다.

시 창작을 고독한 농사짓기에 비유하더라도 시 쓰기가 삶의 희망이 되고 기쁨이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윤삼현 시인의 발문중에서-

지난주 장성에서 합동출판기념회를 가진 들뫼문학회 출신 4인의 활동을 두고 아름다운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이 고희 넘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창작 열정만큼은 청춘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구절 한구절에 삶의 희노애락의 물살들은 접어 담고 있는 애틋함이 커다란 파동으로 다가온다.

장성을 무대로 창작활동에 전념하면서 문학적 삶을 추구하고 있는 4인의 대표작을 저서와 함께 원문 그대로 소개, 감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빈 자리> 박형동

내 옆자리는

언제나 비워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당신이 와서 쉴지도 모르니까

<빈 그릇> 박형동

당신의 마음 한 조각

담아놓을

빈 그릇 하나

깨끗이 닦아 놓았습니다.

<이슬> 박순임

풀꽃 위에

살포시 앉은 이슬처럼 살고 싶어라

풀잎 위에 또르르 구르는

영롱한

새벽 이슬처럼 살고 싶어라

아침 햇살에

눈을 뜨는 맑은 이슬처럼

반짝이며 살고 싶어라

이슬처럼 동그란

사랑을 하고 싶어라

<발자국> 박정애

가만가만

걸어가는 내 발자국

지워 볼까

남겨 볼까

걸어온 길 잘 모르듯

갈 길은 더욱 알 수가 없네

덧없는 세월은

빨리 가자고 재촉하지만

이젠

걸어온 발자국을 살펴보며

천천히

천천히 가야지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김애자 수필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 보니 스물 네 살이었다’고 시인은 말했다. 그러면 일흔 두 살인 나는 어디에 처박혀 있다가 온 몸의 지푸라기를 부스스 털고 일어난 것일까?

어느 가슴인들 지나간 세월을 만족하며 웃기만 하랴마는, 나 역시 빛과 그림자의 깊은 골에서 도망치려 허우적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다시 꺼내어 보니 나와 동고동락했던 그 시절의 절절한 사연들은 곰삭아서 깊은 맛을 품고 배시시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시골에서 태어난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시댁에서 새색시 시절을 보낸 경험도 나의 인생을 살찌우는 거름이다. <중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