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92세 최병두 선생의 '오뚝이냐 불사조냐'
[신간안내] 92세 최병두 선생의 '오뚝이냐 불사조냐'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2.05.16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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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 삶의 여정, 살아가는 지혜의 풍자시 출판

삼계면 부성리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몸담아

교육자로 학원 경영하면서중국 유학 애국 마쳐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질긴 삶이었다.

그리고 그 여적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문학적 언어로 승화시켜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장성 삼계면 출생의 중산 최병두(93) 선생의 세 번째 시집 <오뚝이냐, 불사조냐>를 두고 내린 평가다.

중산은 1929년생, 93세로 그러니까 7년만 있으면 100세가 된다. 그런데도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한 것을 보면 청춘이다. 최근 세 번째 시집을 펴낸 것이다. 1.2집과 마찬가지로 애국과 우국적 심경을 듬뿍 담았다.

삼계면 부성리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6.25한국전쟁에 직접 참가했으며 공교육자로, 또는 사교육가로 67년을 보내온 파란만장한 삶이 한 권의 책 속에 영화처럼 펼쳐져 있다.

중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시 ‘까마귀 떼’가 조선일보에 게재되면서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6.25가 발발하기 이전에 교사 시험에 합격, 서삼초 교사를 맡고 있었으나 22세에 6.25를 맞아 징집명령이 떨어져 군인을 길을 걷게 된다. 이후 57년까지 6년 동안 육군하사관으로 머물다 전역하여 교직자의 길로 들어선다.

중산은 모든 생애의 일과들을 하루하루,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적어 남겼다. 20대 초반 피 끓는 나이에 생사를 가르는 전쟁터에서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피 묻은 시를 남긴다.

“쿵 쿵쿵 쾅쾅 따따 따 따 웅웅웅...”

몸이 공중에 뜬 것 같고,

가슴이 울렁울렁 안정 안 됨이여!

밥맛도 없고 서너끼니 어설프게 지나서야

워낙 배고파 먹기 시작하였더라.

포성만 진동하는 흉흉한 전선이여!

<전망 투입>이라는 시의 일부다.

맹호부대에 근무하면서 인민군과 직접 맞닥뜨린 생생한 기억과 포성소리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웠던 순간을 투박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을 말해주는 여러 장의 사진까지 넣어 생동감을 주고 있다.

중산은 “많은 사람들이 전쟁터를 지나왔지만 생생하게 현장을 기록한 글이나 소설은 있지만 시적 언어로 표현한 것은 없어 아쉬웠다”며 미학적 가치보다 역사적 기록으로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

친일 허물 둘러쓴 더러운 자들이여!

대오각성하고 환골탈태하여 그냥 자숙하지 못할까?”

<빤 걸레라고?>의 일부다. 이 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날뛰던 친일파들이 한국 현대사에서 여전히 웃고 활개치는 한숨 나오는 현실을 비꼬고 있다. 그가 격동기를 살아오면서 체득한 위험한 사상들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중산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사이의 체험적 격동기를 시집으로 펴낸데 대해 “옅어지는 통일 암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6.25투사들의 노고를 다시헌번 생각해 보는 촉매제 역할에 도움됐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4장 ‘역사를 알면 미래를 지킨다’, 6장 ‘힘 있는 나라여야 길이 보존하리’ 등은 우리나라가 환난과 전란을 겪으면서 어떤 역사를 남겼는가는 반문케하고 있다.

이 책은 또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할 국가관, 군신간의 도리, 관료들의 자세, 여성관, 백성의 고달픈 생활상을 보고 느낀 이야기 등을 담고 있어 교훈을 던지고 있다. 특히 필자가 한세기를 살아오면서 느낀 행복한 삶의 비결, 해학과 풍자로부터 얻는 지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서 배우는 올바른 삶 등을 별도의 이야깃거리로 엮어 독자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중산은 사설학원을 경영하면서 한문, 중국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학업에도 열정을 쏟아 중국 유학을 다녀왔고 현재도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한다. 일찍부터 시와 시조 작가로 등단, 현역작가로 활동 중이며 장성문인협회 회원으로 고향과의 인연도 돈독하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다가 현재를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다. 연락처는 010-7398-575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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